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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심창섭 객원기자
2020-06-09

초거대 블랙홀의 새로운 기원 日 연구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블랙홀 생성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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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천문학자들이 초거대 블랙홀의 기원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내놨다.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수많은 초거대 블랙홀의 생성 원리를 밝힌 것이다. 이번 연구는 영국의 천문학 저널인 ‘왕립천문학회 월간보고(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5월호에 소개됐다.

은하 중심부의 초거대 블랙홀 상상도. © ESO/L. Calçada

일본 과학진흥협회의 선마이언 찬 박사후 연구원이 이끄는 도호쿠 대학 천체물리학 연구팀은 일본 국립천문대가 보유한 ‘아테루이 2호(ATERUI II)’ 슈퍼컴퓨터를 이용해서 초거대 블랙홀의 형성 과정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무거운 원소가 풍부한 가스 구름에서도 초거대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초거대 블랙홀의 전구체가 성간 가스뿐만 아니라 작은 별도 삼키면서 성장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큰 별에서 곧바로 초거대 블랙홀이 탄생한다는 기존 이론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러 개의 거대 항성이 모여 초거대 블랙홀로 진화한다. © NAOJ

기존 이론, 초거대 블랙홀이 많은 이유를 설명 못 해

거의 모든 은하의 중심부에는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부터 최대 100억 배에 달하는 초거대 블랙홀이 존재한다. 이러한 초거대 블랙홀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천문학계의 오랜 난제다. 일부는 빅뱅 직후에 초기 우주의 혼돈 속에서 생성되었거나, 은하와 동시에 생성된다는 이론도 있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설은 ‘직접 붕괴 블랙홀(Direct collapse black hole, DCBH)’ 이론이다. 은하 형성 초기에 원시 가스 구름이 태양 질량의 10만 배 이상인 거대 항성을 생성하고, 곧이어 중력에 의해 붕괴하면서 초거대 블랙홀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전 연구에서는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진 가벼운 원시 가스 구름에서만 거대 항성의 직접 붕괴가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탄소나 산소와 같은 더 무거운 원소는 가스 역학을 변화시켜 가스 구름이 잘게 분해되도록 만든다. 작은 가스 구름에서는 작은 별이 생성되므로 초거대 블랙홀이 탄생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직접 붕괴 이론만으로는 오늘날 수많은 초거대 블랙홀이 관측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고해상도 3D 시뮬레이션에서 초거대 블랙홀 전구체가 형성되는 모습. 가운데 검은 점은 블랙홀로 진화 중인 거대한 별이고, 주변 흰 점이 태양 질량보다 10배 이하의 작은 별이다. © Sunmyon Chon et al.

중원소가 포함된 가스 구름에서도 초거대 블랙홀 탄생

연구팀은 이전 예측과 달리, 중원소가 풍부한 가스 구름에서도 거대 항성이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뮬레이션 초기에는 예상했던 대로 가스 구름이 격렬하게 분해되면서 다수의 작은 별이 생성됐지만, 점차 구름의 중앙을 향해 강한 기체 흐름이 발생했다. 작은 별들은 이 흐름에 이끌려 중앙의 거대한 별들에게 삼켜졌고, 결국 태양보다 1만 배 더 무거운 별이 되었다.

그동안 중원소를 포함한 가스 구름에서 항성이 형성되는 과정은 가스의 격렬한 분할 운동 때문에 오랜 계산이 필요해서 시뮬레이션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2018년 도입한 슈퍼컴퓨터의 빠른 계산 속도 덕분에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중원소 비율에 따른 초거대 블랙홀의 형성 과정. 아래쪽으로 갈수록 중원소가 많이 포함된 가스 구름. © Sunmyon Chon et al.

새로운 모델은 수소와 헬륨만으로 구성된 원시 가스 구름뿐만 아니라, 무거운 원소를 함유한 가스 구름도 초거대 블랙홀을 생성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별이 붕괴하는 순간부터 300년, 600년 간격으로 블랙홀 전구체의 성장 과정을 관찰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이전 연구들과 다르게 중원소 비율이 더 높은 가스 구름에서도 여전히 초거대 블랙홀이 형성되었다.

찬 연구원은 “중원소가 농축된 가스 구름에서 거대한 블랙홀 전구체의 형성 과정을 보여준 시뮬레이션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생성된 별들이 계속 흡수합병을 거쳐 성장하여 초거대 블랙홀로 진화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라고 언급했다.

연구 논문의 공동저자인 오무카이 카즈유키 도호쿠 대학교수는 “새로운 모델은 이전 연구보다 더 자세하게 블랙홀의 기원을 설명한다. 이러한 결과는 초거대 블랙홀의 기원에 대한 통일된 견해를 이끌어낼 수 있다”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심창섭 객원기자
chsshim@naver.com
저작권자 2020-06-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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