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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6-04-25

‘잭과 콩나무’ 6400년전에 탄생 과학적인 방식으로 동화의 기원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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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주 먼 옛날에’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 갖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식으로 끝나는 이야기, 믿을 수 없을 만큼 괴기스럽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야기 등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동화(fairy tale)’라고 한다.

작자, 연대 미상인 이야기가 살을 붙이며 오늘날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는데, 학자들 간에는 이들 동화의 기원을 놓고 많은 논쟁이 있어왔다. 이런 궁금증을 최근 과학자들이 풀어주고 있다.

23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영국 더럼 대학의 인류학자 잠쉬드 테흐러니(Jamshid Tehrani) 교수는 연구팀을 구성하고 생물 종의 기원을 추적해나가듯이 오래된 동화들의 기원을 추적해나갔다. 그리고 동화가 최장 64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재미있는 동화의 기원은 신석기 시대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협회(Royal Society)가 발간하는 ‘오픈사이언스 저널(Royal Society Open Science)’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아이르네·톰슨·들라뤄 목록(Aarne–Thompson–Uther Index)’으로 알려진 2000여 개의 동화들을 분석했다.

과학자들이 DNA를 분석하듯이 생물학적인 방식으로 동화의 기원을 추적하고 있다. 사진은 6400년 전에 태어난 것으로 밝혀진 동화 '잭과 콩나무'  전자책 표지.
과학자들이 DNA를 분석하듯이 생물학적인 방식으로 동화의 기원을 추적하고 있다. 사진은 6400년 전에 등장한 것으로 밝혀진 동화 '잭과 콩나무'  일러스트레이션. 이 스토리를 활용, 퍼즐게인 제작되는 등 지금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play.google.com

‘아이르네·톰슨·들라뤄 목록’이란 2004년에 핀란드의 아이르네(Antti Aarne), 미국의 톰슨(Stith Thompson), 프랑스의 들라뤼(Paul Delarue) 등 3명의 민담학자들이 고대로부터 전해내려오던 이야기들을 정리해 색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2000여개의 동화 중 특히 마술적(magic)이고 초자연적인(supernatural) 이야기 연구에 집중했다. 이런 내용의 동화들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세계 모든 지역에서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헨젤과 그레텔(Hansel and Gretel)’, ‘미녀와 야수(Beauty and the Beast)’ 등을 포함한 275개의 동화를 대상으로, 생물학자들이 DNA 분석을 통해 생물의 기원을 추적해나가듯이 여러 문화권 이야기들을 비교분석하면서 동화 속에 들어있는 구전의 흔적들을 추적해나갔다.

그 결과 현재 인도·유로피언 문화권에서 전해지고 있는 많은 동화들이 B.C. 1만200년부터 2000년까지 신석기 시대에 동유럽 지역에 살았던 인류로부터 시작됐으며, 새로 등장한 문화권을 통해 진화해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잭과 콩나무(Jack and the Beanstalk)’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동화는 인도·유로피안 언어권은 물론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동화다. 연구팀은 여러 형태로 나뉘어 전해지고 있는 구전의 흔적들을 통해 이 동화가 전해진 경로를 추적했다.

"시, 음악, 회화 등에도 과학 적용 가능해" 

그리고 이미 오래 전에 인도·유로피언 언어 외에 슬라브어와 켈틱어로 구전돼왔음을 발견했으며, 그 뿌리를 찾아 계통도를 그려나갔다. 그리고 그 동화의 뿌리가 되는 이야기가 6800년 전에 생겨났음을 확인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잭과 콩나무’가 처음 등장할 당시 PIE( Proto-Indo-Europeans)로 전해지고 있었다. PIE란 유럽, 북아프리카, 북미, 중남미 등의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인도·유로피언어의 뿌리가 되는 언어를 말한다.

이런 방법으로 뿌리를 추적해 들어간 동화는 76개다. 그중에는 ‘스미스와 악마(The Smith and the Devil)’가 포함돼 있다. 한 대장장이가 뛰어난 기술을 얻기 위해 악마와 자신의 영혼을 팔 수 있는 위험한 거래를 한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연구 대상이 된 동화 대부분이 6000~2500년 사이에 생겨난 동화들”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동화들은 2500년전 이후 생겨난 동화들로 당시의 민담가, 철학자, 종교인 등에 의해 지어진 창작동화라고 말했다.

구전된 전래동화는 19세기 초엽 그림(Grimm)형제가 ‘독일의 어린이와 가정의 동화(Kinder und Haus-m○rchen)’를 통해 정리한 바 있다. 세계 최초로 동화의 체계를 정리했으나 그 기원에 대해서는 뚜렷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과학적인 방법으로 동화의 기원을 밝혀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문학의 한 장르인 동화 연구에 있어 그 기원을 밝혀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에는 생물학, 통계학 등 과학적인 연구 방식이 동원됐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레딩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마크 패이젤(Mark Pagel)' 교수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에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동화는 물론 음악, 시, 화화 등에도 유사한 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

페이젤 교수는 이번 동화 연구와 마찬가지로 다른 분야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문학의 중요한 장르인 문학 부문에서 이번 진화론적인 연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6-04-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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