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여성들은 종종 자동차 키를 잃어버리거나 휴대폰을 어디다 뒀는지 몰라 쩔쩔매는 등 이른바 ‘마미 브레인(mommy brain)’ 증상을 보여왔다. 아이를 키우면서 기억력과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증상으로 이 신드롬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최근 뇌과학이 ‘마미 브레인’의 수수께끼를 밝혀내고 있다. 21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Leiden University) 연구팀은 그동안 MRI를 통해 임신한 여성의 뇌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그 변화를 분석해왔다.
그리고 여성의 첫 임신을 하면 뇌가 다시 조직돼 적어도 2년 간 새로운 상태를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임산부 뇌에 있는 회백질·해마의 크기가 변화한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는 21일자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 지에 실렸다.
뱃속 아기 감지하기 위해 뇌세포 재조직
과거 쥐등 동물을 대상으로 임신 시 뇌 조직이 변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은 있다. 그러나 사람 뇌를 대상으로 이런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첫 임신을 한 여성의 뇌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었다.

특히 신경세포 집단인 회백질(gray matter, 灰白質)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백질은 ‘사회적 신호(social message)’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 기능이 떨어지면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등 독특한 반응을 보인다.
레이던 대학의 뇌과학자 엘젤라인 후크제마(Elseline Hoekzema) 교수는 “회백질의 감소가 엄마로서 뇌가 성숙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대신 뱃속 아기의 요구를 감지하고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뇌세포들이 재조직된다는 것.
이 같은 현상은 여성이 자연스럽게 임신을 하든지, 아니면 체외 수정을 통해 시험관 아기를 임신하든지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후크제마 교수는 실제로 2살 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엄마다. 임신 기간 중에 관련된 연구를 수행했다.
후크제마 교수는 “여성의 임신 기간은 홀몬을 기반으로 한 생리적, 또는 육체적인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여성에게 있어 매우 특별한 시기”라고 말했다. 몸 안의 혈액량이 증가하고 영양소를 흡수하는 기능이 발달하며, 특히 뇌 기능이 극적으로 발달한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은 뇌과학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최근의 일이다. 뇌과학자들은 사생활 침해 문제로 임신여성의 뇌를 조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설치류인 쥐를 대상으로 뇌 변화를 연구해왔다.
해마는 복구되지만 회백질은 계속 축소돼
그리고 임신한 쥐의 뇌조직이 크게 변화했으며, 임신 횟수가 많을수록 뇌 변화 폭이 커지며, 새끼를 많이 낳은 쥐일수록 뇌 변화 정도가 높은 사실을 알아냈다. 과학자들은 쥐 실험 결과에 비추어 사람이 임신했을 때 역시 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었다.
그러나 레이던대 후크제마 교수 연구팀이 사람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내놓음에 따라 사람 역시 쥐처럼 임신할 경우 뇌 조직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연구는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와 협력해 스페인에서 진행됐다.
연구에는 처음 임신한 25명이 자원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같은 기간 중 MRI 등을 통해 임신 경험이 없는 여성 20명, 임산부 남편 19명의 뇌를, 그리고 임신 경험이 없는 남성 17명의 뇌를 함께 분석했다.
그리고 컴퓨터 분석장비를 통해 실험 참가자들 뇌 안의 변화를 정밀하게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회백질 감소현상이 특히 상대방의 얼굴과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의 의도와 욕망을 파악하는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후크제마 교수는 “또 회백질 외에 기억력을 관장하는 영역인 해마(hippocampus) 역시 축소현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MRI를 통해 회백질과 해마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임산부의 뇌 기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실시간 상황을 측정했다.
동시에 뱃속의 태아의 상황을 정밀 촬영했다. 그 결과 임산부는 외부적 상황에 대해 적게 반응하는 대신 태아의 움직임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구팀은 출산 후에도 연구를 지속했다. 출산 후 2년이 지난 11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뇌를 스캔했다.
그 결과 해마의 뇌는 원 상태로 복구돼 있었다. 반면 회백질의 상태는 임신 때와 마찬가지로 축소돼 있었다. 후크제마 교수는 여성에게 있어 이런 현상이 청소년기에 일어고 있다고 말했다. 회백질이 줄어드는 대신 다른 기능이 발달하게 된다는 것.
"여성에게 있어 회백질의 감소가 임신과 함께 또 다시 발생하고 있다"며, 회백질과 여성 간의 밀접한 상관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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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12-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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