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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슬림 착륙선, 다시 깨어나서 활동을 시작하다! 착륙 지점인 시올리 분화구에 어둠이 찾아오기 전까지 계속 활동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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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영영 작별 인사를 할 것 같았던 일본의 달 탐사선, 슬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첫 달 착륙선 슬림(SLIM: Smart Lander for Investigating Moon) 탐사선이 지난 1월 19일 달에 거꾸로 도착한 지 열흘 만에 갑자기 다시 깨어났다.

위 슬림 탐사선은 무려 오차 100m 이내의 ‘핀포인트 착륙’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내며 큰 기대를 끌었지만 하강 중 엔진의 고장으로 인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착륙했고, 이에 따라 착륙 후 몇 시간 동안 태양광 패널을 통해 필수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였다. 태양 전지판이 쓸모 없어지자 탑재되어 있던 임시 배터리의 전력을 사용하기 시작한 탐사선은 가용 전력을 모두 소진하자 금세 동면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 일본, 세계 다섯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하다)

JAXA 관계자들은 오히려 태양이 지표면에 다시 도달하게 되어 슬림 탐사선의 태양 전지가 작동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며 기대를 전했지만, 핀포인트 착륙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였기에, 지켜보던 우주 덕후들은 이대로 일본의 달탐사는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이라고 아쉬움을 달랬다. 사실 원하는 정확한 지점으로의 착륙 자체도 역대 어느 나라도 제대로 성공해내지 못한 큰 성공이었다.

슬림 탐사선의 착륙 방향과 결과를 설명하기 위하여 JAXA가 만든 렌더링 이미지 ©JAXA

또한, SLIM의 착륙 지점은 시올리 분화구로, 마레 넥타리스 또는 넥타의 바다에 있는 오래된 충돌 잔해로 가득 찬 지역이다. 위 착륙 지점은 마레 트란퀼리타티스(평온의 바다)에서 남쪽으로 약 200마일(322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참고로 고요의 바다는 1969년 아폴로 11호의 첫 달 탐사 우주비행사가 착륙한 적도 부근의 착륙 지점이다. 시올리 분화구는 다른 나라들의 앞선 착륙 지점들과 달리 바위가 많으며 울퉁불퉁한 지형으로 착륙 난이도가 매우 높은 지형이다.

 

슬림 탐사선, 다시 활동을 시작하다

그러던 중 지난 일요일, JAXA는 X(이전 트위터)에 성명을 올리며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1월 28일 JAXA의 슬림 탐사선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고 이에 따라서 JAXA의 엔지니어들이 다시 분주해졌다는 소식이다. JAXA관계자들은 슬림 탐사선에 탑재된 MBC(Multi-Band Camera)가 즉시 과학적 관측을 시작했고 첫 번째 빛(말 그대로 첫 번째 빛을 뜻하지만 탐사선이나 기기를 처음으로 사용하는 것을 뜻함)을 성공적으로 탐지했다고 밝혔다. 다중 밴드 카메라인 MBC는 반사된 태양광이 보여주는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달 표면에서 감람석을 찾고 위 성분을 분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참고로 감람석은 지구와 같은 암석계가 형성된 초기 태양계의 형성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감람석은 지구 맨틀의 주요 구성 성분 중 하나이며, 지각이 상대적으로 얇은 달 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달의 남극에 위 감람석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석에 이름을 짓고 분류하고 있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슬림 탐사선은 지난 일요일에 착륙 지점의 사진을 보냈으며, JAXA는 이에 따라 관심 있는 암석을 분류하고 각각의 암석에 별명을 붙이고 있다. 주로 작은 “토이 푸들”부터 크고 힘센 “세인트 버나드”에 이르기까지 암석의 크기에 따라 암석의 크기를 연상시킬 수 있도록 비슷한 크기의 강아지나 개의 종 이름을 붙이고 있다.

슬림 탐사선은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하여 “토이 푸들”(동그라미 부분)이라는 바위의 구성을 연구하고 있다. ⓒJAXA

이대로만 진행된다면 슬림 탐사선은 본래의 목표를 향해서 계속해서 관측을 수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태양의 조도 조건이 개선되고 태양열 어레이에서 생성된 전력으로 슬림이 회복되면 고해상도 분광 관측을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JAXA는 슬림 탐사선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관측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SLIM 탐사선의 이번 임무가 본래 일조량이 확보되는 2주 동안 작동되도록 설계되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 며칠 안에 시올리 분화구에 다시 달의 밤이 찾아 올 예정으로, 추후 얼마나 더 오랜기간 관측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로 남아있다.

슬림이 얼마나 오래 작동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앞으로 며칠 안에 시올리 분화구에 다시 달의 밤이 찾아올 것이다. © JAXA

1월 22일 일본 공영 라디오 방송이 보도한 일본 우주 및 항공 과학 연구소(ISAS)의 쿠니나카 히토시 소장의 발언에 따르면, 슬림 탐사선은 적도 달의 온도 영하 208도(섭씨 -130도)의 깊은 밤 추위를 견디고 절전 모드에서 다시 깨어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슬림 탐사선이 얼마나 더 작동할지는 확실치 않다.

 

슬림 탐사선의 또 다른 성과

슬림 탐사선은 하강 중 엔진 고장으로 인해 거꾸로 뒤집어졌지만, 앞선 설명대로 목표 착륙 지점에 328피트(100m) 이내로 매우 근접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슬림 탐사선 관계자들은 1월 19일 달의 1분기(first-quarter)에 착륙한 슬림의 배터리가 이틀 후 12%까지 떨어졌다고 밝히며, 배터리 잔량이 임계치에 도달하자 과방전으로 인해 복구 작업이 진행되지 않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첫 번째 셧다운이 발생하기 전 슬림 탐사선은 탐사선에 실은 두 대의 미니 로버, 즉 EV-1(달 탐사 차량-1)과 LEV-2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이들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공 모양의 LEV-2는 기울어진 슬림 착륙선의 사진을 본국으로 전송하며 슬림 탐사선의 사정을 알린 장본인이다.

 

인류는 여전히 달에 목마르다

일본은 이로써 소련, 미국, 중국, 인도에 이어 달에 연착륙한 다섯 번째 국가가 되었다. 세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성공했으며 성공적인 달 과학 탐사도 수행하고 있다.

올해의 우주 과학 미션의 테마는 ‘달’ 탐사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2024년에는 전례 없이 많은 수의 달 탐사 임무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 2024년, 우주 비행의 역사적인 해를 준비한다 (1)

조만간 또 다른 큰 달 미션이 시작된다. NASA는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첫 달 착륙선인 IM-1(Intuitive Machines 1)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련의 과학 페이로드를 포함한 IM-1과 같은 로봇 센티널 등을 달 표면으로 보낼 계획이다. 이 탑재체는 NASA의 상업용 달 탑재체 서비스(CLP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우주비행사 임무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참고로 위 임무는 2월 14일에 SpaceX의 팰컨 9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4-02-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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