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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민재 리포터
2024-03-22

인류가 기아와 영양실조로부터 살아 남은 방법 인류의 신체는 생존을 위해 프로그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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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신체는 생존을 위해 프로그램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7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어림잡아도 10명 중 1명이 넘는다. 특히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가자지구나 우크라이나 그리고 몇몇 아프리카 지역의 어린이들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하지만 분명한 점이 있다. 우리 몸은 기아와 영양실조로부터도 생존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중심이었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기근과 기아에 직면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세계보건기구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심각한 수준의 영양실조”로 인해 최소 10명의 아이가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마스가 운영하는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15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와 탈수로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자 지구 북부에서는 약 30만 명이 식량과 깨끗한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장기간의 굶주림은 정신과 신체에 극심한 부담을 준다. 하지만 우리 몸은 몇 주 동안 음식 없이도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하며 훈련되어왔다. 다만, 이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음식 부족보다 면역 체계를 더 약화시키는 질병과 같은 다른 요인이 있는 경우 생존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다.

 

사람이 굶주리기 시작할 때 

뇌의 시상하부에는 사람이 굶주릴 때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아 중추(inanition center, 섭식중추 feeding center 라고도 부름)가 있다. 위 부분은 시상하부 외측부위에 국부적으로 존재하고 섭식 행위에 관여하는 부위이다. 반면, 시상하부 복내측핵은 위 부분과 반대되는 부위로 포식 중추라고 부르며 기아 중추와 포식 중추는 섭식의 신경성 조절에 있어서 서로 길항적으로 작용한다.

기아 중추는 혈당 수치가 떨어지면 바로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 Getty Images

기아 중추는 혈당 수치가 떨어지면 바로 활성화되기 시작하며, 시상하부는 즉시 신장의 부신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도록 지시한다. 이는 우리가 음식을 찾을 수 있는 힘을 주곤 한다. 물론 모든 경우에 음식을 찾을 수는 없다. 만약 음식을 찾지 못하면 뇌는 플랜 B로 신체의 다른 부위를 샅샅이 뒤져 포도당을 찾게 된다. 뇌가 기능하는 데에는 포도당이 필요한데, 포도당은 사람 체중의 2%를 차지하고 뇌가 이 포도당의 절반 이상을 소비한다. 기아를 경험할 시에 뇌는 이 필수 당분 포도당을 얻기 위해 신체를 속이기 시작하며, 인슐린 분비를 중단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때 신체 근육이 포도당을 공급받는 대신 뇌가 포도당을 공급받게 된다.

이때 나머지 신체는 에너지 생산을 위해 단백질인 아미노산을 포도당으로 전환시키기 시작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부분 단백질로 구성된 근육을 희생시키기 시작한다. 사람이 극심한 기아 상태에 빠지게 되면 각 장기가 원래 무게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다가 결국 기능을 상실하고 사망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뇌는 유일한 예외를 보인다. 최대 4% 정도까지만 감소하는데 이는 포도당을 저장하는 능력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극심한 배고픔, 냄새가 난다?

굶주리기 시작한 후 8~10일만 지나도 신체는 신진대사를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기 시작한다. 마치 동면 중인 동물처럼 심박수, 혈압, 체온과 같은 필수 활동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줄이고, 이는 음식이 제한되어 있을 때 신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때부터 신체는 지방산을 소위 케톤체로 전환하여 비축된 지방을 활용하기 시작한다. 단식을 하거나 굶주린 사람들이 케톤 수치가 매우 오르고 살이 쉽게 빠지는 이유이다. 단식을 경험한 사람들에게서는 케톤산뇨증이나 케톤산혈증 등의 증상 또한 매우 쉽게 나타난다.

단식을 하거나 굶주린 사람들이 케톤 수치가 매우 오르고 살이 쉽게 빠진다. © Getty Images

케톤체는 실제로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케톤체는 뇌가 포도당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화합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산을 케톤체로 전환하면 특유의 매니큐어 같은 냄새가 날 수 있다. 이는 아세톤이 신장과 호흡을 통해 배설되는 케톤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는 주변에서도 느낄 수 있다. 탄수화물을 너무 적게 섭취해도 우리 몸은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게 된다. 이때에도 케톤이 생성된다. 사람의 배고픔이 오래 지속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피부 장벽 기능이 순식간에 저하되고 면역 체계가 약해지며 염증이 퍼지게 된다.

 

굶주림으로 인해 장기가 고장 나는 이유

굶주림이 계속되면 신체는 점차적으로 모든 중요한 장기를 뇌의 음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한다. 사람은 이내 뼈와 피부만 남고 장기가 고장 나기 시작한다. 문제는 심장이 먼저 기능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체의 신진 대사 활동으로 인해서 스스로를 재프로그래밍하여 더 적은 포도당으로도 뇌가 생존할 수 있도록 해야 장기간 동안의 배고픔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주요 장기에 단백질 비축량을 최대한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신체가 인슐린 분비를 중단하는 ‘초기 배고픔 신호’를 보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모든 상황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말라리아, HIV·AIDS 또는 기타 질병에 걸린 사람은 혈액에 염증 물질이 너무 많아서 췌장이 인슐린을 계속 분비하여 ‘기아 대사’를 먼저 차단하게 된다.

 

기아로 인한 장기적인 신체 영향

사람들이 굶주림에서 회복하더라도 장기적인 신체적, 심리적 영향을 받기도 한다. 여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장기 손상이나 기능 장애, 면역 기능 장애, 골밀도 감소 등이 포함될 수 있다.

© Getty Images

기아는 인슐린, 코르티솔, 갑상선 등 호르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굶주림을 경험한 사람은 위장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또한, 기아는 면역 체계를 약화시켜 콜레라, 홍역,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기아는 어머니에서 아이로도 전달된다

영양실조에 걸린 임산부는 기아의 부정적인 영향이 아기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연구진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기근이었던 네덜란드 기아의 겨울에 노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아가 어린이에게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연구한 바 있다. 연구진은 연구 대상 연령대 중 자궁 내 영양실조가 장기적으로 건강에 가장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아는 어머니에게서 아이에게로도 전달된다. © Getty Images

특히, 이러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나중에 당뇨병, 심혈관 질환, 비만의 위험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결핍과 청각 장애를 겪을 위험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굶주림의 심리적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1940년대 중반에는 굶주림과 사람 생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오늘날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실험들이 계속되었다. 미국 과학자 안셀 키스가 주도했던 이 연구는 36명의 연구 참가자에게 3개월 동안 정상적인 생존에 필요한 칼로리의 절반만 먹이면서 추적 관찰한 바 있는데, 지속적인 배고픔의 심리적 영향은 매우 명확했다.

지속적인 배고픔의 심리적 영향은 매우 명확했다. © Getty Images

실제로 많은 참가자가 기권하고 성격이 매우 난폭해졌으며, 이후 배고픔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먼저 피험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잘 냄새를 맡고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감각이 예민해졌다. 일부는 이후 오직 음식 관련 사항에만 관심을 가졌으며, 일부는 식인 풍습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4-03-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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