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인의 연구자들이 포스트 휴먼의 관점에서 인공지능과의 공존의 윤리학을 새롭게 규명한 ‘인공지능의 윤리학’이 출간되었다.
전통적으로 윤리학이라 하면 인간의 윤리학, 엄밀히 말해 도덕적 사고와 행위의 유일한 주체인 인간의 윤리학이었다. 인간 외의 타자들은 도덕적 주체로서가 아니라 도덕적 대상으로만 간주하였다.
인간만이 도덕성과 자율성 그리고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고 따라서 인간만이 행위에 대해 책임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스스로 학습을 통해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줄 아는 새로운 존재자인 인공지능(로봇)의 등장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계속해서 던져주고 있다.
인공지능(로봇)은 전통적으로 인간에게만 귀속되었던 윤리적 행위자의 지위를 가질 수 있는가? 행위자가 되기 위한 전통적 요건은 이성, 의식, 지향성, 자유의지 등인데 인공지능은 전통적인 의미의 행위자가 갖는 이러한 요건들을 충족하는가? 아니면 이제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적 존재자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행위자 개념이 필요한가?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세상을 상상한다면 전통적인 의미의 행위자/피동자 구분을 넘어서는 새로운 도덕적 존재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등등. 이러한 문제들은 인공지능의 윤리학에 매우 중요한 화두들이다.
인공지능이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한 인지는 이에 대한 제도적인 차원의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데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알아서 척척 잘하는 똑똑하기만 한 인공지능의 연구·개발이 아니라, 시작부터 윤리적인 가치 규범에 의해 판단과 행동이 통제받는 도덕적 인공지능을 연구·개발하는 것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사회 윤리적 문제를 최소화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 개체 중심의 윤리학에 머물지 않고 관계론적 관점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긴밀한 관계에 바탕을 둔 윤리학이 등장한다면, 이는 바로 공존의 윤리학으로서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미래의 윤리학이라는 시대적 의의를 지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직 인공지능의 ‘윤리학’이라 할 만큼 완성된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한다면 ‘윤리학의 기초’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윤리학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인간이든 인공지능이든) 행위자의 도덕적 지위 혹은 본성에 관한 논의와 이를 지지해줄 수 있는 기존의 윤리 이론들에 대한 고찰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관계론적 관점에서 새로운 윤리학 이론을 체계적으로 구성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제목 그대로 인공지능의 윤리학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윤리학에 매우 중요한 화두들을 총 3부로 나눠 이야기한다. 1부 인공지능의 윤리적 쟁점들에서는 일상의 중요한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인공지능이 제기하는 윤리적 도전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에 답한다.
2부 윤리적 인공지능 로봇 만들기에서는 1부에서 제기된 윤리적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윤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윤리적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 방안을 모색한다. 3부에서는 인공지능과의 공존의 윤리학을 주제로 인공지능의 도덕적 지위에 대한 고찰과 함께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상상하기 위한 새로운 윤리학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인공지능과 기존 윤리 이론들에 대한 고찰을 통해 과거와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윤리적 문제점에 대한 풍요로운 논의들이 지속해서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 김지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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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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