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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남극 과학을 망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연구 기지에서 수집되고 있던 중요한 기후 데이터가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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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역사적인 베르나드스키 기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은 최전선에서 수천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남극 과학으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식적으로 비무장지대인 남극이 국제적인 분쟁과 전쟁으로 인해서 어떻게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일까?

우크라이나의 28번째 남극 연구 탐험은 역사적인 베르나드스키 기지(Vernadsky Research Base; Антарктична станція Академік Вернадський)에서 진행되고 있다. 남극의 최남단에 자리 잡고 있는 이 기지는 우크라이나 과학아카데미 초대 회장을 지낸 블라디미르 베르나드스키(1863~1945)의 이름을 딴 곳으로 기압측정기와 오존 탐지기, 지진관측계 등 갖가지 과학 측정 장비 등을 갖추고 있다.

역사적인 베르나드스키 기지의 위치 © Alexrk2

베르나드스키 연구 기지는 남극의 키이우 반도(півострів Київ, Kyiv Peninsula)에서 멀지 않은 아르헨티나 제도의 갈린데즈 섬 마리나 포인트에 있는 우크라이나 남극 연구 기지에 위치해 있으며 가장 가까운 남극 기지는 미국의 파머 기지와 2015년에 재개장한 칠레의 옐초 기지이다. 이 기지는 1947년에 영국 연구 기지로 시작했으며 1996년에 우크라이나로 이전되었다. 기지의 조정 및 운영 관리는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 소속 우크라이나 국립 남극 과학 센터에서 수행한다. 이 기지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의 영향을 보여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남극 관광객이 출입할 수 있는 기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의 남극 연구 프로그램에 직면한 어려움은 전 세계 과학계의 큰 손실 

키이우(Київ, Kyiv)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국립 남극 과학 센터의 공보관인 올레나 마루셰브스카(Olena Marushevska)는 우크라이나의 남극 연구 프로그램(Ukraine’s Antarctic research program)에 직면한 어려움은 전 세계 과학계의 큰 손실이라고 설명한다. 마루셰브스카는 많은 극지 연구자가 전쟁에 참여하여 싸우고 있거나 분쟁을 피해 이미 도망쳤다고 한다. 따라서 연구 및 탐험에 참여할 수 있는 극지 연구자가 거의 없으며 일반 행정 직원 역시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베르나드스키 기지의 모습 © Lewnwdc77

영국 엑스터대학의 남극 생태학자 루이스 헉스타트(Luis Huckstadt)는 수십 년 동안 남극 과학자들은 베르나드스키 기지에서 수집한 온도 데이터 덕분에 서남극 반도를 비정상적으로 빠른 온난화 지역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베르나드스키 기지에서 수행된 연구는 기온 데이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 지역은 전체 남극 지역 사회와 생태적 관련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 대학의 해양 생물학자 마이클 티프트 (Michael Tift) 역시 남극 대륙에서 장기적인 데이터 세트는 남극 대륙에서 연구를 계속 수행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남극과 전 세계의 기후 변화 영향을 예측하기 위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남극해의 관측 결과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전 세계를 위한 연구라고 덧붙였다. 이를 토대로 마루셰브스카 역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한다"고 설명한다.

 

전쟁은 과학을 파괴한다

우크라이나 본토에서는 지난 10월 키이우에 있는 남극 과학 센터가 공격당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남극 과학 센터 직원과 귀중한 데이터들이 큰 위협에 처한 바 있다. 러시아 미사일이 발견되었으며 이에 학술지 네이처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러시아 북극 및 남극 연구소나 과학부에 논평을 요청하였지만,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의 남극 탐험대 책임자인 보그단 가브릴류크(Bogdan Gavrylyuk)는 현재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하르키우 전파천문학 연구소의 지구물리학자로 남극 연구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가브릴류크는 탐험대장으로 발령받기 전 11개월 동안 전쟁터에서 싸웠던 경험이 있다. 그는 조국과 가족을 위해 목숨을 잃을 각오가 되어 있었지만 남극 활동에서 군대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고 기억한다.

남극 먹이사슬의 근간을 이루는 남극해 식물 플랑크톤 군집에 대한 기후 변화의 영향을 조사하고 있는 오데사 해양생물학 연구소의 안드리이 조토프(Andrii Zotov)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베르나드스키 기지에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가 처음 크림반도를 침공했던 2014년부터 1년 반 동안 전쟁에 참전하며 정말 심각한 상처를 입은적이 있다. 그리고 오랜 재활기간을 거쳐서 이제서야 다시 해조류를 연구할 수 있게되었다.

 

우크라이나의 남극과학이 불투명하다

전쟁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매년 남극 탐험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가브릴류크는 지난 4월부터 베르나드스키 기지에서 14명의 과학자 및 기술진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기상 패턴과 대기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해양 염도를 측정하며 해양 포유류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다행히 우크라이나 정부와 과학 교육부가 이 탐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주었지만 언제 전쟁이 멈출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우려한다.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비용 지출은 연구 프로그램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브릴류크는 전쟁 전에는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했던 기지의 현대화를 위한 계획이 있었지만, 지금은 보류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적인 긴장이 계속된다

1959년 남극 조약은 56개국이 모여 남극을 비무장 지대로 지정하며 국제적인 협력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던 국제적인 약속이다. 현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29개의 '협의 당사국'만이 연례 회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5월 헬싱키에서 열린 제45차 남극조약 자문회의에서 양국 간의 국게적 긴장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당시 회의에서 요한나 수무부오리 핀란드 외무부 차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일으켜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비난했으며 러시아의 침공은 남극 조약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는 회의에 앞서 제출한 실무 문서에서 이번 회의의 '정치화'를 비판했으며 전쟁이 우크라이나 남극 프로그램에 미친 영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립 남극 과학 센터의 에우겐 디키 소장은 국제적인 조약의 한 당사자가 유엔 기본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회의의 '탈정치화'를 요구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마루셰프스카는 한때 남극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과학자들이 서로 데이터를 비교하며 연구했지만, 지금은 협력 관계가 무너졌다고 설명한다. 사실 우크라이나의 협력 중단은 현 전쟁 이전 2014년부터 계속되었지만, 지금은 이전보다 훨씬 관계가 나빠진 상태이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3-09-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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