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갤럭틱이나 블루오리진 같은 민간기업들이 우주를 여행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제 우주라는 공간은 인류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무대가 되고 있다. 달은 이미 50여 년 전에 인류가 발을 내디뎠고, 화성의 경우도 현재 인류가 직접 현지에 착륙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주는 인류가 직접 방문하기에는 너무 크고 멀다. 아무리 항공우주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물리적인 거리와 공간을 극복하면서 다른 행성이나 은하를 방문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일부나마 해소할 수 길은 바로 망원경을 통해 우주를 관측하는 것이다. 직접 행성이나 은하를 방문하는 것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족한 탐사 방법이지만, 그래도 인류가 보유하고 있는 과학의 수준으로 우주의 신비를 가장 빠르고 손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뛰어난 성능의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류는 그동안 다양한 형태의 망원경을 개발하여 우주를 관측해 왔다. 지상에서 우주를 직접 관측하는 천체망원경에서부터 시작하여 아예, 인공위성처럼 우주공간에 뜬 채로 관측하는 천체망원경에 이르기까지 위치와 방식 면에서 상이한 망원경들이 선을 보여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 호주 서부에 위치한 머치슨(Murchison) 지역에서 세계 최대의 전파 망원경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어 천문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SKA(Square Kilometre Array)라는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전파 망원경을 통해 우주 전체를 관측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시작됐다.
전 세계 전파망원경 연결한 네트워킹 망원경 방식
천체 망원경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인공적인 조명이 미치지 못하고 대기도 맑은 깊은 산 속에 위치한 천문대에 설치된 거대한 망원경을 떠올리기가 쉽다. 하지만 SKA는 그런 천체 망원경과는 거리가 있다.
SKA는 지름 15m에 이르는 대형 전파망원경 수천 개를 연결하여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고 외계생명체를 탐지하기 위해 개발된 네트워크 형태의 전파망원경이다. 여러 개의 작은 망원경이 모여 마치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처럼 작동하는 형태인 것이다.

따라서 엄밀하게 말하자면 SKA는 전파망원경이 아닌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SKA를 시설이 아닌 프로젝트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이들 전파망원경이 한 곳에 위치해 있는 것도 아니다. 국가별로, 지역별로 수백 km 이상 떨어진 곳의 전파망원경들을 통신으로 묶어 마치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호주를 비롯하여 유럽과 캐나다, 그리고 중국 및 인도 등이 다국적 컨소시엄을 이뤄 SKA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연결된 전파망원경들을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는 센터 성격의 전파망원경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컨소시엄은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SKA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최근 호주에서 첫 삽을 떴다.
우주 전체를 관측하여 빅뱅 같은 수수께끼 해결
인공적인 빛에 의한 방해나 통신과 관련된 간섭이 없는 외딴 지역에 위치한 채 설치가 되기 때문에 이 광대한 네트워크는 세계에서 가장 맑은 밤하늘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컨소시엄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호주에 건설되는 본부 성격의 센터 관측소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넓은 대지에 약 13만 개의 안테나를 설치해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는데, 이들 안테나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만 해도 하루 157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연간으로 따지면 4.9제타바이트(ZB)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데이터가 모아지게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건설되는 또 다른 SKA는 호주보다는 규모가 작아서 하루 2TB, 연간으로 치면 62엑사바이트(EB) 정도의 데이터가 생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정도의 관측 데이터를 처리하게 되면, SKA는 해상도가 기존의 전파망원경보다 50배나 높으며 관측 속도도 1만 배 이상 빠를 것으로 컨소시엄은 예측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막대한 규모의 SKA를 건설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주 전체를 관측하고 싶다는 인류의 오랜 염원 때문이다. SKA의 관측 능력을 최대로 높이면 10억여 개의 은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SKA는 그동안 천문학계가 의문을 가졌던 사안에 대해서도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컨소시엄 측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우주에 흩어져 있는 가스들의 원시 분포를 관측하면 우주가 어떻게 점진적으로 밝아졌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른 전파망원경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해상도와 관측속도를 이용하여 지구와 유사한 환경의 행성이나 태양계와 비슷한 항성과 행성의 집합체도 조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SKA의 성능에 대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리처드 실리지(Richard Schilizzi)’ 박사는 “블랙홀의 상태나 초기 은하와 같은 천체의 여러 현상들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지식을 확장시켜 줄 것”이라고 언급하며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우주의 새로운 현상들을 발견하게 해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SKA의 본격적인 가동 시점을 컨소시엄 측은 2030년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50여 년 정도 운영되다가 2080년경에 마무리될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데, 그 기간 동안 SKA는 우주의 생성 원리와 빅뱅의 원인, 그리고 외계생명체의 존재 여부 및 암흑에너지 등의 정체를 을 밝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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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7-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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