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슈퍼 지킴이’가 등장했다. 비목표 물질과 혼합된 상태에서도 목표물의 냄새를 정확히 탐지하는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어 밀수품 탐지견에 뒤지지 않는다. 몸집이 작아 구석구석 누비고 다닐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훈련 시간은 짧지만 효과는 빠르고 정확하게 나타난다. 심지어 ‘이 일’을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장비들보다 훈련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이처럼 뛰어난 효율성과 트레이너와의 유연한 작업으로 소위 ‘라이징 스타’가 된 주인공은 바로 아프리카 큰주머니쥐(African giant pouched rat)이다.
훈련받은 아프리카 큰주머니쥐가 야생동물 밀수를 탐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10월 30일 자 Frontiers in Conservation Science에 실렸다. 연구진은 이들의 훈련 과정과 결과를 공개하면서 곧 국제 야생동물 밀매를 단속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빨간 조끼를 입은 ‘순찰 요원’
글로벌 비영리단체 아포포(APOPO)는 최근 훈련받은 아프리카 큰주머니쥐(African giant pouched rat)들이 야생동물 밀거래를 탐지하는 데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후각이 우수한 큰주머니쥐를 밀렵 동물의 몸에서 나오는 특정 화학물질을 감지하도록 훈련하여 밀거래를 탐지하는 데 투입한 결과를 다루고 있는데, 논문에 따르면 표적의 약 83% 이상을 색출하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탄자니아 아포포 연구본부에서 수행된 이 연구는 생년 1년 안팎의 쥐 11마리(최종 8마리)를 대상으로 기본 훈련, 냄새 감지 훈련, 밀거래 경로 추적 훈련, 실제 상황 훈련 등의 단계별로 훈련을 시켰다. 기본 훈련은 사람의 명령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법을 위한 단계이고, 이후에는 여러 냄새가 섞인 상황에서 표적 냄새를 구별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이 훈련에 사용된 표적물은 천산갑 비늘, 코뿔소 뿔, 코끼리 상아, 아프리카 흑단나무인데, 이것이 다른 일반 화물 146종과 섞인 상황에서도 표적물을 발견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여기저기 탐색하는 작지만 ‘큰주머니쥐’
연구팀은 큰주머니쥐 훈련은 기존의 탐지 기술보다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몸집이 작아서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이며, 밀폐공간이나 이동 중인 교통수단 안에서도 야생동물 밀거래를 탐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밀거래 탐지장치나 전자 검사장비 설치비용 및 탐지견 훈련 비용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다는 큰 장점이 있다. 실제로 큰주머니쥐 훈련 비용은 한 마리당 7천~8천 달러(약 950~1100만 원) 선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큰주머니쥐들이 밀수품을 식별하면 그곳에 서서 앞발로 옷에 부착된 버튼을 당겨 경보를 울리게 하는 훈련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훈련 쥐들의 수를 늘려 창고와 터미널까지 활동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포포(APOPO, A Pathway to Peace)는 아프리카의 내전 기간에 광범위하게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는데 큰주머니쥐를 훈련·활용해 온 단체다. 이미 큰주머니쥐의 뛰어난 후각 능력과 훈련 방법을 연구해 온 만큼 야생동물 밀거래 현장에서도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야생동물 불법 거래의 심각성
야생동물 불법 거래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를 넘어 생물 다양성 및 지구 생태계에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한, 야생동물 불법 거래 과정에서 사람과 동물 간에 질병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심각한 위험 요소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의 원인으로 야생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되었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이는 불법 야생동물 거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국제협의기구 CITES(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는 과도한 포획과 거래를 방지하고 전체 거래량을 관리하는 등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불법 거래를 막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야생동물기금 아시아태평양 단장 크리스티 윌리암스(Christy Williams)는 “야생동물 불법 거래는 더 이상 야생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안보, 인간 보건, 경제에 걸친 심각한 문제이며 위협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케이트웹 듀크대학 교수 역시 “야생동물 불법 거래의 근절이 우리의 최종 목표”라면서, “이번 연구가 야생동물 불법 거래 탐지에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김현정 리포터
- vegastar0707@gmail.com
- 저작권자 2024-11-11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