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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과학향기 이원호 칼럼니스트
2021-07-30

실물이 아닌 디지털 작품이 785억에 팔렸다? 제3639호 하나뿐인 예술작품으로 변신한 블록체인, N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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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그림이 비싼 값에 팔린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미국의 ‘비플’이라는 디지털 아티스트는 대표적인 예술품 경매인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매일: 첫 5000일’이라는 제목의 이미지 파일 하나를 내놨다. 이 이미지 파일은 작가가 5000일간 모은 이미지를 하나로 모아 만든 콜라주 작품이다. 실물이 아닌 이 디지털 작품의 경매가는 693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785억이었다. 도대체 이 디지털 작품이 뭐가 특별하길래?

실물이 아닌 작품인데도 크리스티 경매에 나와 785억이라는 엄청난 금액에 팔린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 ⓒ크리스티

디지털 작품에 유일무이한 속성을
엄청난 가격에 팔린 이 작품에는 NFT(Non-Fungible Token) 기술이 적용됐다. NFT란 대체 불가능 토큰이라는 뜻인데, 쉽게 말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증명하고 복제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제는 너무나 잘 알듯이 블록체인이란 데이터들을 체인 형태로 연결된 블록에 저장함으로써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열람하면 연결된 누구나 그 결과를 알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바로 이 블록체인을 그림이나 영상 같은 디지털 파일에 적용하면 복제가 너무나 쉬운 디지털 예술 작품에도 나만의 소유권을 붙일 수 있다.
그래서 NFT 그림은 실물 그림과 똑같이 대체 불가능한 작품인 것이다. 그에 더해 실제 예술 작품이 가질 수 없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예술 작품을 둘러싼 각종 진위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 시장에서는 어떤 작품이 위작인지 아닌지 가려내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때로는 법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기도 한다. 작가의 고유한 스타일을 분석해서 모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NFT는 이 작품이 진품을 증명하는 고유값을 가지고 있고 복제가 불가능해 모사가 있을 수 없다. 현재 NFT는 이더리움이라는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더리움이라는 코인에서 제공하는 토큰에 자신의 디지털 작품을 업로드하고 정보를 기입하면 간단히 NFT로 변환된다.
이런 디지털 그림은 전자책과 마찬가지로 보관 장소도 관리도 필요 없다. 무단복제나 해킹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영원히 디지털 세상 속에서 단 하나의 작품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게다가 거래 또한 자유롭다. 기존 예술품은 여러 절차를 거쳐 거래된다. 예술품 매매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협회나 화랑을 통해 구매하고 그 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NFT는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없기 때문에 시간과 거리의 제약 없이 인터넷 전송만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미술 시장의 대중화
현재는 NFT 거래소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니프티 게이트웨이’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여자친구이자 가수인 그라임스가 작품을 판매해 65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유명해진 NFT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작가들의 신작이 출시되어 선착순으로 구매할 수 있다. 최초 판매가는 작가가 정한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발매 시간을 기다렸다가 신청하면 된다. 이런 작가와 구매자 간 일차 시장을 가리켜 드롭(Drop)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드롭은 수량이 한정돼 있어 구매에 실패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오픈에디션(Open edition)’을 이용하면 된다. 오픈에디션이란 한정판 작품 판매 후 약 10분 동안 판본을 최대 9999개까지 발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각 판본에는 고유 번호를 매겨 ‘정품’임을 보증한다. 마치 팝아트와 같다.

현재 NFT 시장에서는 그림 말고도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가 거래되고 있다. 트위터 CEO 잭 도르시의 첫 트윗은 경매가 250만 달러(약 27억원)를 경신했다. NBA 공인 하이라이트 영상 전용 거래 공간도 생겼으며 가상의 고양이 캐릭터를 사고 파는 곳도 있다.

NFT는 모든 디지털 상품에 적용될 수 있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 미술 시장뿐만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시장을 혁신할 것이라 기대된다. ⓒshutterstock

NFT는 상류층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예술품을 대중적으로 만들고 미술 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NFT가 앞으로 예술 시장과 창작 행위를 어떻게 바꾸어나갈지 자못 기대된다.
글: 이원호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발간하는 ‘과학향기’ 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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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2021-07-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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