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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림 탐사선, 다시 잠들다.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 슬림 탐사선이 달의 밤이 찾아오기 전 마지막 사진을 전송했다. 과연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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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달 착륙선, 슬림

일본의 역사적인 달 착륙선 ‘슬림(SLIM: Smart Lander for Investigating Moon)’은 달의 추운 밤을 앞두고 다시 전원이 꺼졌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은 슬림 탐사선이 다시 깨어난 기간 동안 충분한 양의 달 사진과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지만, 달의 긴 밤이 지난 후 슬림 탐사선이 다시 깨어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 일본의 슬림 착륙선, 다시 깨어나서 활동을 시작하다!)

지난 2023년 9월 7일 지구를 떠났던 슬림 탐사선은 엔진 문제에도 불구하고 2024년 1월 19일에 시올리 분화구 가장자리에 정밀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 일본, 세계 다섯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하다) 정밀 착륙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탐사선의 태양전지가 서쪽을 향하고 있었기에 예상했던 수준의 햇빛을 받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1월 20일, 슬림 탐사선은 탑재되어 있던 예비 전력을 대부분 소모하며 전원이 꺼졌고 이로 인해 당시 달 표면에서의 촬영 시간, 작업 시간은 매우 짧을 수밖에 없었다.

달의 암석 ‘아키 이누(크기: 63 cm)’. 일본의 달 착륙선 SLIM의 다중 대역 분광 카메라 장비가 근적외선을 이용하여 달의 암석 아키 이누를 촬영하였다. 아키 이누는 슬림 탐사선으로부터 대략 18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 JAXA, Ritsumeikan University, University of Aizu

하지만 당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포기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했고, 이들의 예상대로 착륙 후 거의 열흘이 지난 후 마침내 태양 전지 패널에 태양열과 에너지가 공급되면서 슬림 탐사선은 극적으로 깨어나기 시작했다. 슬림 탐사선이 깨어나자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탐사선의 다중 대역 카메라(MBC: MultiBand spectroscopic Camera)로 달 표면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반사된 태양광의 빛의 시그니처, 즉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감람석과 기타 광물을 찾아낼 수 있도록 설계된 다중 대역 카메라는 촬영을 통해서 얻어진 사진과 데이터를 통해 달 표면의 구성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다시 깨어난 슬림, 또 다시 잠들다.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

하지만 다시 깨어난 슬림 탐사선의 활동 예상 시간 자체가 약 4일 정도로 길지는 않았다. 탐사선은 달의 시간을 기준으로 낮에만 활동할 수 있었기에 달의 밤 시간 활동 여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당초 활동 예상 시간은 14~15일 정도(달의 하루는 지구 시간으로 대략 30일)였는데, 예비 전력 소진으로 이미 10일간의 긴 잠을 자고 있던 슬림 탐사선에게 다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지구 기준 4일도 채 되지 않았던 셈이다.

이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1월 31일과 2월 1일 X(이전 트위터)에 SLIM의 내비게이션 카메라로 촬영된 최종 이미지를 게시하며 탐사선이 예상대로 휴면 상태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1월 31일 X(이전 트위터)에 SLIM의 내비게이션 카메라로 촬영한 최종 이미지를 게시하며 우주선이 예상대로 휴면 상태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JAXA/X

슬림 탐사선의 달 착륙 성공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는 달 기지를 건설하여 더 먼 우주로 나아가는 큰 그림을 그렸던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아쉬움을 표하며 약 14.5일 동안의 달의 밤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2월 15일경 시작되는 달의 낮을 기다리며 온도 조건과 조명 조건이 좋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슬림 탐사선을 다시 부활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탐사선이 다시 깨어나려면 탐사선이 섭씨 영하 130도(화씨 영하 208도)에 달하는 달의 적도 밤 기온을 견뎌내야 하기에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목표를 이미 성공적으로 마친 슬림 탐사선

슬림 탐사선이 깨어나든 깨어나지 않든, 이 우주선은 이미 정밀 착륙에 성공했으며 작은 소형 탐사선(로버)들을 성공적으로 배치시켰다. 이를 통해서 탐사선과 지구 그리고 부수적인 기계들의 상호 운용성을 입증하고, 풍부한 과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잠시 잠들어있었던 슬림 탐사선은 임무 목표의 대부분을 이미 성공적으로 달성한 셈이다.

1월 19일 달 착륙 직후(왼쪽)와 약 10일 후 전원이 복구된 후(오른쪽) 일본의 슬림 탐사선에 탑재된 멀티밴드 분광 카메라(MBC)가 촬영한 달 표면의 모자이크 이미지. 태양의 방향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뀌면서 달 표면에 드리워진 그림자도 달라졌음이 확인된다. © JAXA

 

대량의 분광 영상 데이터 분석은 이제 시작이다

2월 5일부터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슬림 탐사선이 다중 대역 스펙트럼 카메라로 촬영한 분화구 주변의 암석과 이와 관련한 대량의 분광 영상 결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암석을 식별하고 광물의 화학 성분을 추정하는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이를 통해서 달의 기원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껏 기대를 보이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가 슬림 탐사선의 착륙 지점을 시오리 분화구로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위 장소는 달의 형성에 대한 많은 정보를 지니고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달의 형성에 가장 유력한 이론은 거대한 천체가 지구와 충돌한 후 만들어졌다는 이론이다. 만약 위 이론이 사실이라면 달의 맨틀 대부분이 지구의 암석과 유사할 가능성이 있다. 천문학자들은 분화구 표면 근처에서 분출된 일부 달 맨틀 물질이 발견되어 추가 연구를 위한 샘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월 1일에 슬림 탐사선에 탑재된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살펴보면 달 근처 착륙 지점인 시올리 분화구의 경사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볼 수 있다. © JAX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는 과학적 결과가 분석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첫 달 탐사선이 다시 깨어나지 않는다면 달의 밤이 깊어지기 직전에 주변을 촬영한 마지막 사진을 끝으로 탐사선의 활동이 모두 종료될 전망이다. 한편 2월 1일에 슬림 탐사선에 탑재된 카메라로 촬영된 이미지를 보면 달 근처 착륙 지점인 시올리 분화구의 경사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볼 수 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4-0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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