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히스트와 사디스트는 폭력적인 행위에서 성적 쾌락을 느끼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언뜻 보면 섹스와 폭력은 사뭇 멀어 보인다. 하지만 마조히스트, 사디스트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심각하게는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성범죄자도 있는 것을 반추해보면 섹스와 폭력이 마냥 상관없는 것만 같지는 않다.
2011년 뉴욕대에서 앤더슨 교수와 그 연구진이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뇌의 구조를 들여다보니 폭력을 관장하는 부분과 섹스를 담당하는 부분은 뇌의 시상하부에 VMHvl이라는 부분에 함께 있었고, 심지어는 폭력을 담당하는 부분과 섹스를 담당하는 부분의 일부는 겹쳐 있었다. 다시 말해 어떤 세포들은 섹스를 할 때와 폭력적인 행위를 할 때 모두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 폭력과 섹스를 동시에 관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VMHvl의 세포들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16개의 전극 다발을 VMHvl에 꽂아 쥐에게 섹스 또는 폭력적인 행위를 하게 한 후 VHMvl에서의 활성을 세포 단위로 관찰했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수컷쥐의 세포들 중 대부분이 자신의 집에 다른 수컷이 등장했을 때 활성화됐지만, 암컷이 등장했을 때에는 억제되는 것을 관찰됐다. 성적인 환경에 반응하는 세포들이 싸움을 관장하는 세포들을 억제하는 경향성을 보인 것이다.
연구진은 이 메커니즘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서 싸움을 관장하는 부분을 자극하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 결과, 싸움을 관장하는 세포들을 광유전학을 통해 활성화시켰더니 쥐는 실제로 주변에 등장한 동물과 싸우는 횟수가 크게 늘었다. 심지어 주변에서 장갑을 움직여주기만 해도 그 장갑을 공격하려 하였다. 광유전학이 싸움을 관장하는 부분을 자극하는 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또한 연구진은 섹스가 싸움에 관장하는 세포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컷이 암컷과 같이 있는 상황을 여러 단계로 나누어 싸움을 관장하는 세포들을 활성화시켜보았다.
그들은 수컷이 암컷에게 올라타기 전, 삽입 중일 때, 삽입 중간, 사정 후로 나누어 싸움을 관장하는 세포들을 자극했고 그때마다 수컷이 암컷을 공격하는 빈도가 달랐다. 암컷이 올라타기 전과 사정 후에 암컷을 가장 많이 공격하였고, 삽입 중간중간에 자극했을 때는 그보다 적은 빈도로 암컷을 공격했다. 하지만 삽입 중일 때에는 암컷을 거의 공격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섹스를 관장하는 세포들이 싸움을 관장하는 세포들을 억제하는 정도는 쥐가 섹스와 가까운 행동을 할수록 급격히 늘어난다는 것이다.

만약 섹스와 폭력을 관장하는 뇌의 신경망이 망가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면 마조히스트나 사디스트 등의 폭력적인 행동과 성적 쾌락을 느끼는 사람들의 행동 사이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만약 섹스를 관장하는 세포가 싸움을 관장하는 세포를 억제하는 신경망이 망가져 있다면, 혹은 더 나아가 오히려 이 두 세포 집합 간의 신경망이 서로를 활성화시키는 신경망을 이루고 있다면 충분히 마조히스트나 사디스트의 행동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하버드 의학 대학의 클리포드 세이퍼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두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성범죄자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폭력적인 성범죄자의 VMHvl에서의 신경망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 한다면, 이 부분에 약물을 투약하거나 유전자 치료를 통해 신경망을 정상적으로 돌려 놓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섹스와 폭력은 서로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었고, 이 사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와 관련된 연구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어 더 나은 세상이 오길 기대해본다.
- 신치홍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20-09-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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