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빛으로 동작하는 양자 엔진(양자 열기관·quantum heat engine)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안경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초방사(超放射, superradiance)를 활용한 양자 엔진을 실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광학 분야 유력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실렸다.
초방사란 들뜬 상태(excited state·에너지가 높은 상태)의 원자들 간 결맞음이 발생하며 강한 빛을 내는 현상이다.
그간 학계에서는 초방사 이후 빛의 압력(광압)을 활용해 양자 열기관을 구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론 수준의 아이디어가 제안돼왔다. 안 교수 연구팀은 이 아이디어를 세계 최초로 실험을 통해 구현했다.
연구팀은 우선 원자가 통과할 수 있는 아주 작고 얇은 일종의 '체'를 만들었다.
체는 10㎚(나노미터) 두께의 실리콘 나이트라이드 박막에 가로 280㎚, 세로 190㎚ 크기의 구멍 1천여 개를 체스보드 패턴으로 뚫어 만들었다. 나노구멍의 간격은 바륨 원자가 내는 빛의 파장인 791㎚로 했다.
연구팀은 체에 초속 800m의 바륨 원자 빔을 입사시키고, 수직 방향으로는 상태 제어용 레이저를 쐈다.
이때 구멍을 통과하는 원자들은 양자중첩상태에서 동일한 위상을 갖게 되면서 보강간섭을 일으키고, 초방사할 준비를 하게 된다.
이후 원자는 공진기를 통과하며 빛을 방출하고, 빛은 엔진 내부 양쪽에 설치된 거울을 약 100만 번 오가며 거울에 작용하는 압력(광압)을 높인다. 압력이 높아지면 공진기가 팽창한다.
한편, 수축할 때에는 공진기와 레이저의 상대적인 주파수를 조절해 원자 간 결맞음이 일어나지 않게 했다. 그러면 원자 파동 간 상쇄간섭이 일어나며 공진기가 냉각된다.
빛의 압력으로 거울은 엔진의 피스톤 역할을 하며 움직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엔진의 온도는 최고 15만도, 효율은 98%를 달성하는 것으로 실험 결과 나타났다.
연구팀은 레이저를 활용해 원자들의 양자 위상을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원자들이 빛을 강하게 방출하는 현상을 빠르게 조절할 수 있음을 실제 실험을 통해 보였다.
양자역학 원리로 작동하는 양자 엔진은 고전 열역학 법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므로, 이론적으로는 고전 열역학법칙에 따른 엔진(열기관)의 최대 효율인 '카르노(Carnot) 효율'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안경원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빛으로 동작하는 초방사 양자 엔진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첫 사례"라며 "원자물리 및 양자정보처리 등의 분야에 기여하였을 뿐 아니라, 엔진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A photonic quantum engine driven by superradiance'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2-07-2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