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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21-03-08

새롭게 주목받는 신재생 에너지원 '중력'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하여 전력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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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신재생에너지라고 하면 대부분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한 에너지를 떠올리기가 쉽다. 하지만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익숙하지는 않지만, 신재생에너지로서의 가능성은 태양광이나 풍력보다 더 유망한 에너지원이 있다. 바로 중력(重力)이다.

블록을 올렸다가 내릴 때 발생하는 중력에너지로 전력을 확보하는 시스템 ⓒ Energy Vault

중력은 지구 위의 물체가 지구로부터 받는 힘이다. 따라서 이를 잘만 활용하면 임의의 물체에 저장되는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고, 이 운동에너지는 다시 전기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적정기술로 발전하는 중력에너지 활용 램프

중력이 새로운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는 ‘전기 공급이 없어도 어두운 밤을 밝힐 수 있는 램프(lamp)’가 발명되고 나서 부터다. 그래비티라이트(Gravity Light)라는 이름의 이 LED 램프는 중력에 의해 빛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영국의 가전제품 디자이너인 ‘짐 리브스(Jim Reeves)’와 ‘마틴 리디포드(Martin Riddiford)’는 우연한 기회에 아프리카를 방문했다가 등유 램프를 사용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며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고, 화재 사고의 위험성이 높으며,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기후변화를 앞당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등유램프를 사용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주민들은 자주 호흡기 질환을 앓았고, 화재 사고도 수시로 겪었다.

리브스와 리디포드는 이같은 주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그동안 배웠던 경험과 지식을 총동원하여 중력에너지로 작동하는 LED 램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중력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램프라고 하니 상당히 복잡한 장치가 내장된 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래비티라이트는 의외로 간단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비티라이트의 구조와 원리 ⓒ engineering for chane

우선 10kg 정도의 돌이나 모래로 채운 주머니를 준비해야 하는데, 이 주머니들은 줄을 잡아당기면 올라갔다가 줄을 놓으면 천천히 떨어지도록 설계되었다. 주머니가 천천히 떨어질 수 있도록 리브스와 리디포드는 낙하하는 단계마다 톱니바퀴를 장착하여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리디포드는 “주머니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천천히 내려가게 되면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게 된다”라고 설명하며 “운동에너지가 톱니바퀴를 움직일 때마다 0.1와트(W)의 전기를 생산하게 되는데, 이렇게 생산된 전기가 LED 램프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머니를 올리기 위해 줄을 몇 초만 당겼다 놓아도 약 20분 정도 LED 램프로 빛을 낼 수 있는 만큼, 효율이 뛰어난 편이다. 또한 그래비티라이트를 설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능하며, 배터리도 필요하지 않아서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등유 램프처럼 연기도 나지 않아서 실내에 설치되어 있어도 언제나 맑은 공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그래비티라이트만의 최대 장점이다.

이같은 저비용 고효율의 성능 때문에 그래비티라이트는 현재 저소득 국가의 주민들을 위한 적정기술의 대표적 모델로 소개되고 있다. 저소득 국가 외에도 그래비티라이트는 재난재해 발생 시 자가 발전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과 콘크리트 이용한 중력에너지 저장 시스템

그래비티라이트처럼 무거운 물체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서 에너지를 확보하는 시스템을 ‘중력에너지 저장 시스템(gravity energy storage system)’이라고 한다. 중력에너지를 이용한다고 하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국내에서도 이미 중력을 이용한 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바로 ‘양수(揚水)’ 발전소로서 강원도 양양에 가면 국내 최대 양수 발전소를 만날 수 있다.

‘양수 발전(pumped storage hydroelectricity)’은 수력 발전의 하나이지만, 기존의 수력발전소와는 다르게 댐이 하나가 아니고 상부댐과 하부댐 2개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상부댐에서는 중력을 이용하여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 발전을 하고, 하부댐에서는 내려온 물을 양수기처럼 모터를 이용해 다시 상부댐으로 올려보내며 발전하는 것이 양수 발전의 핵심 원리다.

피스톤을 중력의 힘으로 상하로 움직여 에너지를 확보하는 시스템 ⓒ Gravity Power

미국의 에너지 전문기업인 그라비티파워(Gravity Power)는 양수 발전소처럼 물을 이용하여 중력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지하에 대량의 물을 저장한 다음, 그 물로 거대한 피스톤을 상하로 움직여 에너지를 저장하도록 설계되었다.

문제는 이 시스템으로 일정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무게 800만 톤 이상의 피스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라비티 파워의 설립자이자 엔지니어인 ‘짐 휘스케(Jim Fiske)’ 대표는 “800만 톤의 피스톤을 충분히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 있기 때문에 중력에너지를 이용한 시스템 개발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양수 발전처럼 물은 아니지만, 콘크리트를 이용하여 대규모 중력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으로는 스위스의 에너지 전문 스타트업인 ‘에너지볼트(Energy Vault)’가 개발 중인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110m 높이의 타워에 설치된 6개의 크레인으로, 무게 35톤의 콘크리트 블록을 상하로 움직여서 최대 80메가와트시(MW/h)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이들은 거대한 콘크리트 블록을 마치 레고 블록처럼 쌓아 올렸다가 이를 아래로 내릴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활용하여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1-03-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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