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암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뇨병 및 비만과 관련 신약 표적으로 연구되던 AMPK 단백질이 항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규명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현재 개발 중인 AMPK 활성화 약물들을 항암제로서 재평가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지원하는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을 수행 하고 있는 KAIST 정종경(鄭鍾卿) 교수 연구팀(세포성장조절유전체연구단)은 (주)제넥셀, 충남대 의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협력해 당뇨, 비만 관련 유전자로 알려졌던 AMPK가 세포 구조의 유지와 염색체 개수의 보존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AMPK(AMP-activated kinase)란 세포 내 에너지 고갈시 농도가 증가하는 AMP라는 물질을 인식해 그 활성이 증가하는 인산화 효소(단백질)를 말한다. 다시 말해 AMPK(AMP-activated Kinase)는 세포의 에너지가 부족하면 활성이 증가돼 대사 관련 효소들을 조절하게 된다. 그만큼 AMPK는 세포 및 조직 구조의 유지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그동안 AMPK는 당뇨병, 비만 등 여러 대사질환의 치료제 개발 표적 유전자로 큰 주목을 받아 왔다.
실례로 AMPK를 활성화하는 메트포르민(metformin)이라는 약은 강력한 혈당강하 작용이 있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노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유명한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역시 AMPK 활성을 증가시킨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AMPK 유전자가 완전히 상실된 모델동물을 처음으로 만들어 연구함으로써,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AMPK의 새로운 생체 기능을 찾을 수 있었다.
AMPK, "암, 당뇨, 비만 새로운 연구 방향 제시"
정종경 교수 연구팀은 초파리 모델동물과 인간 대장암 세포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AMPK가 항암단백질 LKB1의 신호를 받아 세포 골격을 이루는 액틴 미세섬유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울러 이러한 AMPK의 기능은 정상적인 세포구조 유지와 염색체 개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연구팀이 대장암 세포에서 AMPK의 활성을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면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구조가 정상적으로 변화되었다. 이 연구 결과는 AMPK의 활성 조절을 통해 일부 암의 치료 및 예방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AMPK는 당뇨병 및 비만과 관련하여 신약 표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되어 왔으며, 실제 AMPK를 표적으로 하는 많은 약물이 국내외에서 개발 중이다. 이번 연구로 AMPK가 암 치료의 표적으로 새로이 증명됨에 따라 이미 개발되거나 현재 개발 중인 AMPK 활성화 약물들을 항암제로서 재평가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이러한 연구에 필수적인 AMPK 유전자가 완전히 결손된 모델동물을 처음으로 확보함으로써, 앞으로 AMPK와 관련된 질환인 암, 당뇨, 비만 등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연구가 수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처(Nature 誌)는 연구성과의 중요성을 고려해 8일 속보판으로 이번 논문을 공개했고, 연구의 주요 내용은 특허 출원됐다.
◇용어해설
△ LKB1 : LKB1 유전자 결손시 장(腸) 내 종양이 대량 형성되는 포이츠-예거스 증후군(Peutz-Jeghers syndrome)을 일으키는 항암효소(단백질). 여러 다양한 종양 조직에서 LKB1 유전자의 결손이 보고됐다.
△ 액틴 미세섬유 : 액틴의 중합반응으로 만든 액틴 사슬 2가닥이 서로 꼬여 형성되며, 세포구조의 조절 및 세포분열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메트포르민 : 수백 년간 당뇨병 치료제로 쓰인 프랑스 라일락의 약효물질을 바탕으로 합성한 혈당 강하제로, AMPK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기능이 있다. 일반에는 글루코파지 등의 상품명으로 알려져 있다.
△ 레스베라트롤 : 포도껍질에 함유된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동물 실험에서 수명연장, 항암, 항염증, 항바이러스, 운동능력 향상효과 등이 보고되어 현대판 만병통치약의 후보로 각광받고 있다. 2006년도 네이처 誌에 실린 연구에서 AMPK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보고됐다.
- 우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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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7-05-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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