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정크푸드에 대한 세금 부과 방안을 제시한 이후 실제로 정크푸드 등의 유해식품에 대해 비만세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어 주목을 끈다. 비만세는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제품에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을 뜻한다.
OECD는 지난 2월 ‘글로벌 식품 및 농업을 위한 대안적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건강을 해치는 식품을 생산․소비하는 데서 벗어나 좀 더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식생활로 유도하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고 각국에 정책을 권고했다. 그 구체적인 예로 고지방 음식 및 정크푸드 등의 유해음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제일 먼저 포문을 연 건 미국의 필라델피아다. 지난 6월 필라델피아 시의회는 청량음료에 대한 세금인 일명 ‘소다세’를 통과시킴으로써 미국 대도시 중에서는 처음으로 소다세를 부과하는 도시가 됐다.
필라델피아는 내년 1월 1일부터 설탕이나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청량음료 1온스(약 28그램)당 1.5센트의 소다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콜라나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를 소다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현재 캘리포니아 주의 버클리 시에서만 소다세를 부과하고 있다.
케랄라 주, 인도 최초로 비만세 도입
지난 8월에는 남인도의 케랄라 주에서 인도 최초로 정크푸드에 비만세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인도의 비만 인구는 세계 3위 수준으로 비만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케랄라는 인도에서 비만율이 두 번째로 높은 주로서, 당뇨병과 비만이 상당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케랄라 주 정부는 지역민들의 비만 인구 감소를 위해 비만세 도입을 결정했다. 비만세 대상은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거의 모든 제품이 해당되는데, 이 같은 패스트푸드에 대해 약 14.5%의 비만세를 부과한다. 현재 케랄라 주가 도입한 비만세는 적용대상이 패스트푸드에 한정되지만, 앞으로는 설탕 및 지방 함량이 높은 고칼로리 가공식품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엔 프랑스도 내년도 정부예산법(안)에 정크푸드에 대한 세금 도입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재무부가 정크푸드에 대한 사회보장 기여세를 제안할 계획임을 밝힘으로써, 정크푸드세가 이번 가을 국회에서 2017년 정부예산법(안)과 함께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지난 2012년부터 설탕 또는 감미료를 첨가한 음료수에 대해 기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강력한 세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이에 따라 칼로리나 영양가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안이 유력한데, 이를 적용하게 되면 정크푸드의 소비자가격이 1~8%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재무부에 의하면 프랑스 국민 중 비만증 환자가 2012년 기준 약 980만명으로서 전 인구의 15%에 달한다. 또한 과체중 환자는 2460만명으로 인구의 32.3%이며 2030년에는 3300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사회보장기관의 진료 및 의약품 등의 경제부담은 비만증 128억 유로, 과체중 77억 유로 등 총 204억 유로로서 GDP의 1%에 달한다. 비만증은 당뇨, 고혈압, 관절, 호흡질환, 암, 우울증 등 합병증을 유발할 확률이 높아 사회 비용이 기타 질환보다 22%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덴마크는 비만세 도입 1년 만에 폐지해
프랑스 정부의 정크푸드에 대한 과세 방법으로는 사회보장기관을 위한 기여세 또는 부가가치세 인상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크푸드의 주 소비층이 저소득층 및 저교육층이라는 사실을 감안해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증가하는 방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현재 비만세를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헝가리와 멕시코 등이다. 헝가리의 경우 2011년부터 비만을 유발하는 설탕, 소금, 지방 함유량이 높은 가공식품에 대해 개당 약 40원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다. 멕시코는 2014년부터 탄산음료가 당뇨 및 비만의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 탄산음료 1리터당 1페소의 비만세를 도입했다. 영국의 경우 2018년부터 설탕세를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비만세의 도입에 대한 사회적 반발도 만만찮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초로 비만세를 도입했다가 1년 만에 폐지한 덴마크다. 덴마크에서는 포화지방이 2.3% 이상 함유된 모든 음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비만세를 2011년에 도입했으나 국내 식품기업에만 막대한 손해를 안긴 채 1년 만에 폐지됐다. 실제 효과는 미미한 대신 국민들이 부가세가 없는 인접 국가로 가서 식품을 구입해오는 부작용만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담배와 술에 대해서는 특별 과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비만세의 도입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국인의 비만율이 그리 높지 않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 뿐더러 특정 식품의 가격을 올리는 것이 서민층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정부는 지난 4월 발표한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통해 가공식품 등에 함유된 당류 섭취량을 1일 열량의 10% 이내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16-10-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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