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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5-10-08

보아도 상상할 수 없는 '아판타시아' 세계 인구의 2.5%가 '시각실인'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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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가 없다면 무언가를 보고 그것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형태, 색 어떠한 것이든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시각장애가 없음에도 보았던 것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다.

이는 실인(Agnosia)의 일종인 시각실인(visuelle Agnosia)이다. 실인은 시력, 청력, 청각 등 1차적인 지각기능에는 장애가 없지만, 대상물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뇌의 일부에 병변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인지불능증 중에 하나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보아도 그것의 모양이나 색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스마트폰'으로서는 인지하지 못하고 만져야만 알 수 있다. 시각실인이 바로 대표적인 실인증의 예이다.

전 세계 인구의 2.5%가 시각실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2~3명꼴로 나타나는 셈인데, 그렇게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아담 제만(Adam Zeman) 엑서터 의과대학(University of Exeter Medical School, UK) 교수는 지난 6월 학술지 '피질'(Journal Cortex)을 통해 발표한 연구이다. (원문링크)

눈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시각적으로 떠올릴 수 없다면 어떨까. 전 세계 인구의 2.5%가 이런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 ⓒ ScienceTimes
눈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시각적으로 떠올릴 수 없다면 어떨까. 전 세계 인구의 2.5%가 이런 증상을 경험하고 있다. ⓒ ScienceTimes

2005년 한 환자가 뇌 과학자인 아담 제만 교수를 찾아오면서 아판타시아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 환자는 간단한 수술 뒤 어떠한 이미지를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담 제만 교수를 찾아갔다.

아담 제만 교수는 이러한 사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일련의 검사를 통해 이 환자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어서 유명인의 얼굴을 보여주었고, 이 환자는 문제없이 이들을 알아보았다.

문제는 다음 실험에서 나타났다. 유명인의 이름을 주고 얼굴을 상상해보라고 했는데, 이 환자는 시각적으로 떠올리지 못했다. 실험을 진행하면서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분을 확인했는데, 이 실험에서는 얼굴 인식과 관련된 부분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환자의 사례를 아담 제만 교수는 2010년 학술지 '뉴로사이콜로지아'(Journal Neuropsychologia)를 통해 발표했다. 놀라운 것은 이 연구가 발표되자 많은 사람이 아담 제만 교수에게 연락을 해왔다. (원문링크)

'마음의 눈'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에게 연락이 오자 아담 제만 교수는 정식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사람들에게 '마음의 눈'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보냈고, 이 중 21명이 답을 보내왔다. 답을 보내온 대부분은 질문들에 대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기한 것은 이들의 대답이 매우 흡사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집에 있는 창문의 수를 물었을 때, 14명이 정확하게 답을 했다. 창문의 '수'는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창문의 모양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못했다.

아담 제만 교수는 여기서 하나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후천적으로 어떠한 사고를 통해 시각실인 증상을 갖게 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증상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담 제만 교수는 이 증상에 '아판타시아'(aphantasia)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마음속으로 상상하고 떠올리는 것을 '판타시아'(phantasia)라고 부른데서 착안한 이름이다.

실제로 얼마나 흔한지 조사 중에 있어

선천적인 아판타시아는 시각화를 담당하는 뇌 영역이 다르게 기능하고 있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상적 사건이 원인이 아니라 뇌 영역의 기능이나 형태가 선천적으로 다를 것이라는 추측이다.

아담 제만 교수가 처음에 접했던 환자의 경우에는 후천적인 사고로 인해 생긴 아판타시아 증상이었다. 실제로 실험에서도 이 환자는 마음의 눈이 필요할 듯한 질문에 대해서도 대답했기 때문이다. 이 환자의 뇌가 시각적 문제를 우회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아담 제만 교수는 아판타시아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흔한지 조사 중에 있다. 엑세터 지역의 수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작했고, 아담 제만 교수는 꽤 드물게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이 나타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5-10-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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