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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20-10-16

병원체 공격하는 새 면역체계 발견 항생제 내성 대응 치료법으로 활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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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연구팀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인체 면역 방어 시스템을 발견했다.

이 면역 시스템은 세포 소기관인 지질 방울(LDs, lipid droplets)로 조절되는 방식으로, 인체에 침입하는 병원체를 유인해 제거할 수 있다.

스페인 아우구스트 피 수니어 생의학 연구소(IDIBAPS)와 바로셀로나대 및 스페인 국립심혈관연구센터(CNIC)가 주도한 미국과 호주, 브라질 국제연구팀은 새 면역 메커니즘을 확인해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16일 자에 발표했다.

국제 연구팀은 CNIC 및 바르셀로나 생의학 연구소(IIBB) 과학자들과 함께 휴먼 프런티어 과학 프로그램의 재정 지원을 받아 이번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IDIBAPS 알베르트 폴(Albert Pol) 교수가 ‘지질 소통 및 질병’ 팀을 이끌고, 호주 퀸즈랜드대 분자생물과학 연구소 로버트 파튼(Robert G. Parton) 교수가 연구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쥐과 동물의 미세아교세포의 염색 바탕에서 보이는 지질 방울(Lipid droplets). ©WikiCommons / Côtedesneiges

지질 방울, 항생물질과 복합체 구성해 병원체 대응

지질체(lipid bodies) 또는 아디포좀(adiposomes)으로 불리기도 하는 지질 방울은 우리 몸의 세포들이 영양분을 축적하는 작은 세포기관으로, 세포들이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방 형태로 에너지를 공급한다. 예를 들면 심장이 박동하도록 하거나, 간의 대사 기능 수행 혹은 근육이 움직일 수 있게 에너지를 제공한다.

알베르트 폴 교수는 “지질 방울은 우리 세포의 식료품 저장실과 같이 나중에 사용할 음식을 축적하는 곳”이라며, “이 같은 일은 효모나 곤충으로부터 식물과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핵세포 생물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숙주 세포를 감염시킬 때는 증식해서 수를 불리기 위해 많은 양의 영양분이 필요하고, 지질 방울에 침입해서 영양소를 얻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이 같은 감염에 대한 반응으로 지질 방울들이 병원체와 싸우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항생물질이나 항바이러스 단백질과 복합체를 구성해 협동해서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는 대식세포와 같은 전문 면역 세포뿐만 아니라 인체의 모든 세포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이런 방어 전략은 곤충에서도 관찰됨으로써 우리의 선천 면역이 진화하는 동안에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시사한다.

논문이 게재된 ‘사이언스’(Science) 지 16일 자. ©AAAS / Science

세포 선천 면역의 핵심

연구팀은 세포가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지질 방울에 많은 양의 항생물질과 항바이러스 단백질을 배치한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정상 세포와 감염된 세포의 표면적을 비교하기 위해, 세포들이 병원체와 접촉했을 때 지질 방울의 보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400개 후보 단백질들을 확인했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IDIBAPS 그룹 마르타 보쉬(Marta Bosch) 연구원은 “이들 단백질 가운데 여섯 개에 초점을 맞춰, 서로 다른 유형의 박테리아들이 감염을 시도하는 동안 이 단백질들이 세포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논문 공동 제1저자인 CNIC 기전 적응(mechano-adaptation) 및 소포체 생물학그룹의 미구엘 산체스-알바레즈(Miguel Sánchez-Álvarez) 연구원은 “세포 내부의 단일 구획 안에 있는 농축된 항생물질과 항바이러스 단백질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병원체의 독성을 줄이고, 나머지 세포 기구들이 정상적으로 기능토록 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IDIBAPS ‘지질 트래피킹 및 질병’ 그룹. 맨 왼쪽이 논문 공동 제1저자인 마르타 보쉬 연구원, 두 번째가 알베르토 폴 교수. © Francisco Avia / IDIBAPS

항생제 내성에 대응할 전략

이번 연구는 이 전략이 폭넓은 활용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작용 기전을 가진 수많은 항생물질과 항바이러스제가 있으므로 이를 조합하면 많은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은 또한 감염을 분쇄하기 위한 협력 메커니즘을 생성할 수 있다. 저자들은 “단백질 간에는 시너지 효과가 존재한다”며, “하나가 병원체의 막을 부수면 다른 하나는 유전 물질을 파괴한다”고 설명했다.

알베르토 폴 교수는 “지금까지는 지질 방울들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세포를 감염시킬 때 이를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폴 교수는 “오늘날 항생제에 대한 광범위한 내성이 퍼져 있음을 감안할 때, 이번 연구에서는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새 치료 전략 개발을 위한 중요한 방어 기전을 해독해 냈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20-10-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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