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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심재율 객원기자
2020-04-21

배터리 없이 로봇이 움직인다? 금속판 이용한 고성능 하베스터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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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이 독립적인 자체 전력을 필요로 할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배터리와 주변 환경에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하베스터(harvester)이다. 배터리는 내부에서 에너지를 저장해 사용해서 편리하지만, 무겁고 공급량이 제한적이다.

태양 전지판과 같은 하베스터는 배터리의 단점 중 일부를 해결하지만 새로운 단점을 감수해야 한다. 하베스터는 특정 조건에서만 작동할 수 있고 에너지를 유용한 전력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없다.

소형으로 만든 MAS 장치. 원을 그리며 금속판을 돌때 화학결합이 일어나면서 전기가 발생한다. ⓒUniversity of Pennsylvania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팀은 두 가지 기술의 차이를 메워주는 ‘메탈 에어 스캐빈저’(metal-air scavenger MAS) 장치를 개발했다. 이 MAS 장치는 최고의 에너지 하베스터 보다 전력 밀도가 10배,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13배 높다고 과학자들이 발표했다.

화학결합을 이용해서 즉석에서 전기 생산

이 금속-공기 스캐빈저는 전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화학적 결합을 반복적으로 깨뜨렸다가 형성함으로써 전력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배터리와 유사하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전기를 저장하지 않고 공급한다는 점에서 보면 마치 하베스터와 같이 작용한다.

이는 인간이 음식을 먹고 에너지를 얻는 것처럼, 기계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금속을 '먹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은 기계가 스스로 동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로봇공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이 기술은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연례 경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서 스핀 오프 기업들은 개발도상국에 저가의 조명장치를 공급하고, 도난 및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컨테이너용 센서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제임스 피쿨(James Pikul)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ACS 에너지 레터즈(Energy Letters)' 저널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이 MAS를 개발하게 된 동기는 로봇 제어기술과 로봇에게 동력을 공급하는 기술을 소형화 할 때 발생하는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칩은 더 작고 가벼워지지만, 배터리는 같은 비율로 작아지지 않는다.

피쿨 교수는 "컴퓨팅 성능과 에너지 저장 장치 사이의 이러한 역관계로 인해 소형 장치와 로봇이 장기간 작동하기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곤충 만 한 로봇은 있지만 배터리가 소진되기 전까지 1분만 가동할 수 있다.

게다가 배터리를 많이 넣는다고 해서 로봇을 더 오래 가동할 수도 없다. 더 큰 배터리를 넣으면, 로봇 덩치가 더 커지면서 로봇을 움직이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 답답한 반전 관계를 깨는 유일한 방법은 화학적 결합을 포장해서 배터리로 만들기 보다, 화학적 결합을 스스로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다.

태양, 열 또는 진동 에너지를 모아서 발생한 전기를 공급하는 하베스터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하베스터는 전력망에서 떨어져 있고, 배터리를 교환할 사람이 주변에 없을 수도 있다. 하베스터는 또 전력 밀도가 낮아 배터리가 전달하는 속도만큼 빨리 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다.

MAS 장치에서 전기를 발생하는 원리. ⓒUniversity of Pennsylvania

기존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개발한 MAS는 전원이 공급되는 장치에 연결된 음극에서 시작한다. 음극 밑에는 평평한 하이드로겔(hydrogel) 조각이 있는데, 하이드로겔은 물 분자를 통해 금속 표면과 음극 사이에서 전자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하이드로겔이 전해액 역할을 하는 것이다.

소형 로봇에 전기 공급 쉬워질 듯

과학자들은 연구 목적을 위해 소형 구동 장치를 MAS에 연결하고, 이 구동장치가 얇은 금속판 위에서 원을 그리며 돌게 했다. 구동장치에는 하이드로겔이 마르지 않도록 하는 소형 저수지가 설치돼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한다.

여분의 물의 무게를 감안하더라도 MAS는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13배나 높다.

연구원들은 아연과 스테인리스강을 이용해서 만든 얇은 금속판 위로 작은 운반체가 이동하도록 실험했다. 각기 다른 금속은 산화 정도에 따라 발생하는 에너지 밀도가 다르다. 산화 반응은 금속 표면에서 100미크론 이내에서만 일어나기 때문에, 작은 운반체가 돌아도 금속판을 손상시킬 위험은 거의 없다.

더 똑똑하고 더 능력 있는 로봇을 갖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로봇을 움직이기 위해 전기코드를 꼽아야 하는 제한에 묶어 둘 필요가 없다. 로봇은 인간처럼 스스로 에너지원을 찾을 수 있다고 피쿨 교수는 전망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20-04-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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