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기준 전 세계에서 4억t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생산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음식 배달 서비스 사용이 늘어나면서, 일회용 숟가락이나 그릇 등 플라스틱 폐기물이 더욱 급증했다.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려는 노력 없이는 앞으로 몇십 년 동안은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대 연구진은 9월 8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음식 배달 어플리케이션(앱)에서 일회용품을 받지 않는 것을 기본값으로 설정해두고, 이를 지킨 소비자에게 금전적 보상이 아닌 ‘그린 포인트’를 부여하는 간단한 정책이 소비자의 행동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다.
中 3개 도시에 ‘그린 포인트 정책’ 시범 도입

음식 배달 업계에서 일회용품 폐기물 감소는 중요한 문제다. 특히,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일회용품 생산 및 사용국이다. 2019년 기준 5억 4,000만 명 이상의 중국인이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매일 5,000만 세트 이상의 일회용 칼, 포크, 숟가락 등이 소비된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음식 배달 서비스에서 일회용품 사용량을 30%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구오준 헤 홍콩대 교수 연구팀은 중국의 온라인 업체 알리바바의 음식 주문 플랫폼인 엘레메(Eleme)와 협력하여 연구를 수행했다. 엘레메는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음식 주문 플랫폼으로 7억 5,3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연구진은 우선 플랫폼에서 ‘칼, 포크, 숟가락 없음’을 기본 선택으로 변경하고, 이 선택을 바꾸지 않았을 때 ‘그린 포인트’를 지급하는 정책을 만들었다. 또한 일회용품을 받더라도 고객이 필요한 일회용품 수를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팝업창을 추가했다. 그린 포인트는 고객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일정 수준 이상의 그린 포인트를 누적(온라인 음식 주문 1,000개 이상)하면, 고객의 이름으로 나무를 구입하여 심어준다.
헤 교수는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접근 방식을 행동 경제학 및 사회 심리학 분야에서는 ‘넛지’이라 부른다”며 “소수의 개인이 행동을 크게 바꾸도록 장려하기보다는 다수의 개인에게 자신의 행동을 어느 정도 바꾸도록 장려하는 넛지 전략을 음식 배달 서비스에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일회용품 없는 주문 6.5배 증가
연구진은 2019년에서 2020년까지 10개 주요 중국 도시에서 사용자의 음식 주문 기록을 분석했다. 3개 도시(베이징, 상하이, 톈진)은 그린 포인트 정책이 적용됐고, 다른 7개 도시(칭다오, 시안, 광저우, 난징, 항저우, 우한, 청두)는 적용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2019~2020년 최소 1번 이상 음식을 주문한 사용자 약 20만 명을 무작위로 추출했다.
분석 결과, 그린 포인트 정책을 적용한 도시에서는 일회용품 없이 음식을 주문한 비율이 20.1%포인트 증가했다. 기존 그룹에 비해 약 6.5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여성, 노인, 음식 배달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 등이 더 큰 행동 변화를 보였다. 또한 신규 도입된 정책이 엘레메의 사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 추가적인 분석을 통해 연구진은 기본값 변경과 선택지의 증가가 행동 변화의 주요한 요인임을 확인했다. 그린 포인트를 축적할 수 있는 인센티브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었다.

만약, 이 정책을 중국 전역에 적용한다면 연간 217억 5,000세트의 일회용 칼, 포크, 숟가락이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연간 326만t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없애고, 나무젓가락을 만드는데 쓰이는 544만 그루의 나무를 보존하는 효과다.
헤 교수는 “현재 소비자의 입장에서 플라스틱 소비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정책은 비닐 봉투 유상 구입 외에는 거의 없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간단한 유도책이 소비자의 행동을 바꾸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버이츠’나 ‘도어대쉬’ 같은 다른 음식 배달 플랫폼에도 적용하면 세계적인 플라스틱 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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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3-09-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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