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플로리다 주에 길이 약 240km의 산호초 군도가 있다. 플로리다키스 제도(Florida Keys)라고 하는데 제도의 거의 전역이 열대성의 관목으로 뒤덮여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지난 18일(현지 시간) 플로리다키스 제도가 소재한 먼로 카운티 자치정부는 화상을 통해 GM 모기 실험을 할 것인지를 놓고 공청회를 열었다. 이어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실험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지역 주민 표결 통해 GM 모기 살포 허가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 최초의 GM 모기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GM 모기를 방사해 모기 개체 수를 줄이고, 이들이 퍼뜨리는 질병을 어느 정도 줄여나갈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한 실험이다.
24일 ‘사이언스 뉴스’에 따르면 먼로 카운티 주민들은 거의 10년 주기로 뎅기열(dengue fever)에 시달려왔다. 이번에 찬반 토론을 하게 된 것은 이 지역에서 뎅기열 환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여름 들어 47명이 발생했는데 그 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을 두려움에 빠뜨리고 있는 중이다.
뎅기열을 퍼뜨리는 모기는 지카 바이러스로 유명한 이집트 모기(Aedes aegypti)다.
모기 속의 아르보 바이러스가 사람 몸속으로 들어와 혈액 안에서 질병을 일으키게 되는데 문제는 이 모기가 황열, 지카열, 치쿤구니야 열뿐만 아니라 급성열성 질환인 뎅기열도 유발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플로리다키스 제도에 서식하는 모기 종류가 45종에 달해 어떤 모기가 어떤 질병을 퍼뜨릴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방역당국에서 6대의 방제기를 통해 살충제를 살포했지만 사라진 모기는 30~50%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먼로 카운티 자치 정부는 공청회와 투표를 실시했고, 미국 최초의 GM 모기 실험을 허가하기에 이르렀다.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영국의 생명공학기업 옥시텍(Oxitec)에서 개발한 GM 모기 ‘OX5034’를 사용하고 있다. 유전자변형 수컷 모기를 야생으로 내보내 암컷과 짝짓기를 하게 한 후 자손 모기로 하여금 짝짓기를 할 수 없게 해 죽도록 설계된 모기를 말한다.
GM 모기에 대해서는 과학계에서 뜨거운 논란이 있었으나 시험 방출을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을 얻어냈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 실험이 시작되고 있는 중이다.
질병 예방효과, 생태계 영향 등 밝혀질 듯
과학자들은 GM 모기를 퍼뜨리기 위해 모기 알을 담은 박스를 제작 중이다.
그리고 내년 초 다수의 박스를 플로리다키스 제도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 박스 안에 들어있는 알들은 GM 수컷 황열 모기로 성장해 야생의 암컷 모기와 짝찍기를 하게 된다.
짝찍기 후에는 생식이 불가능한 자손 모기가 태어나 전체적으로 황열 모기 개체수를 줄여나가게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모기가 다른 모기들처럼 사람의 혈액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꽃 속에 있는 꿀이나 과일의 과즙을 좋아한다.
그런 만큼 개체 수가 아무리 늘어나도 사람의 피를 흡입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옥시텍 관계자들은 지금까지의 실험에 비추어 이 GM 황열 모기가 살포된 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을 의심치 않고 있다.
옥시텍에서는 그동안 2014년 축구 월드컵을 개최한 브라질에 GM 모기를 살포한 이후 지금까지 세계 전역에서 수백만 마리의 수컷 모기를 공급해왔다.
2016년 브라질 북동부 지역에서도 GM 모기를 살포했는데 야생 모기의 개체수가 90%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개체수의 감소와 뎅기열 환자 발생 수와의 상관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 중이다.
이로 인해 먼로 카운티에서 실시한 공청회에서 다수의 과학자들은 실험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또 다른 논란은 야생에 살포된 GM 수컷 모기들의 영향력이다. 다른 종에 영향을 미쳐 어느 시기에 가면 플로리다키스 제도 근처에 살고 있는 모기를 멸종시키고 생태계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반대측 과학자들은 이집트 모기가 미국 태생이 아니라 이집트 등 다른 곳에서 선적 등을 통해 전파된 외래종임을 강조하고 있다. 플로리다키스 제도에 살고 있는 이 모기의 개체수를 줄이면 생태계가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과학자, 주민들 사이에는 뜨거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사이트에는 23일 현재 5656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는 현재 실험 구역을 플로리다키스 제도 내 물이 고여 있는 지역을 기준으로 500m가 넘는 외곽 지역에서는 GM 모기를 살포하지 못하도록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GM 모기 실험은 세계적으로 과학기술을 이끌고 있는 미국에서 실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실험 과정 및 결과를 모델로 향후 다른 국가에서도 GM 모기 실험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강봉 객원기자
- aacc409@hanmail.net
- 저작권자 2020-08-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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