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우리나라는 콩(대두)을 식용으로 128만 톤이나 수입했다. 이 중 80%인 102만 톤의 콩이 ‘유전자변형(GM) 콩’이다. 또 식용으로 126만 톤의 ‘유전자변형 옥수수’도 수입했다. 2014년은 처음으로 100만 톤 이상의 유전자변형 콩을 수입했고, 식용 유전자변형 작물 수입량도 처음으로 200만 톤을 넘어선 해다.
재배면적의 85%가 GM 작물인 콩
유전자변형생물체(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특정한 종으로부터 해충에 강한 특성 같이 유용한 유전자를 얻어 이를 다른 종에 삽입하는 유전자변형기술을 이용해 새롭게 만들어진 생물체를 뜻한다. 옥수수와 콩, 연어 같은 농수산물에 적용되면 유전자변형 농수산물(GM 농수산물)이라고 하고, 유전자변형 농수산물을 원재료로 가공한 식품을 유전자변형식품(GM 식품)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유전자변형생물체에는 옥수수와 콩, 면화, 연어가 있다. 이 중 콩은 재배면적의 85%가 유전자변형 작물일 정도로 유전자변형 비율이 가장 높은 작물이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양을 수입하는 유전자변형 작물은 옥수수인데, 옥수수는 유전자변형 작물 재배면적이 32%로 콩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콩 자급률은 10%도 채 안 되는 7% 내외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콩이 수입콩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100만 톤 이상의 콩을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캐나다, 중국, 인도 등을 통해 수입하고 있다. 이 중 중국과 인도는 유전자변형 콩을 생산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캐나다 등 대부분의 나라는 유전자변형 콩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유전자변형 콩 대부분은 콩기름으로
식용으로 수입하는 콩은 크게 식품용과 가공용으로 나뉜다. 콩나물이나 두부, 두유처럼 식품용으로 직접 사용하는 콩은 대부분 일반 콩을 수입해 사용한다. 일반 콩 대부분은 GM 콩을 생산하지 않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반면 간장이나 콩기름처럼 가공을 거치는 식품에는 가공용 수입 콩을 사용하는데, 가공용 콩 대부분은 유전자변형 콩이다. 2014년에 수입한 102만 톤의 유전자변형 콩 대부분은 식용유, 즉 콩기름을 만드는데 쓰였다.
식용유는 과자를 만들거나 각종 음식을 만들 때 널리 쓰인다. 매일 먹는 기름에 튀기거나 볶은 음식에 식용유가 사용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일 식용유를 51g 섭취한다. 식용유를 이용한 음식을 매 끼니 또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먹고 있는 셈이다.
식용유로 쓰이는 콩기름은 포도씨유에 비해 60% 가량 저렴하고, 올리브유보다는 70%나 저렴하다. 유전자변형 콩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2000년대 초부터 사용이 줄다가 2008년 이후 국내 경기 침체로 저렴한 가격의 콩기름 소비가 다시 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판매량이 높았던 식용유는 유채꽃씨에서 얻은 카놀라유다. 콩기름보다 40% 가량 비싸지만 발열점이 높고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최근 카롤라유 상당수가 유전자변형 작물을 이용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용량이 줄고 있다.
GMO 콩 사용 여부 알 수 없는 GMO 표시제
가정에서 유전자변형 콩으로 만든 콩기름 대신 올리브유나 포도씨유 등을 사용하더라도 밖에서 사 먹는 음식에 콩기름이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국내 식용유 시장 규모를 보면 콩기름이 3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 세 번 매 끼니마다 식용유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다면 그 중 한 번은 유전자변형 콩을 이용한 콩기름을 먹는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식용으로 수입한 콩 80%가 유전자변형 콩임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서는 유전자변형 콩을 발견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대부분 유전자변형 콩을 사용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된 콩기름 식용유에서도 유전자변형 콩이 사용됐다는 표시를 발견할 수 없다. 마트나 동네 가게에서 콩기름 식용유나 카놀라유를 들고 함량 표기를 꼼꼼하게 살펴봐도 유전자변형 작물이 사용됐다는 표시는 발견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유전자변형생물체 표시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식품업계가 표시 의무를 피해갈 수 있는 맹점이 많다 보니 가공식품 상당수가 유전자변형 작물이 사용됐음에도 이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공 후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으면 유전자변형생물체 사용 표기를 면제하는 제도다. 유전자변형 콩으로 만든 콩기름이나 간장에는 DNA와 단백질이 남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유전자변형 콩을 사용해 만든 간장과 콩기름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간장과 콩기름에는 유전자변형 콩을 사용했다는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유전자변형 옥수수로 만든 당류(과당, 물엿, 올리고당)도 마찬가지다.
콩 DNA가 빠진 가공식품은 유전자변형 여부 확인 어려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종 제품에서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으면 유전자변형 여부를 검증할 만한 과학적 수단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유전자변형생물체 포함 여부를 확인하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관리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2014년 2월에 한국소비자원이 낸 보고서에서 국내 수입 승인을 받은 108종의 유전자변형생물체 중에서 검사가 가능한 것은 41%인 44종으로 확인됐다.
또 우리나라는 원재료 상위 5순위에 포함되지 않으면 유전자변형생물체 표기를 면제한다. 가공식품에서 주재료가 아니라면 유전자변형 작물 포함 여부를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유럽에서는 ‘GMO Free’와 같이 유전자변형생물체가 들어있지 않다는 표현을 적극 활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전자변형생물체가 들어 있다는 표기만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면 그 선택권을 소비자한테 주자’며 ‘유전자변형 식품 완전표시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국회에서도 유전자변형 식품 완전표시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유전자변형생물체는 인류가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식품이라는 점에서 수천 년 간 섭취를 통해 검증된 다른 식품과 달리 근본적인 위험성을 안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도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안정성에 대해서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유전자변형 식품이 해롭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광우병을 예로 든다. 광우병은 소가 동물성 사료를 먹은 지 10년 뒤에 발생했고, 그리고 10년이 더 지나서 사람에게 나타났다. 즉 사람에게 해롭다는 것은 증명되는 데까지 20년이 걸렸다. 이처럼 유전자변형 식품도 사람에게 해롭다는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안정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박응서 객원기자
- gopoong@gmail.com
- 저작권자 2016-02-04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