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학적 현안과 이슈들에 대해 언론인과 과학자, 그리고 분야별 전문가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2020 과학기자대회’가 지난 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최됐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로 온라인상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과학 및 의학 담당 기자들이 선정한 4개 주제인 △감염병 연구개발 △과학언론의 역할 △원격의료 △사용 후 핵연료 관리에 대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여 열린 토론을 펼쳤다.

감염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플랫폼 구축 시급
‘감염병과의 전쟁, 대한민국 R&D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세션1에서는 감염 면역학 및 백신 전문가인 홍기종 건국대학교 교수와 고위험 신변종 바이러스를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융합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김범태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 융합연구단장이 대한민국 감염병 연구 현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소개했다.
홍 교수는 “21세기 들어 감염병 발생이 빈번해지면서 국민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장 장치와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보건안보(Heath Security)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는 감염병이 발생하여 대처하는 것보다는 사전 대비를 위한 선제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또한 선택과 집중보다는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가급적 많은 병원체를 대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개념도 들어있다. 다소 소모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연구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에 김 단장은 “감염병 연구의 경우 진단과 백신, 그리고 치료제 등의 분야에 있어 플랫폼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에 역점을 두고 진행되어야 또 다른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때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단장이 강조한 플랫폼 기술은 메르스처럼 예전에 유행했던 감염병들의 치료와 관련하여 구축했던 기술과 데이터, 그리고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에 흩어져 있는 기술과 데이터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어진 패널 토론 시간에서는 정부기관이나 민간기업에서 개발 중인 감염병 관련 연구의 컨트롤타워가 부족하다는 점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앞서 언급된 감염병 관련 플랫폼의 조기 구축을 통해 관련 산학연 종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세션2의 ‘팬데믹 시대, 과학언론이 가야 할 길은?’에서는 미국과학기자협회(NASW)의 ‘시리 카펜터(Siri Carpenter)’ 회장과 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가 감염병 팬데믹 시대를 맞아 과학언론이 직면한 어려움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감염병 시대 미디어의 역할과 책임’이란 주제로 발표한 카펜터 회장은 “대중들이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불신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학자들의 논쟁이 계속되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과학기자는 과학적 근거에 의한 정보라 하더라도 시간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통상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만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 역시 ‘감염병 대유행 시대의 과학언론’이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세계보건기구는 물론 국내 방역당국의 지침도 계속 변경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히며 “방역 정보는 넘쳐나고 국민의 인식 역시 계속 변하고 있어 기자가 기사를 쓰기가 더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감염병과 관련한 대중의 불신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학기자들의 고민에서 감염병 보도 준칙을 제정했다는 설명과 함께, 언론인들이 가장 먼저 감염병 보도 준칙을 준수하면서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신속하고 저렴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원격의료
‘원격 의료, 현황과 추진 전망’을 주제로 진행된 세션3에서는 국내 의료시스템의 혁신을 주도해 온 이언 가천대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추진단장과 의료계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김대하 홍보이사가 원격의료의 도입 이후 발생할 문제점과 해결방안 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 단장은 “첨단 AI 기술과 ICT 기술이 융합하여 네트워크 기반의 새로운 방식으로 환자에게 신속하고 저렴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격의료의 본격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한 김 이사는 “원격의료는 대면 진료에 비해 의료 행위의 안전성을 해치고,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하며 “올해 정부가 추진했던 원격의료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지 기존의 원격의료에 대한 전면적인 허용과는 거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진행된 ‘사용 후 핵연료 관리’를 주제로 한 세션4에서는 김효민 울산과학기술원 인문학부 교수와 오랫동안 과학전문기자로서 원자력을 취재해 온 이주영 연합뉴스 IT의료과학부 부장이 나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원자력 핵 폐기물 관리와 앞으로의 대책 등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16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수립되었지만,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대두되었다”라고 언급하며 “이듬해인 2017년에 새로운 공론화가 진행되었지만 아직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부장도 “사용 후 핵연료 관리의 핵심은 영구처분시설인데, 과연 영구처분시설이 어떤 시설이고 앞으로 얼마동안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에 대해 먼저 알리고 난 이후에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문제는 영구처분시설이 저준위 방폐장과는 비교도 안 되는 혐오시설의 최종 단계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날 패널 토론에서는 영구처분시설이 들어설 입지 후보지를 먼저 물색하거나 원자력발전소가 수명을 다해 폐로가 된 다음 임시저장시설이 있는 원전 부지에 영구처분시설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20-11-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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