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바다인 인터넷에서는 각종 허위 정보가 돌아다닌다. 허위 정보는 더 자극적인 정보를 찾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먹고 순식간에 퍼지게 되며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친 허위 정보는 어느새 유사과학이나 음모론과 함께 진실인 것 처처럼 여겨진다. 과학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학문이기에 이를 구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극적이고 재미있다고 해서 진실은 아니듯이 재미없는 사실이라고 해서 관심을 끊을 필요도 없다.
「사타의 유사 과학 & 음모론 타파」시리즈에서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혹은 과학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유사과학과 음모론을 살펴보려 한다. 이 글은 「사타의 유사 과학 & 음모론 타파」 시리즈 세 번째 시리즈로 생물학 관련 유사 과학 및 음모론을 알아본다. 우리 주위에 흔하게 퍼져있는 생물학 관련 유사과학 및 음모론으로는 사상의학, 명현 반응, 각종 민간요법, 목초액 등을 들 수 있다.
객관적인 진단 기준이 먼저다
-사상의학편
사상체질의학(혹은 사상의학)은 조선의 기존 한의학과 달리 1900년 초 이제마가 유교 사상을 바탕으로 새롭게 제시한 한의학이다. 사상의학은 숫자 ‘4’와 깊은 연관이 있다. 사람의 체질은 크게 체형기상, 용모사기, 성질재간, 병증약리의 4가지의 기준을 통해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 등 4가지로 구분되며, 위 네 가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은 각자 타고난 체질에 따라 신체의 기능적 구조 및 특징이 다르며 성격도 매우 다르게 평가된다. 이에 따라서 처방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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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학이 옳고 그름을 떠나 과학의 범주에 속할 수 있는지 살펴보려면 먼저 과학의 정의를 파악해야 한다. 과학은 관찰(혹은 기존의 지식 및 새로운 지식)을 토대로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통하여 가설이 옳은지 검증하는 학문이다. 검증을 통해서 가설이 틀렸다면, 또 다른 가설을 세워야 하고 재검증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과학으로 인정되면 비로소 실생활에 적용되며 여러 분야로 응용이 시작된다.
먼저 사상의학은 기존 지식이나 관찰을 통해서 세워진 가설을 지니고 있지 않다. 이제마의 저서 동의수세보원에 따르면 사상의학의 가설은 과학적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가설의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가설이 옳은지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기록에 따르면 한국인은 태음인이 가장 많고 소양인, 소음인 순으로 많으며 태양인은 매우 극소수의 사람만 지니는 체질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체질에 대한 진단이 정량적이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분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같은 사람을 두고 다른 체질 진단이 나오는 경우도 많으며, 이러한 불분명하고 객관적이지 않은 체질 진단은 사상의학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사상체질분류검사를 통하더라도 사람마다 시간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체질별 특징은 매우 주관적인데 체질마다 체형과 성격이 매우 다르다는 점은 큰 의문을 낳고 있다. 예를 들어서 가슴부위가 빈약한 모양을 띠고 있는 소음인이 열심히 운동해서 가슴 근육을 단련한다고 가정했을시 본인의 체질은 소양인으로 바뀌게 된다는 말과도 같다. 이는 타고나서 변하지 않는다는 체질의 정의에 어긋나게 된다. 또한, 가장 많다는 태음인의 기록과 반대로 현재는 소음인이 가장 많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의학에서는 환자의 진단을 정해진 정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주에서 수행한다. 따라서 다른 의사여도 진단 자체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이에 따른 처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진단과 처방은 논리적인 과학을 근거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상의학이 과학의 범주에 속하려면 먼저 객관적인 진단 기준이 존재해야 한다. 또한, 성격특성과 신체적 고유 특징이 관계가 있다는 가설이 검증을 통해서 증명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앞선 설명과 같이 신체적 특징은 대부분 운동으로 바꿀 수 있는데, 위 경우에 성격도 같이 변할 수 있는지 증명이 되어야 한다.
명현 반응을 이용한 건강기능식품들
-명현 반응편
생물학 관련 유사과학은 우리 세상에 매우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을 이용한 허위 마케팅이 인터넷에 널리 퍼져있다. 일반 대중들은 과학적인 연구가 동반되지 않으면 허위 사실을 골라내기 힘들 뿐 아니라 현혹되기 매우 쉽다.
지난 2019년, 일부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 업체가 소비자들이 제품 섭취 후 발생한 이상 현상을 ‘명현 반응’이라고 속이며 환불 및 교환을 거부하여 적발될 사례가 있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소비자들에게 명현 반응이 일어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같은 제품의 섭취량을 늘릴 것을 권장하며 제품을 추가 구매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 명현 반응은 무엇일까? 명현 반응은 영어로 ‘Crisis for healing’이라고 하는데 치료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예기치 않은 증세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몸이 나빠졌다가 다시 좋아지는 반응을 뜻한다. 현대 의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모두 부작용으로 여기며 개념 자체를 인정하지 않지만, 한의학의 옛 문헌에서는 일시적으로 극렬하고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났다가 병세가 호전되는 특이한 반응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명현 반응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 명현 반응 역시 과학적인 증거와 관찰사례들이 부족하다. 한의학에서도 실제 임상에서 단시간 안에 급속히 호전된 경우에만 비로소 명현 반응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이나 음식 등을 섭취한 후에 나타나는 이상증세를 함부로 명현 반응이라고 속단할 수도 없으며, 이런 경우에는 복용을 당장 중지하고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며 부작용이 아닌지 판단하는 게 우선이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들, 매우 위험하다
-민간요법편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간요법은 민간에서 증상의 즉각적인 개선을 목표로 이용되는 의학 요법이다. 물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민간요법 중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았을 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민간요법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아서 여전히 민간요법의 오명을 쓰고 있는 요법들도 존재하겠지만, 대부분 민간요법들은 과학적으로 증명이 시도되고 있다. 몇몇 민간요법들은 이미 의학적으로 증명되어서 의학계에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아스피린’은 기원전 3000년경으로부터 내려오는 민간요법에서 시작된 발명품이다. 고대 그리스 페리클레스 시대 의사이자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도 버드나무 껍질을 진통제로 사용했다고 알려졌는데,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살리실산(salicylic acid)은 해열과 진통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 바이엘 제약사 펠릭스 호프만 박사(Dr. Felix Hoffmann)는 위장장애 등의 부작용이 심한 살리실산 진통제를 어떻게 하면 복용이 쉽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다양한 시도 끝에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을 살리실산과 반응시켰다. 이에 호프만 박사는 살리실산의 진통과 해열 효과는 그대로 유지하되, 위장장애를 일으키지 않은 아세틸살리실산을 개발하게 되었고 이는 아스피린이 되었다. 의약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약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스피린은 본업인 진통 및 해열 효과도 탁월하지만, 심혈관계 질환 예방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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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부분의 효과적인 민간요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과학적으로 증명이 시도되고 있다. 참고로 아스피린의 개발연도는 1897년으로 자그마치 125년 전에 검증이 시도된 셈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매우 위험하다. 잘못 알려진 민간요법이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오히려 건강에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두로 전해져 내려오는 민간요법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잘못 전달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가장 흔한 예로 식사 후 급하게 체하면 손가락을 묶어서 바늘로 손을 따곤 한다. 이는 플라세보 효과 외에 어떤 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잘못 알려진 의학 상식이다. 설사 효과를 보더라도 말단의 신경자극을 통해 자율신경이 활성화되며 소화 불량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 느낌을 받는 정도이다. 가장 먼저 바늘이 깨끗한지 확인을 해야 하며, 급성 뇌출혈 환자에게는 정말 위험한 응급조치일 수 있다.
또한, 소화불량 시에 탄산음료를 마시면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오히려 위장을 자극하여 증상만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이다. 소화불량에는 따스한 차나 죽을 먹으면서 증상 완화를 기다리는 편이 효과적이다. 또한 진경제, 위장관운동 촉진제, 제산제 등을 섭취하는 편이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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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로, 우리는 코피가 나면 본능에 따라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피가 아래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지만, 의학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다. 위 행동을 통해서 코피가 목 뒤로 넘어가 심하면 질식을 유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코피가 날 때에는 고개를 반드시 앞으로 숙이며, 솜 등을 코안에 넣어서 지혈을 시도하는 편이 좋다. 물론 빠르게 전문가를 찾아가서 상담과 치료를 받는 편이 더 현명하다.
휴가철엔 각종 사건 사고가 잦다. 특히 산이나 계곡에서 화상을 입거나 벌레, 뱀 등에 물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소주를 부으면 효과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모두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 화상 부위에 소주가 닿으면 모세혈관을 확장시켜서 통증과 부종이 더 심해지며, 뱀에 물린 상처에 소주를 부으면 독이 더 빠르게 혈관을 타고 퍼지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또한, 벌레 물린 곳에 소주를 부으면 상처가 덧날 확률만 높아진다. 뱀에 물렸을 때에는 물린 부위를 재빨리 부목으로 고정하고, 상처 위쪽을 허리띠 등으로 느슨하게 묶어서 독이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화상 부위는 생리식염수나 수돗물로 식히는 편이 좋다. 물론 두 경우 모두 병원으로 즉시 이송해야 한다.
또한, 벌레 물린 곳에 침을 바르는 행동도 위험한 민간요법으로 볼 수 있다. 벌레에 물리면 곤충의 독으로 인해서 인체에 염증이 생긴다. 이때 침의 항균작용을 통해서 상처를 치료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알칼리성의 침이 산성의 벌레 독을 중화시켜서 자극을 줄여주고 가려운 느낌이 덜 드는 것뿐이다. 또한, 침 속에 세균이 있다면 상처가 덧날 가능성이 커진다. 된장을 바르기도 하지만 이 역시 세균의 2차 감염을 늘릴 수 있고 모세혈관을 확장시켜서 통증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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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초액의 안전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목초액편
목초액(Liquid Smoke)은 숯을 만드는 과정에서 연기를 냉각하여 얻는 부산물을 뜻한다. 목초액의 안전성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산성인 목초액은 농축산업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하지만 산성성분 때문에 살균 효과가 있다고 잘못 알려졌고 심지어는 식용으로도 이용된 적이 있다. 주로 무좀이나 아토피에 도움이 된다는 허위 정보와 함께 화상 등의 민간요법에도 쓰인다. 문제는 생산 규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목초액은 제조공정상 물체가 탄화될 때 생성되는 타르와 같은 발암 물질이 생기기 쉽다는 점이다. 이러한 위험한 물질들이 제대로 정제되지 않으면 위험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나무나 식물에서 추출한 추출물을 습포제처럼 가공하여 신체 부위에 부착해 사용하는 목초액이나 수액 시트 제품들이 대량 유통된 적이 있다. 일부 판매업자들은 위 제품이 혈액순환, 통증 완화, 피로 회복 등에 탁월한 것처럼 허위 광고를 하다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 「사타의 유사과학 & 음모론 타파」시리즈에서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혹은 과학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유사과학과 음모론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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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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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2-07-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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