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건강한 똥, 약이 되는 똥 대변에 대한 재미있는 과학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사람은 누구나 먹은 음식물을 소화하여 에너지를 얻고 소화한 음식물 찌꺼기를 몸 밖으로 배출해야 살아갈 수 있다. 몸 밖으로 나오는 이 음식물 찌꺼기가 바로 대변이다. 이 대변을 정상적으로 배출해야 우리 몸도 건강하다. 만약 소화 기관이나 먹은 음식물에 이상이 있으면,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채 급하게 밖으로 내보내는 설사 증상이 일어나거나 대변이 밖으로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 변비가 일어난다. 또한, 대변의 색깔이나 모양을 보고 그 사람의 건강을 알아볼 수도 있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 왕을 모시는 의관들은 왕의 똥을 자세히 관찰하고 심지어는 맛을 보며 왕의 건강 상태를 판단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의관들은 왕의 똥을 살펴 왕의 건강 상태를 판단하였다.ⓒ윤상석

 

대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변은 음식물이 입으로 들어가 항문으로 나오기까지 9m나 되는 소화 기관을 이동하면서 만들어진다. 소화 과정을 거친 음식물 찌꺼기는 대장에 모여 대변의 모습을 갖게 된다. 그런데 대변의 구성 물질은 소화되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만이 아니다. 대변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물질은 물이다. 하지만 대장에서 물을 흡수하여 그 양이 많이 줄어든다. 그리고 장내 세균이 약 10%를 차지하고, 소화관에서 떨어져 나온 상피세포의 시체도 섞여 있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100~200g 정도의 대변을 하루 한 번씩 배출한다.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3번 이상 배출하면 정상 범위에 속한다. 우리가 70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평생 약 5톤의 대변을 배출한다고 한다. 대변을 잘 배출하려면 하루 세끼 식사와 충분한 수분 섭취, 그리고 적당한 운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나 콩류를 많이 먹으면 장운동을 촉진하여 대변을 잘 배출할 수 있다.

그런데 대변은 왜 이렇게 고약한 냄새가 나는 걸까? 이 고약한 냄새의 정체는 세균이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내뿜는 물질인 인돌과 스카톨, 황화수소 때문이다. 그래서 고기나 생선과 같이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자주 먹으면 대변 냄새가 더 고약해진다.

 

건강한 대변이란?

 

건강한 대변은 바나나 모양이나 약간 묽은 상태이며 성인 기준으로 보통 굵기 2cm에 길이 10~15cm이다. 변비가 심해지면 수분이 적어 마른 모양이고 토끼똥처럼 동글동글한 모양이 된다. 반면에 설사는 대변이 죽이나 액체 모양이다.

건강한 대변은 어떤 색일까? 대변의 색을 결정하는 중요한 성분은 쓸개즙이다. 쓸개즙은 지방의 소화와 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화액으로 초록색이 비치는 노란색을 띤다. 대변에 쓸개즙이 섞여 있으므로 대변은 보통 황갈색이나 짙은 갈색을 띤다. 대체로 황갈색을 띠고 있을 때 건강한 대변이다. 또한, 대변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짙은 색이 된다.

변비 때 나오는 대변은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 어두운 색을 띤다.ⓒ윤상석

그런데 대변 색이 검은색이 될 때가 있다. 이 경우는 식도나 위, 십이지장에 출혈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때 나온 혈액이 위액과 섞이면서 검게 변하여 대변과 함께 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장이나 대장, 직장에 출혈이 있으면, 혈액이 위액과 섞이지 않아 여전히 핏빛을 유지한다.

대변의 색은 먹은 음식물의 종류에도 영향을 받는다. 육식을 많이 하면 흑갈색이 되고, 당근이나 고구마같이 베타카로틴이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주황색 대변을 배출한다. 그리고 복용하는 약의 성분에 따라서도 대변이 일반적이지 않은 여러 가지 색깔을 띨 수 있다.

 

약으로 쓰이는 대변

 

우리 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세균이 생태계를 이루며 살고 있다. 이들 중에는 우리 몸에 이로운 종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종류도 있다. 이 세균들의 생태계 균형이 잘 유지된다면 우리 몸에 이롭지 않은 세균들도 우리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생태계 균형이 깨지면 우리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이란 세균이 비정상적으로 과다 증식하여 발생하는 위막성 대장염이다. 이 대장염은 주로 항생제의 남용 때문에 발생하는데, 심하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다. 이 질병에 걸린 환자에게 건강한 사람의 대변이 약으로 쓰이고 있다. 이 환자의 장에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하는 치료방법인데, 이 대변을 통해 환자의 장에 세균들의 건강한 생태계를 회복시킬 수 있다. 이 치료를 받은 환자 중 많은 수가 큰 치료 효과를 보고 완치되었다.

또한, 대변 이식은 다른 질병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당뇨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에도 대변 이식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의료계에서는 건강한 정자를 보관하는 정자은행처럼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보관하는 대변 은행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세계 최초의 대변 은행인 오픈 바이옴이 미국 보스턴에 설립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에 아시아 최초의 대변 은행인 골드 바이옴이 설립되었다.

대변 은행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기증받는다.ⓒ윤상석
윤상석 프리랜서 작가
저작권자 2021-03-26 ⓒ ScienceTimes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발행인 : 조율래 / 편집인 : 김길태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길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