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이온을 소재로 제조되고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을 사용하는 방식의 배터리는 뛰어난 효율에도 불구하고 화재에 따른 폭발 위험성을 갖고 있다거나 너무 무거운 무게가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따라서 리튬이온 배터리 이후 등장할 차세대 배터리들은 모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거나 최대한 무게를 줄여 가볍게 만드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레독스플로우(redox flow) 배터리와 리튬에어(lithium air) 배터리를 꼽을 수 있다.
전해질 이동 방식의 차이로 화재 원천적 방지
레독스플로우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전기에너지를 화학에너지의 형태로 변환하여 저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2차전지다. 차이라면 전해질이 이동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 과정에서 발생한 리튬이온이 전해질이라는 액체를 통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한다. 문제는 전해질 안에서 양극과 음극을 막는 막이 여러 가지 이유로 찢어지게 되면 불이 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액체 대신 고체 형태의 전해질을 쓰는 방식인 전고체 배터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반면에 레독스플로우 배터리는 전해질이 2개의 저장탱크에 나뉘어 저장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각각의 전해질에는 서로 다른 금속이온이 녹아있어서 양극과 음극이 접촉할 일이 없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플로우배터리에 사용하는 금속이온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바나듐 이온을 이용한 ‘바나듐 레독스플로우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원자번호 23번인 바나듐(vanadium)은 희소금속으로서 강철에 소량만 첨가해도 강도가 높아져 철강 산업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바나듐 이온을 이용한 레독스플로우 배터리의 가장 큰 장점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인화성과 화학 반응성의 위험도가 낮아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특히 전해질은 유기용매가 아닌 물을 이용한 수계(水系) 전해질인 만큼, 화재 및 폭발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다.
또 다른 바나듐 레독스플로우 배터리의 장점으로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약 2배 이상 높은 수명을 들 수 있다. 비록 실험 과정에서 확보한 성능이지만, 대략 20여 년 이상을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드러나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렇게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재사용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바나듐 레독스플로우 배터리만이 가진 엄청난 장점이다. 오랜 기간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재사용까지 가능하므로 바나듐 레독스플로우 배터리는 친환경 배터리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바나듐 레독스플로우 배터리의 마지막 장점으로는 저장탱크를 따로 설계할 수 있어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같은 대규모 배터리 제작도 용이하다는 점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같은 경우 용량을 증가시키는데 있어 한계가 있지만, 다면, VRFB는 저장탱크에 전해액을 추가하기만 하면 저장 용량이 증가하게 되므로, 대용량화가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이처럼 바나듐 레독스플로우 배터리는 장점이 많은 2차전지이지만,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몇 가지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충전 및 방전 출력 및 속도 등 효율이 낮고, 특정 온도 범위에 따라서 바나듐 이온의 석출이 일어나는 등 안정성이 아직은 낮은 편이다.
또 다른 단점으로는 상대적으로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설치 공간을 작게 할 수 있는 반면에, 바나듐 레독스플로우 배터리는 비교적 에너지 밀도가 낮아서 저장탱크 설치시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산소를 활용하여 가볍고 친환경적인 배터리
레독스플로우 배터리가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상반된 개념의 2차전지라면, 리튬에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한 2차전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배터리의 양극에서 반응에 관여하는 물질로 산소를 사용하는 덕분에 배터리 무게가 기존 2차전지들보다 가볍고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리튬에어 배터리의 핵심 성능을 꼽자면 리튬과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점을 들 수 있다. 리튬을 이용하는 2차전지 중에서 리튬황 배터리처럼 음극은 리튬 금속을 사용하고 양극은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하도록 설계되었다.
리튬에어 배터리의 에너지 효율이 획기적으로 높은 이유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가령 리튬이온 배터리로 10분 정도 작동하는 장난감에 리튬에어 배터리를 장착한다면, 50분 이상 작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충전 및 방전 과정에서 산화물의 결합과 분해를 통해 에너지를 생성하기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출력은 2배 정도 높고, 시간당 에너지 생성 비용은 5배 정도 낮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구조가 단순하고 가볍기 때문에 드론이나 로봇, 또는 모빌리티 분야와 전자기기 분야로의 확장 또한 용이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다르게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금속 산화물이 필요하지 않고 공기 중 널리 퍼져있는 산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뛰어난 점은 리튬에어 배터리의 상용화 가능성을 밝게 만들어주고 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하는 방전 과정에서 나오는 활성산소는 문제점으로 꼽힌다. 활성산소는 배터리 용량을 떨어뜨리고 수명도 감소시키기 때문에 이를 억제해야만 상용화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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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4-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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