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스라엘이 자체 개발한 방공 시스템 아이언 돔의 실전 사용 영상이 공개되어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무장 세력이 천여 발 이상의 로켓포 공격을 했는데 90~95%의 요격 성공률을 보였다는 것이 골자다.
바로 다음 달인 6월, 국산 전투기(KF-21)가 4월 초 출고식 이후 다시 해체 작업에 들어갔으니 뭔가 의심스럽다는 비판성 기사가 우리 언론에 보도되었다. ‘출고식=초도비행’이 절대로 아니며, 추가적인 지상 시험을 위해 분해조립은 당연히 필요한 과정임에도 비판성 기사는 이미 나가버렸다.
우리 방위산업을 쳐다보는 비판적 잣대를 이스라엘에 그대로 적용하면, 아이언 돔 역시 실패에 가깝다. 95% 요격률이니 5%는 못 맞춘 것이고, 완전무결한 100%가 아니므로 이는 실패인 셈이다.
불과 한 달여 사이에 나온 두 개의 기사를 보면, 이스라엘은 성공적이고, 우리네 국산 전투기는 뭔가 감추는 것 아니냐는 의심스러움을 묘하게 자아낸다. 특히 방위산업에 관한 우리나라 언론과 여론의 가혹한 잣대는 건설적 비판이 아니라 방위산업 전반을 움츠러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국산 방위산업 과제에서 양산 배치도 아닌 개발 과정에서 나타나는 조그마한 실수나 불발도 대서특필되기 일쑤다.
시험비행 도중에 추락한 군용 무인기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그 연구원들에게 배상 책임을 물었던 일은 2017년에 보도된 것이지만, 방위산업 연구개발 종사자로서 이러한 ‘무서운’ 정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 봐도 무방하다. 무서워서 일 못하겠다는 소리는 여러 현장 곳곳에서 들린다.
여느 시스템이 다 그렇지만, 항공우주 분야는 체계 공학적 집적도가 특히 높다. 작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천 명이 유기적으로 연구·개발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실수는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연구·개발인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네 사회적 분위기는 가혹할 정도의 완전무결함을 요구한다.
이스라엘의 대공 무기체계는 매우 성공적이라 평가하면서 곧바로 우리는 지금까지 뭐 하고 있었느냐는 비판이 따라온다. 최근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여기에도, 우리는 지금까지 뭐했고 그 대응책은 뭐냐는 비판이 따라온다. 북한이라는 폐쇄된 나라가 개발이나 시험 실패자들에게 어떤 형벌을 가하는지 나로서는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 문화 콘텐츠가 세계 선두권에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연구개발과정에서의 오류나 실수에 대해서는 그 결과를 지켜보는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문화 강국으로 가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점은 웬만하면 다들 알 것이다.)
2019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연구개발 비율(4.5%)이나 연구비 규모(20조 원)는 세계 최상위권에 있다. 이건 분명 고무적이다. 그런데 정부의 연구개발 과제 성공률은 98%가 넘는다. 이게 아마 세계 1위라 하더라도 그다지 반갑지 않은 1위다. 될 수 있는 것만 하겠다는 정책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국가 연구과제로 시작했다가 100이라는 목표에 1이라도 미달하는 것은 관에서도 민에서도 두려워한다. 따라서 100에 확실히 도달할 수 있는 것만 찾게 되고 결국은 남들이 늘 해온 것만 따라 하는 전형적인 추종형 연구개발만 하게 된다. 선도형이 나오기 어려운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부분의 연구개발 제안서 ‘형식’에는 해외 선진 사례를 쓰라는 칸이 있다. 냉소적으로 말하면, 해외 선진 사례도 없는 세계 최초의 아이디어는 제안의 문턱조차 넘기 힘들다. (각 세부 산업별로 이러한 거절 사례는 아주 많이 있을 것이다.)
항공우주 최강국이라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도 한번에 모든 것을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F-22 전투기는 시험 비행 중에 비행제어 소프트웨어로 추락한 적이 있고, F-35는 개발 과정에서의 여러 오류 사례들이 인터넷으로 손쉽게 검색된다. 더구나 이들 유명 전투기들은 양산 배치 이후에도 여러 크고 작은 오류를 고쳐 나가고 있으며,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이런 일들이 오히려 더 일반적이다.
너무 완전무결한 것을 강요하다 보면, 아주 안전하고 신뢰할만하지만, 남들 이미 다 해본 그래서 새로울 것은 별로 없는 작품이 나오게 마련이다.
정책을 너무 심하게 비판하는 거 아니냐는 반감이 드는 독자가 있다면, 지금 바로 여러 지도 앱으로 검색을 하나 해보시기 바란다. 네이버, 카카오, 그리고 구글 세 종류의 지도 앱. 검색어는 ‘청와대’.
이 글을 쓰고 올리는 시점은 2021년 10월 10일이다. 여전히 셋 중 하나만 정보로서 의미 있는 청와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번에는 항공/위성 사진을 더해서 보자. 청와대가 보여야 할 자리에 가공의 숲이 뒤덮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흥행 요인 중 하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큰 걱정 없이 우리 식의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지금도 정책적으로 정작 우리 발목을 잡는 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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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돈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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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10-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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