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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14

한국 로봇 산업의 역사 백재현 Inews24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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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산업은 21세기에 가장 주목 받는 산업 중의 하나가 될 것임에 틀림 없다. 특히 로봇산업은 센서, 계측, 모터, 카메라, 각종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동반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참여정부가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을 위한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지능형로봇을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나 우리의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로봇과 접목할 경우 상상 이상으로 큰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로봇 시장규모로는 일본, 미국, 독일, 이태리, 프랑스에 이어 6위, 로봇 사용대수 기준으로는 세계 5위다. 특히 인구 만명당 로봇 대수로 보면 116대로 일본의 280대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러나 한국의 로봇 수출은 미미하다. 또 자동차제조나 전자제품 조립에 사용되는 로봇 정도는 국산화 돼 있으나 반도체와 LCD 장비용 로봇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할 정도로 기술력에서도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뒤져 있다. 로봇은 크게 산업용, 서비스용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인간의 모습을 지향하는 휴머노이드, 그리고 최근 정보통신 네트워크와 결합된 URC(Ubiquitous Robotic Companion)가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로봇이 등장한 것은 70년대 말이다. 1958년 미국의 컨솔리티드 컨트롤즈사가 디지털로 제어되는 자동설비의 기본형을 발표한 것을 산업용 로봇의 시작으로 보면 10여년 뒤에 한국에서 도입한 셈이다. 물론 거의 100% 수입이었다. 점차 물가와 임금상승에 따른 노동력 부족 및 인건비 상승이 산업용 로봇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이에 자동차, 전기, 전자산업에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해 산업용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를 전후해서 자동차, 전자산업이 급신장하면서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해 1986년부터는 국산 산업용 로봇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현대로보트산업, 금성산전 등이 있었다. 이후 10여개 로봇 생산업체가 1988년까지 1천200대의 산업용 로봇을 생산했다. 용도는 주로 도장용이나 자동차 용접용이 주종을 이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에 보여줬던 ‘대한뉴스’에는 누런색 로봇 팔이 자동차 공장에서 용접하는 장면이 자주 보였었다.


그러나 현재 국내 로봇시장의 규모는 여타 기계산업에 비해 작은 편에 속하고 기술도 핵심요소기술 및 기반기술이 취약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부품은 일본 등지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반기술이 부족하고 내수시장이 적다는 점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90년대 이후 한국에서 로봇산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물론 덩달아 관련 연구도 크게 위축됐다.


산업용이 이같이 부진한 데 비해 90년대 말부터 서비스 로봇이 새로운 분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서비스 로봇은 교육용, 가정용, 이벤트용 등으로 나눌 수 있고, 이중 가정용에서 청소용과 오락용이 최근 부상하고 있다. 청소용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에서부터 한울로보틱스, 우리기술 등이 생산에 나서 이미 가격이 6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우리기술은 최근 프랑스 가전회사에 OEM방식으로 청소용 로봇 2만대를 공급키로 했다.


중소업체 모스트아이텍은 이동통신과 연결해 원격제어는 물론 방범, 교육, 오락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100만원 미만의 로봇을 개발했다. 이 제품으로 모스트아이텍은 올해 포춘지가 선정하는 ‘세계 15대 쿨 컴퍼니’에 한국업체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서비스 로봇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에서 각기 방향을 갖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 내년 하반기께부터는 다양한 분야의 용도에 저렴한 가격의 제품들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TV나 냉장고를 들여 놓듯, 혹은 애완용 동물을 구매하듯 집에 로봇을 들여 놓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서비스 로봇의 발전과 병행해 주목해야 할 분야가 휴머노이드이다. 즉 사람 닮은 로봇의 개발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해외에 나갈 때 로봇을 데리고 갈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 스타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제작한 ‘센토’가 휴머노이드의 시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센토’는 상체는 인간모습이지만 다리가 4개인 반인반마(半人半馬)의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걷는 로봇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당시 주목받았다. 곧바로 일본에서는 99년도에 소니가 애완용 로봇 ‘아이보’를 내놓은 데 이어 2000년에는 일본 혼다가 두발로 걷는 로봇인 ‘아시모’를 선보였다. 2족 보행은 로봇기술에서도 고난도의 기술로 여겨져 왔다. 올들어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가 '아시모'를 복제해 두발로 앞뒤 좌우로 걷고 손가락도 움직이며 균형을 잡기도 하는 로봇 ‘KHR-2’를 개발했다. 휴머노이드는 앞으로 로봇산업이 어디로 발전해 가든 반드시 함께 개발돼 나갈 분야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로봇 하면 휴머노이드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휴머노이드에만 너무 매달리면 이른바 산업화에서의 ‘캐즘(Chasm)’에 빠져버릴 수 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틈새에 빠져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휴머노이드 기술이 그만큼 어려운데도 로봇의 수요자인 사람들은 쉽게 ‘사람 같은’ 로봇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로봇의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URC다. 이는 한마디로 로봇을 독립형의 자동화된 기계로만 보지 않고 네트워크에 연결시킴으로써 훨씬 값싸면서도 다양하고 강력한 기능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부의 URC 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오는 2007년까지는 ‘부르면 다가와서 서비스를 주는’ 로봇을, 2011년까지는 ‘알아서 찾아와서 서비스를 주는’ 로봇을, 2015년까지는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시범서비스가 준비중인 디지털홈 사업과 연계해 내년 하반기에는 약 100가구에 3종류의 URC 로봇이 시범적으로 보급될 예정이다. URC는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망을 바탕으로 유,무선 네트워크를 타고 무궁무진한 서비스 형태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관련콘텐츠, 로봇제조업, 서버 등 네트워크 장비 등이 부대산업으로 육성되면서 엄청난 규모의 신규 시장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2004-10-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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