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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임동욱 객원기자
2013-06-19

폭로로 정체 드러난 ‘프리즘’ 스캔들 민간인 사찰 여부가 논란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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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Guardian)에 특종 기사가 실렸다. 9.11 테러 이후 역할이 확대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최근 대형 통신회사 버라이즌(Verizon)에서 수백만 명의 통화기록을 넘겨받아 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링크 참조 : http://www.guardian.co.uk/world/2013/jun/06/nsa-phone-records-verizon-court-order)

▲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공개한 정보수집 '프리즘' 프로그램에 대한 41페이지 분량의 파워포인트 문서 ⓒGuardian.co.uk
법원이 지난 4월 비밀리에 발행한 집행 영장에는 ‘일 단위로 지속적 제공(ongoing, daily basis)’이라 표기되어 있었다. 특별한 죄를 저지른 적도 없는 일반 시민들의 통화기록까지 수집하며 사실상 민간인 사찰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개정된 해외정보 감시법(FISA) 215조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정부가 특정인을 대상으로 정보 수집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702조에는 미국 시민이나 미국 내 거주자를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이번 통화기록 수집은 미국 내 민간인 정보라는 점에서 비난을 받는 것이다.

스노든의 폭로로 드러난 ‘프리즘’의 정체

가디언은 다음날인 7일 더욱 자세한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 미 국가안보국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스카이프 등 대형 인터넷 기업의 시스템에도 직접 접속해 민간인 정보를 빼냈다는 것이다. (링크 참조 : http://www.guardian.co.uk/world/2013/jun/06/us-tech-giants-nsa-data)

출처는 내부고발자의 폭로로 제공받은 41페이지의 파워포인트 문서였다. 겉면에는 ‘1급 기밀로 해외 배포 금지’라 표시되어 있었다.

‘프리즘(Prism)’이라는 정보 수집 프로젝트의 명칭도 드러났다. 미국 내 일반인을 대상으로 통화기록, 이메일, 메신저, 화상채팅, 사진, 파일전송, SNS 정보까지 수집한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담겼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이 같은 날 동일한 내용을 보도하자 미국 내 언론과 각국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프리즘의 존재 여부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월 평균 970억 건, 미국 내에서만 30억 건에 가까운 통화기록 수집이 이루어졌다는 폭로도 잇따랐다.

각 정보기관 수장들은 즉각 부인했다. 특히 키스 알렉산더(Keith Alexander) 국가안보국장과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래퍼(James Clapper) 국장은 지난 3월 국회 청문회에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이메일과 통화기록을 감시하고 있냐”는 질문에 10여 차례나 단호하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가디언의 보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8일에는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이라는 인물과의 영상 인터뷰를 공개했다. 홍콩에서 촬영된 영상에서 스노든은 자신이 “프리즘의 존재를 폭로한 내부고발자”라고 밝혔다.

2009년부터 IT 외주업체 직원으로 국가안보국에서 일해왔던 스노든은 중앙 네트워크 접근 권한을 가지고 있어 1급 기밀을 마음대로 빼낼 수 있었다.

▲ 미 국가안보국(NSA)에서 외주업체 직원으로 근무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프리즘' 관련정보를 빼내 홍콩에서 공개했다. ⓒGuardian.co.uk
이쯤 되자 프리즘의 존재를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프리즘은 의회의 승인을 받은 적법한 프로그램으로 불법 사찰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시인한 셈이었다. 미국은 그동안 개인의 정보인권에 대한 일부 국가들의 태도를 비난해왔지만 이번 프리즘 사건으로 신뢰를 잃게 됐다.

그러나 정보기관 수장들은 프리즘의 존재 의미를 옹호하며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민간인 사찰에 대해서는 부정하되 스노든에 대해서는 적대적 입장을 내비쳤다. 알렉산더 국장은 “프리즘 덕분에 수십 건의 테러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항변했다. 클래퍼 국장도 “미국의 안전과 안보를 위해 프리즘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데니스 맥도너(Denis McDonough) 백악관 비서실장도 “오바마 대통령은 국민들의 사생활이 침해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로버트 뮬러(Robert Mueller) 국장은 “스노든의 폭로로 국가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았다”며 끝까지 추적해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정보수집에 각국 정부 불편한 상황

스노든의 폭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자국 시민들뿐만 아니라 해외 국가들을 대상으로 정보 수집과 해킹을 시도했다고 추가로 주장한 것이다.

스노든은 13일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이 지난 몇 년 동안 각국을 대상으로 6만 건 이상의 해킹 작업을 벌여왔으며 그중 수백 건은 중국을 향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14일 국가정상회담을 가졌던 미국과 중국의 기류도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미국 기관에 대한 사이버 테러를 그만두라”고 하자 “중국도 미국에 의한 피해자”라고 응수했다. 스노든의 폭로 때문에 미국이 체면만 구긴 셈이다.

미국 내 여론도 싸늘하게 돌아섰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에 반대한다”는 사람이 59퍼센트에 달했다. “테러 예방에 효과가 있었다”는 미국 정부의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54퍼센트나 됐다.

기타 국가들도 미국과의 관계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1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수집 정보의 사용처를 공개해서 투명성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보안에 민감한 각국 기관 근무자들은 지메일, 핫메일 등 미국에 서버를 둔 메일 계정을 계속 사용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영국과 호주는 미국에 자발적으로 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닌지 야당과 국민으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다. 게다가 영국은 지난 2009년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 때 각국 대표단을 무차별적으로 도청해 협상에 유리한 정보를 빼냈다는 스노든의 폭로에 진땀을 흘리는 상황이다.

‘프리즘 스캔들’은 다음달 시작되는 미국과 유럽의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평소에도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를 요구하는 유럽이 기준을 더욱 강화할 경우 협상 자체가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

스노든과 가디언이 추가 폭로와 정보공개를 밝히고 있어 파문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3-06-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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