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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객원기자
2014-09-05

티로신 인산화효소의 정체를 밝히다 [인터뷰] 여창열 이화여대 생명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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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여 년 동안 과학계에서는 세포질(cytosol)에서 작용하는 티로신 인산화효소와 세린․트레오닌 인산화효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이들 단백질이 세포의 생존과 분열, 사멸 등 대부분의 세포기능을 조절하는 중요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많은 종류의 세포외 단백질이 티로신 인산화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들 단백질을 인산화 시키는 효소의 정체는 보고된 바가 없었다.

섬유증․암전이 과정의 이해를 돕는 연구

여창열 이화여대 생명과학전공 교수 ⓒ 한국연구재단
여창열 이화여대 생명과학전공 교수 ⓒ 한국연구재단

국내 연구진이 주축이 된 국제공동연구팀이 세포 밖으로 분비돼 세포를 둘러싼 그물구조(세포외기질)를 조절하는 단백질, 티로신 인산화효소를 세계 최초로 찾아내 주목을 받고 있다. 여창열 이화여대 생명과학전공 교수팀과 미국 하버드치과대학 말콤 휘트먼(Malcolm Whitman) 교수 연구진이 이번 연구를 진행, 향후 그물구조가 과하게 축적되는 섬유증이나 그물구조 분해가 필수적인 암전이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세포 바깥에 있으며 티로신이 인산화된 단백질에는 많은 종류의 세포외기질 단백질과 세포외기질 분해효소가 포함돼 있다. 세포외기질이란 단백질과 탄수화물로 만들어진 세포 바깥쪽에 있는 그물 형태의 복잡한 구조로, 동물의 몸 속 대부분의 세포는 세포외기질에 결합하고 있거나 둘러싸여 있다. 세포외 단백질이 세포의 기능, 분화, 생존에 매우 중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 점차 밝혀지면서 이들 단백질의 인산화 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조절하는 유전자 기능을 연구하는 것의 중요성은 계속 부각되고 있다.

여창열 교수팀은 생쥐의 뼈나 폐 발달에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VLK, Vertebrate Lonesome Kinase)이 세포 밖으로 분비되며, 나아가 세포외기질과 세포외기질 분해효소를 인산화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저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VLK 단백질의 존재를 밝혀냈습니다. VLK 단백질은 동물이 가진 유전자 중 하나입니다. 과거 한 연구진에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네 그룹의 마우스 모델을 만들어 실험했는데 태어나자마자 사망하는 일들이 일어났죠. 이유를 찾아보니 주로 뼈와 폐의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그 원인이 바로 VLK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이 때문에 생쥐와 흰줄까만송사리를 이용한 연구에서 배아 발달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여창열 교수팀은 실험을 통해 실제 사람과 생쥐의 혈소판에 자극을 주면 혈소판 내부에 저장된 VLK가 세포 밖으로 분비되면서 함께 방출된 여러 단백질의 티로신을 인산화시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열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VLK 말단에 세포 밖 분비를 지시하는 서열이 존재하는 것에 착안해 실제 VLK의 분비를 확인한 것이다.

"지금까지 세포 밖 단백질의 티로신 인산화는 프로테오믹스 기법으로 분석된 결과가 있을 뿐, 어떤 조직에서 또는 어떤 상황에서 이들 단백질에 티로신 인산화가 되는지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또한 지금까지는 세포 밖과 안을 따로 구분해 티로신 인산화 된 단백질의 위치를 분석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현재도 세포 밖과 안을 따로 구분해 분석할 수 있는 실험 기법이 확립돼 있지 않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할 때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그물구조인 세포외기질과 이에 작용하는 단백질에 티로신 인산화가 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저희 팀은 세포 밖 단백질의 티로신 인산화를 분석할 수 있는 기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세포 밖에서 단백질을 인산화 할 수 있는 효소는 2013년 ‘사이언스(Science)’ 지에 발표된 논문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바 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한 연구원은 Fam20C(티로신이 아닌 세린을 인산화 하는 효소)가 골지체에 존재하는 단백질 인산화효소이며, 카세인(Casein)을 비롯한 일부 단백질 세린을 인산화 한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하지만 이후 다른 연구결과를 통해 Fam20C는 일부 세포외 단백질만을 인산화 시키며 단백질 티로신 인산화효소 활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VLK는 세포분화가 진행 중인 배아줄기세포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이후 생쥐와 흰줄까만송사리를 이용한 연구에서 VLK 유전자가 배아 발생에 중요하며 특히 뼈와 폐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죠. VLK 유전자를 삭제한 생쥐는 출생 직후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됐으니까요. 저희 연구팀은 VLK 단백질이 조면소포체(rough endoplasmic reticulum) 내부에도 존재하며 스스로를 인산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VLK의 세포외 단백질인 티로신 인산화효소 활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미개척 연구분야, 최초로 제시한 성과

VLK의 단백질 티로신 인산화 기능. VLK 단백질은 합성되면서 신호펩티드에 의해 조면소포체(녹색)로 이동한 후 신호펩티드가 잘리면서 조면소포체 내부로 합성된다.  ⓒ 한국연구재단
VLK의 단백질 티로신 인산화 기능. VLK 단백질은 합성되면서 신호펩티드에 의해 조면소포체(녹색)로 이동한 후 신호펩티드가 잘리면서 조면소포체 내부로 합성된다. ⓒ 한국연구재단

여창열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기존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던 물질을 알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오랫동안 세포 밖 단백질의 티로신 인산화에 관심을 갖고 있던 여 교수의 일관된 연구 덕분에 가능했던 결과였다.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발표된 세 편의 논문에서 VLK 단백질이 골지체 내부에도 있고 스스로를 인산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논문들의 결과를 바탕으로 VLK 단백질이 세포 밖에서 단백질 티로신 인산화효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 결과 지금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던 거죠.”

총 3년에 걸쳐 진행된 연구. 2011년부터 지금까지 연구를 진행하며 여창열 교수팀은 크고 작은 어려움에 맞닥뜨려야 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골똘히 생각하던 여창열 교수는 “세포 밖에 단백질을 인산화 시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의 ATP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그것”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ATP는 모든 생물의 세포 내에 존재하는 유기화합물이에요. 에너지대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죠. 몸에서 근육 수축을 하는데도 ATP가 필요합니다. 인산화 효소들이 단백질 티로신이나 세린 등을 인산화 하려면 어디에서든 인산을 가져와야겠죠. 이 때 ATP에 있는 인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충분한 양이 있어야 반응이 가능해요. 즉 이번에 발견한 효소가 실제 상황에서 작용하기 위해서는 세포 밖에 충분한 양의 ATP가 있어야만 하는 거죠. 하지만 ATP는 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에서만 합성됩니다. 연구를 통해 혈소판에 자극을 주면 VLK단백질과 함께 ATP가 세포 밖으로 방출되고 방출된 ATP를 이용해 VLK가 단백질 티로신 인산화를 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어요. 이것을 찾아내는 과정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었던 것 같아요.”

여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기존 과학계에서 발견되지 않은 미개척 연구분야를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때문에 이를 통해 추후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연구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VLK 단백질의 생체 내 기능을 밝히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VLK 단백질에 의한 세포 밖 단백질의 티로신 인산화가 생체 기능에 끼치는 영향 그리고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 몸 속 어디인지를 먼저 알아야 더 깊은 연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이에 대한 연구를 더욱 심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VLK 단백질의 기능과 VLK 단백질에 의해 티로신 인산화 되는 단백질의 기능 변화를 계속 연구하고 싶다는 여 교수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VLK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물질을 발굴하고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포외기질 형성 혹은 조절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병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바람을 밝혔다.

“세포외기질이 과다하게 분비, 형성되면 섬유증이 생겨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반대로 암 세포의 전이와 관절염 등의 질병은 세포외기질의 분해, 파괴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죠. 저희의 연구가 이러한 질환을 치료하고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때문에 연구에 더욱 매진하는 것이고요. 앞으로 좋은 연구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09-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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