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제 6행성인 토성(土星)은 예로부터 종교학에서 로마 신화의 사툴누스와 동일시되었다. 도상학적으로는 긴 창을 가진 노인의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래서 토성은 노년, 시간, 나아가서는 죽음과도 결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연금술에서 토성은 납으로 해석되었다. 연금공정에서 수은에 납을 작용시켜서 그 휘발성을 억제하고 응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수은은 헤르메스의 경쾌한 발을 쓰러뜨리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흑색을 나타내며, 소위 ‘흑화’의 과정에 상당하기도 한다.
점술적으로도 토성은 재미있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행과 우울을 의미하는 행성이지만, 종종 길 위에 있는 경우에는 인내심과 지속적인 에너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침울한 예술가의 자질과 결부되기도 한다. 이처럼 토성은 문화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행성이다.
과학적으로도 토성은 큰 연구 가치를 가지고 있는 행성 중 하나이다. 약 1등성의 밝기로 태양빛을 반사하여 황색으로 빛나기 때문에 ‘토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동양에서는 진성(鎭星)이라고 불렸다. 목성 다음으로 커서 적도 반지름은 지구의 약 9.5배인 약 6만km이지만, 평균밀도는 0.71g/cm3로 행성 중 가장 작고 물보다도 작다.
토성에 대한 연구는 표면에 있는 띠 모양의 무늬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한 편이다. 이 고리는 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토성의 자전주기는 스펙트럼선의 도플러효과를 이용해서 얻어진다. 위도에 따라 토성의 자전주기가 다른 것은 바로 표면이 고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토성 위성 ‘디오네’에 거대한 바다가 있는 듯
토성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올 여름에는 토성의 62개 위성 중 하나인 ‘디오네’(Dione)의 지하에 거대한 바다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NASA의 연구가 발표되면서 '신비의 행성'이라는 토성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 연구소 카시니팀은 토성의 위성인 디오네의 표면 아래 과거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대양(大洋)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카시니 탐사선(cassini spacecraft)이 보내온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나타났다.
카시니가 보내온 데이터 중 길이 800km에 이르는 거대한 산을 연구한 결과, 바다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토성의 위성 중 하나인 엔셀라두스와 비슷한 상태라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현재 태양계 내에서는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와 타이탄,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에 물이 있는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는데, 여기에 디오네도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학자들이 물이 있는 행성과 위성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물이 바로 생명체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으로는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은 우주에서 지구밖에 없는데, 물이 있는 행성과 위성을 찾아냄으로써 외계 생명체의 존재 유무 및 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제 2의 지구를 찾을 수 있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타이탄에선 플라스틱 원료가 발견되기도
뿐만 아니다. 토성의 최대 위성으로 알려져 있는 타이탄에서는 플라스틱의 원료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마찬가지로 NASA의 토성탐사선 카시니호가 보내온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바로 타이탄의 대기에서 적은 양의 프로필렌이 발견된 것이다.
프로필렌(propylene)은 상온에서 약한 자극적인 냄새가 나는 무색기체이다. 에틸렌계 탄화수소의 하나로, 격렬하게 중합·산화 등의 반응에 관여한다. 액화석유가스의 연료로서 사용되며 중합가솔린의 제조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는 탄화수소이다.
이번에 타이탄에서 발견된 프로필렌은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서 화학물질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으로, 적외선분광기를 사용하여 이와 같은 결과물을 얻어낸 것이다. 또한 타이탄은 표면에 액체가 움직이는 지구 외의 유일한 곳이기 때문에 타이탄에도 지구의 물 순환처럼 표면과 대기에 순환하는 에탄과 메탄의 기상 현상이 존재하기도 한다.
토성의 육각형 구름에 대한 비밀이 풀려
그리고 최근 수십년 동안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던 토성 옆에 떠 있는 육각형 구름에 대한 비밀이 풀렸다. 이번에도 카시니호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발표된 것이다. 수십 년째 토성에 떠있는 이 육각형 구름은 지구의 허리케인보다 4배 이상 빠른 극소용돌이로 밝혀졌다.
이 구름은 30여 년 전 보이저 1호가 토성의 북반구에서 처음 발견한 것으로 그동안에는 형성과정이 밝혀지지 않아 의문에 쌓여 있었다. 그러나 최근 카시니호의 촬영 이미지를 보면 지구의 허리케인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토성 북반구 주변의 특이한 상층기류대가 지구의 허리케인과 매우 유사한 것이며, NASA 측에서는 이를 소용돌이로 확신하고 있다. 또한 거의 수소로 이루어져 있는 토성의 대기가 지구에서 허리케인이 만들어지고 지속되는 과정과 유사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다시피 토성의 소용돌이는 허리케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매우 크고, 속도도 매우 빠르다. 특히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극저기압은 허리케인급 바람보다 4배 이상 빠른 시속 530km/h의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 허리케인과의 유사점으로 인해 특히 이번 연구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토성은 17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태양계 행성 가운데 가장 많은 수다. 토성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1979년 파이어니어 11호, 1980년 보이저 1호, 1982년 보이저 2호 등에 얻어졌으나, 아직까지도 ‘신비의 행성’이라고 이름이 붙어 있다. 그만큼 알려져 있는 것이 많이 없다는 뜻으로, 지금도 계속해서 토성에 대한 연구는 진행 중에 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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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3-10-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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