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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성규 객원기자
2020-03-23

코로나19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은? 흡연이 폐 면역기능 억제하고 염증 유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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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흡연이 코로나19의 증상을 더 심각하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흡연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밝힌 연구는 아직까지 없다.

그런데 중국 우한중앙병원 연구진에 의하면 흡연 경험이 있는 환자는 경험이 없는 환자보다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악화 가능성이 14.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후이 박사팀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우한 소재 병원 3곳에 입원한 코로나19 확진자 78명을 분석한 연구 결과다.

발병 초기 단계이며 조사 대상 표본수도 적어 연구의 신뢰성은 비교적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동일 표본으로 60세 이상 환자가 60세 미만보다 폐렴이 악화될 확률을 따져본 결과 8.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이 코로나19의 위험을 증가시키는지 직접 조사한 연구는 없지만, 폐의 면역 기능을 억제하고 염증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풍부하다. ⓒ Karin Martinez(U.S. Army graphic)

즉, 흡연 경험 유무가 고령자 여부보다 코로나19 폐렴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코로나19의 치사율과 가장 연관이 깊은 요인은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의 또 다른 연구(출판 전 논문)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코로나19로 입원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중국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의 흡연율이 훨씬 높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남성의 흡연율은 25%인데 비해 여성 흡연율은 3%에 불과하다.

한국의 낮은 치사율, 흡연율과 관련?

흡연이 코로나19의 위험을 증가시키는지 직접 조사한 연구는 없지만, 폐의 면역 기능을 억제하고 염증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풍부하다.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 타르, 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일산화탄소 같은 독성물질이 체내에 들어가면 염증 발생에 관여하는 인터루킨이라는 단백질 분비를 증가시킨다. 또한 항체 생산에 관여하는 면역 물질의 수치는 감소시켜 면역력을 약하게 만든다.

담배 연기가 통과하는 비강 내에는 가느다란 모발처럼 생긴 작은 섬모(실리아)가 존재한다. 이 섬모는 독소와 점액에 섞인 먼지를 제거하고, 우리가 기침을 할 때 폐를 맑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흡연을 하게 되면 이 섬모가 영향을 받아 더 많은 점액을 만들고 폐도 맑게 하지 못한다.

때문에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치사율이 특히 높은 원인을 흡연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21일 오후 6시(현지 시간)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는 5만 3578명이며, 누적 사망자 수는 4825명으로서 치사율이 무려 9.0%에 이른다.

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서 한국(약 1.1%)의 9배에 육박한다. 이탈리아의 흡연 인구 비중은 24%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하지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역시 고령자 인구 비중이다. 이탈리아의 60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8.6%이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90%가 70세 이상 노인이다.

반면에 한국의 치사율이 낮은 원인은 확진자 중 비흡연 여성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감염관리 전문가인 켄트 셉코위츠는 CNN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의 낮은 치사율은 감염자의 나이와 성비, 흡연율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 것.

독감도 흡연자들이 훨씬 더 심각해

실제로 한국의 흡연율은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흡연자 성비는 전혀 다르다. 이탈리아의 경우 남성은 28%, 여성은 20%이지만, 한국은 남성의 흡연율이 50%인데 비해 여성은 5%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의 남녀 비중은 50 대 50이지만, 한국의 경우 확진자 수의 약 60%가 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전자담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전국 편의점 판매 데이터에 의하면, 2019년 전자담배 점유율은 10%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2월 말 기준으로 13.1%를 기록한 것.

이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실내에서만 활동하게 되면서 전자담배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연초 담배는 냄새가 심해 실내에서 피우기 곤란하지만, 전자담배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실내에서도 흡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연구에 의하면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이 연초 담배보다 비강세포에서 면역과 염증 반응 유전자의 활동을 더 억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실내에서의 전자 담배 흡연은 가족들의 간접흡연을 부추겨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면역력을 약하게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국가약물남용관리센터(NIDA)는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담배 및 전자담배, 마리화나를 피운 사람에게 특히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에서도 독감 같은 감염병은 흡연자에게서 훨씬 더 심각한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이 선언된 지금이 어쩌면 금연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시기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03-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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