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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준래 객원기자
2020-03-31

코로나19의 빠른 전염력은 '진화압' 때문? 환경의 변화가 극단적 진화 이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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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Corona Virus)는 아데노 바이러스(Adeno Virus) 및 리노 바이러스(Rhino Virus)와 함께 사람에게 호흡기 관련 질병을 일으키는 3대 바이러스 중 하나다. 전자현미경으로 봤을 때 바이러스 입자 표면이 돌기처럼 튀어나와 있는데, 이 모양이 마치 왕관처럼 생겼다고 해서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 ‘Corona’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일부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빠른 전염력을 '진화압'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 the-scientist.com

그런데 현재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고 있는 전염병의 병원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다. 일종의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이 지금의 이 재앙을 만들어 낸 주범인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지금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일부 진화생물학자들은 이들의 상관관계를 ‘진화압(evolutionary pressure)’의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다.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저항하는 방향으로 진화

진화압이란 생물들이 자신에게 가해지는 외부의 압력에 저항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외부 압력은 주로 환경의 변화에서 기인하는데, 압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빠른 시간에 극단적인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가설이다.

다소 생소한 가설이지만, 최근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가 미국에서 발표되어 흥미를 끈 바 있다. 사례의 주인공은 도시의 뜨거운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 푸에르토리코의 도마뱀이다.

같은 종류의 도마뱀이라도 도시에 사는 도마뱀의 유전자에 공통적인 변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Washington

미 워싱턴대와 UCLA대의 공동 연구진은 도시의 열섬현상(heat island effect)이 파충류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도시에 사는 도마뱀과 숲에 사는 도마뱀을 채집했다. 각각 10종류 150마리의 도마뱀을 대상으로 체온과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도시에 사는 도마뱀의 체온이 평균 0.8℃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피부의 유전자 발현을 조사했는데, 도시에 사는 도마뱀들에게서만 공통적으로 변이가 일어난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윈첼 교수는 “생각보다 적은 수의 유전자가 도시에 사는 도마뱀의 진화에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하며 “숲보다 상대적으로 더운 도시라는 환경이 공통적으로 유사한 진화압의 결과를 낳은 것이라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도시화와 강제적 격리가 신종 바이러스 출현 앞당겨

환경의 변화가 극단적 진화를 이끈다는 가설이 만약 사실이라면 어떤 원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화에 영향을 미쳤을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진화생물학의 권위자인 ‘롭 월리스(Rob Wallace)’ 박사는 급속한 도시화를 꼽았다.

월리스 박사는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규모 삼림파괴를 통한 도시화는 숲속 깊숙하게 숨어있던 이름 모를 병원체를 불러내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라고 지적하며 “이들 병원체는 도시라는 변화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람과 가축을 전염시키는 진화 과정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볼라바이러스나 지카바이러스, 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처럼 전 세계로 확산된 많은 전염병들은 인적이 드문 오지에서 발병한 뒤, 서서히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옮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는 에볼라바이러스의 전염 경로를 꼽을 수 있다. 콩고의 정글에서 사는 과일박쥐가 퍼뜨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 에볼라바이러스는 발생 몇 주 만에 미국 마이애미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까지 번지면서 폭발적인 전염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월리스 박사는 “오랜 기간 동안 숲과 나무로 이루어진 생태계에 가로막혀 있던 여러 병원체가 도시화를 통해 족쇄가 풀리게 되면 전 세계를 위협할 수 있다”라고 경고하며 “병원체는 생존을 위해 파괴력을 높이거나 또는 전염력을 넓히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지금 시점에서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연구결과가 최근 중국에서 발표되어 월리스 박사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중국의 북경대와 중국과학원 소속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중국 전역에서 100여 개의 샘플을 채취했다. 채취한 샘플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 염기서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초 우한 지역에서 발견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들이 다른 지역의 바이러스들보다 파괴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들의 염기서열 데이터였는데, 이들은 우한 지역의 바이러스들에 비해 파괴력은 적었으나 대신에 전염력은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중국과학원의 관계자는 “이 같은 바이러스 특성의 변화는 강력한 지역 격리 정책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우한 지역을 완전히 봉쇄하는 것과 같은 극단적 방역 정책이 바이러스의 진화를 촉발시키는 심각한 압력을 작동시켰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격리가 되면서 바이러스가 확산에 제한을 받게 되자, 발생 초기에 가지고 있던 환자들에게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파괴력을 낮췄다는 것이다. 그 대신에 약하지만 은밀하게 전염시키는 특성을 발전시켜 생존에 집중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내세운 것이다.

중국과학원의 발표를 고려할 때 월리스 박사가 주장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화압은 도시화와 강제적 격리 같은 환경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0-03-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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