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관찰자들은 이동하는 철새들이 경로를 이탈해 땅에 착륙했다 다시 정상 범위를 벗어난 방향으로 날아갈 때 매우 놀라워한다. 철새들에게 이런 일은 매우 드물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전에 이동을 경험한 대부분의 새들은 경로에서 벗어난 변위를 수정해 최종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 철새들에게 이런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영국 뱅고르(Bangor)대와 킬(keele)대 연구팀은 처음으로 경로를 벗어난 철새들이 어떻게 이동경로로 다시 복귀할 수 있는지를 새롭게 통찰해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12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지역을 이동하는 개개비(reed warblers)들이 정상적인 이동경로를 넘어 ‘자기 포지션(magnetic position)’으로 비행하며 올바른 경로를 찾아가는 방법을 기술했다.
포획한 철새들에게 지자기장 시뮬레이션 실험
지구상의 여러 다른 지역들은 위치에 따라 뚜렷하게 구분되는 ‘지자기적 특성(geomagnetic signature)’을 가지고 있다.
이 특성은 지자기장의 강도와, 자기장 선과 수평선 사이의 자기 편각(magnetic declination) 혹은 경사각, 그리고 지리학적 방향과 자기적 북극 간의 자기 편각 등의 조합으로 나타난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이동경로와 일반적인 지자기 특성에 익숙한 성체 새들을 단기간 포획한 상태에서, 일반적인 이동경로를 넘어선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것과 같은 지자기 특성 시뮬레이션에 노출시켰다.
그러자 새들은 물리적으로 포획된 위치에 그대로 있고, 실제 위치에서의 별빛이나 풍경, 냄새 및 소리 등 다른 모든 감각적인 단서들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마치 시뮬레이션으로 유도된 지자기적 특성을 지닌 위치에 실제로 있는 것처럼 다른 곳으로 이동을 시작하려는 충동을 보여주었다.
즉, 자신들이 체험하고 있는 지자기 신호로 있는 위치를 상정하고, 이곳에서 자신들의 이동경로 방향으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지자기장이 이동 안내하는 핵심 요소
이는 개개비들이 이동경로를 이탈해서 날아갈 때 지자기장(earth's magnetic field)이 이들을 안내하는 핵심 요소임을 나타내준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뱅고르대 자연과학부 리처드 홀랜드(Richard Holland) 교수는 “가장 중요한 충동은 새들이 받은 자기 정보(magnetic information)에 반응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홀랜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보여주는 것은 새들이 1년 내내 자신들에게 익숙한 자기장의 경계를 벗어나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으며, 또 감지되는 지자기 특성으로부터 자신들의 현재 위치를 추정할(extrapolate)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철새들에게도 적용 가능할 것”
논문 제1저자인 킬 대학 드리트리 키쉬키네프(Dmitry Kishkinev) 박사(동물행동학 강사)는 “새들이 달성하려는 것은 ‘실제적인 비행(true navigation)’으로, 달리 말하면 이들은 완전한 미지의 위치로 이탈된 뒤에도 익숙한 주변 환경과 행선지에서 나오는 단서들 혹은 외부로의 여행 중에 수집된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알려진 목표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논문 공저자인 뱅고르대 플로리언 패크모어(Florian Packmor) 연구원은 “개개비들이 자연 범위 안에서 경험하는 것과 동일한 자기 신호를 사용한다는 것을 이번 연구에서 보여주었다”며, “그러나 이들은 이전에 경험한 것을 훨씬 넘어서서 자기장이 공간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이해한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들이 정확한 ‘지도’를 가지고 있는지, 혹은 이동경로로 되돌아가는데 필요한 일반적인 여행 방향 판단을 위한 ‘경험칙(rule of thumb)’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연구 대상으로 유럽 개개비를 활용했으나,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다른 이주 철새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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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2-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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