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사람이 달라 보일 수도 있다는 의미의 속담인데 이런 속담이 비단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건물도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외관 부분만 수리해주면 새로운 건물처럼 보일 수 있는데 건축분야에서는 이를 ‘파사드(facade)’라고 한다. 이른바 건물에 새 옷을 입히는 셈이다.
‘파사드’는 ‘얼굴’을 의미하는 라틴어 ‘facies’에서 유래된 말로서 ‘face’와 ‘appearance’가 조합된 복합어다. 건물을 사람의 몸에 비유하면 ‘파사드’는 ‘얼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데 최근 들어서 ‘파사드’는 단순히 건물을 아름답게만 보이도록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건축물이 될 수 있도록 공간 개념을 가치 있게 만드는 중요한 도구로 여겨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건축물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심포지엄 발표 현장. 강원대학교 건축학부의 김곤 교수는 ‘노후 공동주택의 지속가능한 리노베이션을 위한 이중 외피 파사드의 적용성 평가’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통해 “노후 주택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CO2 발생을 최소화 시키거나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기술이 적용된 파사드 시스템을 통해 친환경 방식으로 건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건축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
지난 18일, 경희대학교의 ‘지속가능건강건축연구센터’는 친환경ㆍ저탄소 에너지 등 건강 친화적 건축을 주제로 한 ‘지속가능 건강건축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한국 현실에 적합한 다양한 건축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시작된 ‘지속가능 건강건축 국제심포지엄’은 이번 개최로 7번째를 맞이했는데, 국내외 유명대학 학자들과 업계의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건강 친화적인 건축물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을 발표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지속가능건강건축연구센터’는 지난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고령화와 복지화, 스마트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선도연구센터로 지정받았는데, 이런 지원을 토대로 본격적으로 건축물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는 연구를 시작했다.
‘지속가능건강건축연구센터’의 센터장인 경희대의 김정태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지속가능한 스마트형 건강 건축물 관련 기술을 개발해 우리나라 건설산업과 국민 복리에 이바지하는 것이 센터의 목적”이라며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번 행사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의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건축물의 지속가능성 향상이 목표
행사의 두 번째 순서인 ‘스마트 관리와 건강친화 건축’ 세션에서는 실내의 오염물질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연구과정이 소개됐다. 경희대학교의 유창규 교수는 ‘지하공간 실내공기 오염물질의 실시간 모니터링 및 오염 평가 방법 지수 개발’이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실내에서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측정되는 주요한 오염물질의 위해성을 관리하기 위한 실내 대기오염 통합지수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실시간 센서의 유용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센서 이상 진단기술로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순서인 ‘에너지와 건강친화 건축’ 세션은 건축물 설립의 계획에서부터 설계, 생산,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소요되는 에너지 및 자원을 절약하고 기후변화를 늦출수 있는 환경기술들이 소개됐다.
세부적으로는 건축물 에너지의 소비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설비 시스템의 설계에 대한 주제로부터 시작해 난방 에너지 절약을 위한 목질 마루바닥 시스템의 열전도율 향상 기술과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자연환기 기술이 논의됐다.
마지막 세션은 ‘저탄소 친환경 건축’에 대한 주제로 진행됐다. 그중에서도 미래의 지속가능한 건축을 위해 네트 제로(Net Zero) 빌딩에 대한 강연을 한 플로리다대의 챨스 기버트(Charles Kibert) 교수는 네트 제로에 대한 개요와 미국의 현황 등에 대해 설명했다.
네트 제로 빌딩은 탄소발생이 ‘0’인 건물이라는 의미로서 이를 건축하기 위해서는 설계부터 운영까지 체계적인 건물 관리 계획이 요구된다. 기버트 교수는 오하이오주의 오버린(Oberlin) 대학 내에 지어진 네트 제로 건물을 예로 들며 “네트 제로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패널 토론에서는 정부부처와 기업체, 대학, 시민단체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참여해 ‘미래 건강친화형 친환경 건축기술의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특히 정부부처를 대표해 참석한 환경부의 양우근 사무관은 ‘건강건축을 위한 생활공감형 환경보건 R&D정책’을 발표하면서 지속가능 건축을 위한 정부의 지원 현황을 밝혀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 김준래 객원기자
- joonrae@naver.com
- 저작권자 2012-05-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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