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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 객원기자
2014-11-04

지반 파괴 없이 가스하이드레이트 추출 [인터뷰] 이흔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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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에서 가스와 물이 결합돼 형성된 고체에너지인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세대 청정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매장량도 상당하다는 점은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사실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 등의 화석연료처럼 매장량이 한정돼 있지 않고, 오히려 그 양이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모든 탄소자원을 합한 양의 두 배에 달하기 때문에 더 없이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정적인 개발을 위해 지상 공기·혼합가스 삽입

이흔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 KAIST
이흔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 KAIST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매력적인 차세대 에너지원인 것은 틀림없지만 상용화까지 가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작용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개발이 문제였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지층 사이에 존재하는 가스 자원이다. 때문에 이를 대량으로 추출할 경우 지반 구조가 약화돼 침하하거나 붕괴되는 등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는 엄청난 위험 요소를 갖고 있다. 이는 곧 전 지구적 재앙과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국내 연구진이 해저에 묻힌 가스 하이드레이트 층을 거의 손상하지 않고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흔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이 얼음 결정 형태로 이뤄진 하이드레이트 구조에 갇힌 막대한 양의 천연가수를 회수하고 그 빈 자리에 지상으로부터 주입한 공기 혹은 혼합가스를 삽입하는 획기적인 개념을 수립한 것이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심해저나 남극 북극을 포함한 추운 동토대 지하 얼음 형태 퇴적층에 묻혀있는 미래 에너지 자원입니다. 성분은 천연가스입니다. 대략 추정되는 매장량은 화석연료인 석탄과 석유를 모두 합친 양보다 약 두 배 이상 많다고 해요.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추출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된 방법은 감압법입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죠.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생산할 때 해저 지반이 붕괴되거나 해저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엄청난 피해가 우려됐으니까요.”

감압 시 얼음형태의 가스 하이드레이트 층은 물과 천연가스로 바뀌게 된다. 이흔 교수팀은 바로 이 점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맞교환법을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즉, 지상의 공기와 해저의 천연가스 성분을 맞바꾸면 해저 가스 하이드레이트 층의 지반 형태가 붕괴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맞교환 현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가스가 지상에서 해저로 주입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 연구팀은 지구에서 가장 풍부하고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공기가 가장 이상적인 가스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디어를 그대로 적용해  공기를 주입했더니 가스하이드레이트 퇴적층으로 들어가 메탄 등 천연가스 성분을 빼내고 그 자리에 자리를 잡더군요. 이 모든 현상이 그저 물 흐르듯 자발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이는 곧 가스 하이드레이트로부터 천연가스를 생산하기 위해 다른 특별한 설비나 에너지가 필요없다는 의미였죠. 상당히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기술입니다. 또한 자연친화적인 유일한 생산방법이기도 하고요.”

‘맞교환’이 가능했던 것은 공기를 직접 주입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섞어 주입하면 얼음층이 녹지 않고 가스 하이드레이트 내부에서 가스끼리 서로 자리를 바꾸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 자발적인 평형과정에 의해 이뤄지게 된다.

연구에 성공했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아무래도 안정성이었다. 기존 방법의 가장 큰 한계점이 안정성이었던 만큼, 새롭게 개발된 연구는 지반붕괴의 위험이 없는지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개발한 맞교환 반응은 매우 안정적인 반응입니다. 가스 간의 교환이 일어날 때 특별한 상변화 없이 진행되죠. 공기를 주입하기 전후의 가스하이드레이트 층을 겉으로만 관찰해봐도 얼음층이 녹는 등의 변화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가스하이드레이트 얼음 층의 손상없이 원하는 천연가스만 선택적으로 추출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 모든 지역에 적용 가능한 기술

공기를 이용한 심해 가스하이드레이트 생산 모식도 ⓒ KAIST
공기를 이용한 심해 가스하이드레이트 생산 모식도 ⓒ KAIST

이흔 교수팀이 개발한 이번 연구는 자연현상 원리로 진행되는 천연가스 생산과정으로써 이미 국내외에 특허 등록 및 출원이 완료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독보적인 기술로써 KoFAST-2(Korea Field-Adapted Swapping Technology, 한국 필드 적응형 맞교환기술)라고 명명했다.

이에 앞서 이흔 교수팀은 KoFAST-1을 이미 개발한 바 있다. 미국 메이저 석유가스회사인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가 2012년 4월 미국 알라스카 노스슬로프(North Slope)에 이산화탄소와 질소 혼합가스를 주입해 천연가스를 성공적으로 시험 생산함으로써 KoFAST 기술의 상업화 검증이 이뤄졌다.

개발된 KoFAST-2는 대기 중 공기를 직접 이용한 사례로 생산 비용과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또한 KoFAST-2는 KoFAST-1 보다 광범위한 천연 가스하이드레이트 필드에 적용 가능한 기술로써 기존 맞교환 기술의 잠재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신기술로 평가 받는다.

“2006년에 최초로 개발된 제 1차 맞교환기술인 KoFAST-1 (Korea Field-Adapted Swapping Technology)은 이산화탄소와 질소로 이뤄진 혼합가스를 주입가스로 사용했어요. KoFAST-1 기술은 일정한 해저 온도와 압력 조건 등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이 제한적이었다면 이번에 개발된 한국 필드적응형 맞교환 기술 (KoFAST-2)은 거의 모든 세계 가스하이드레이트 층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새롭게 개발된 기술의 가장 큰 이점은 공기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 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데는 개발대상 가스하이드레이트 층의 바로 위 해상에서 직접 공기를 포집해 바로 주입하는 방법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지상에서 가스를 액화시켜 수송하지 않아도 되므로 개발 비용 측면에서 큰 장점을 갖게 된다. 또한 기존에 적용될 수 없던 세계 여러 가스하이드레이트 층에도 적용할 수 있어 새로운 가스 생산의 장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이흔 교수팀이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좀 더 간단하고 안정적인 가스 하이드레이트 생산방법을 고민하면서다. 이흔 교수는 “과학적 과정은 그 설명이 간단할수록 파급력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인류 복지를 증진 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간단함(Simplicity)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셰일가스(Shale Gas)도 그 동안 마땅한 기술을 찾지 못해 개발을 못했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 아주 간단하고 쉽게 채굴할 수 있는 기술을 미국에서 개발했어요. 이에 따라 현재 미국이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갑자기 바뀌게 됐죠. 저희 연구팀도 좀 더 간단하고 안정적인 가스하이드레이트 생산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대기 중 공기를 직접 이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연구에 들어 갔어요. 만약 성공한다면 주입된 공기가 맞교환 기능 이외에 가스하이드레이트 얼음층을 녹일 수 있는 해리 기능도 갖고 있어 생산시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는 여러 어려움이 산적해 있었다. 무엇보다 자발적인 맞교환 과정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인자를 찾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이흔 교수팀은 자연적인 열역학 과정을 연구에 이득이 되도록 조절해 줄 수 있으면서 동시에 매우 간단히 설명될 수 있는 인자를 찾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반복했다.

“맞교환 과정이 조절될 수 있는 임계농도점 가설을 세운 후 1차적으로 눈으로 결과를 확인한 후에 2~3중의 분광학적 정밀분석을 거쳤습니다. 이를 통해 가설을 뒷받침 했죠. 포항공대 가속기연구소에서 고분해능 분광기를 이용해 저희가 내세운 임계농도점의 타당성을 최종적으로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KoFAST-1 맞교환 기술이 처음 개발된 2006년 이후 약 8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맞교환 기술의 잠재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KoFAST-2 획기적 기술을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동해 울릉분지에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광범위하게 부존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매장량은 약 6억톤으로 30여 년 동안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흔 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KoFAST-2 기술이 먼저 이 지역에 적용돼 에너지 자원 확보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며 “이후 전 세계 가스하이드레이트 생산을 위한 획기적 기술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11-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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