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초의 대륙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약 7억 5000만년 더 일찍 출현했으며, 현대 대륙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다에서 솟아올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또한, 지구 초기에 형성된 이 대륙의 단단한 암석 덩어리는 아래에서 솟아오른 마그마 위로 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는 다른 행성과 달리 표면에 대륙과 바다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런데 대륙의 출현은 지구의 대기, 해양, 기후 및 생명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대륙의 유출수는 DNA 및 기타 생물학적 구성 요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처럼 해양생물에 대한 주요 영양소의 공급원이 되었다.
이번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호주 모나시대학의 지질학자 프리야다르시 초우두리(Priyadarshi Chowdhury)는 “초기 지구의 해양에 그 같은 필수 영양소를 전달하는 것은 생명체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했다”며 “ 때문에 최초 대륙의 출현은 우리 행성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최초의 대륙이 언제 어떻게 바다 위로 솟아올랐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대략 25억 년 전에 최초의 대륙이 출현했으며, 현재 지구 표면을 구성하는 거대한 대륙들은 판구조론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륙 출현에 대한 이전의 연구는 일반적으로 전 지구적 해양 화학의 변화가 기록된 암석에서 발견되는 희미한 흔적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하지만 암석에 지질학적 특징이 기록될 만큼 해양의 화학적 성질이 전 지구적 규모로 충분히 변하기 위해서는 수천만 년 또는 수억 년이 걸릴 수 있다.
현대의 지각 생성 과정과 전혀 달라
이에 따라 호주의 연구진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토양이 있는 동부 인도의 고대 대륙 조각인 ‘싱붐 강괴(Singhbhum Craton)’에 주목했다. 이 강괴의 암석에 함유된 미세한 지르콘 입자의 연대가 초기 대륙 출현 시기에 있어 직접적이고 명백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방사성 원소인 우라늄이 들어 있는 지르콘을 암석에서 채취한 뒤 질량분석법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화학적 조성을 밝혀냈다. 우라늄은 일정한 속도에 의해 납으로 붕괴되므로 각 표본에서 납에 대한 우라늄의 비율을 조사하면 암석의 연대를 결정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싱붐 강괴는 약 32억~33억 년 전에 처음 출현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대부분의 이전 모델이 예측한 것보다 약 7억5000만년이나 앞선 시기다.
또한 연구진은 판구조론이 이 같은 강괴들의 부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괴란 캄브리아기 이후 내부 대륙 지각에서 대륙 변동이 끝나고 조산운동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 대륙 중핵부의 안정된 지역으로서 대륙괴라고도 한다.

즉, 최초의 대륙은 지구 깊숙한 곳에서 나온 마그마가 점진적으로 누적되고 부풀려지면서 해수면 위로 상승했다는 주장이다. 바다 위로 솟아오른 지구 최초 대륙의 형성 과정은 오늘날 지구 상에서의 지각을 생성하는 과정과 완벽히 달랐던 셈이다.
한편, 대륙 암석의 화학적 붕괴는 지구 온난화 가스인 이산화탄소를 가두게 된다. 초두우리 박사는 “지구 최초의 대륙이 출현하고 풍화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격리하게 됨으로써 지구 냉각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가설은 약 30억 년 전의 지질학 기록에서 빙하 퇴적물이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에 의해 뒷받침된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11월 8일자에 게재됐다.
금속 광석 매장지 탐색에 도움돼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호주 퀸즐랜드대학의 지질학자 제이콥 멀더(Jacob Mulder)는 대륙 출현으로 인한 지구 표면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는 광산의 개발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지구에서 가장 큰 철광석 매장지는 새로 출현한 대륙 지각 주변의 얕은 바다에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금속 광석 매장지의 형성 및 위치를 이해하는 차세대 모델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다른 고대 대륙의 파편을 연구하면 전 지구적 규모로 대륙 출현이 시작된 시기와 범위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인도의 싱붐 강괴와 비슷한 연대의 퇴적암이 들어 있는 남아프리카의 카프발 강괴, 호주의 필바라 강괴도 약 30억 년 전에 완전히 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지구의 대륙 형성과 관련한 의문점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한 번에 정확히 얼마나 많은 땅이 형성되었으며, 그 땅덩어리가 물 위에 얼마나 오랫동안 형성돼 있었는지 등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 이성규 객원기자
- yess01@hanmail.net
- 저작권자 2021-11-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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