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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20-05-28

지구에 남을 코로나19의 흔적들 빙하 코어, 나무 나이테, 퇴적층 등에 기록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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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몇몇 대학의 과학자들이 모인 공동 연구팀은 첨단 레이저 기술로 알프스산맥의 정상 부근에 위치한 빙하에서 채취한 얼음 코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2000년 동안 대기권 내 연간 납 함유량이 단 한 번 급강하한 사실을 알아냈다.

그 시기는 1349년에서 1353년 사이였다. 바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불리는 페스트가 유행한 시기였다. 페스트는 당시의 채굴업 및 제련업을 포함한 모든 경제 활동을 붕괴시켰다. 그로 인해 알프스 상공의 대기에도 더 적은 수의 납 입자들이 부유했고,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눈은 그 기록을 얼음으로 압축했다. 즉, 그들은 빙하 코어의 기록에서 페스트의 흔적을 읽어낸 것이다.

요즘 페스트만큼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마비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자동차 및 비행기의 운행이 감소하고, 공장들은 문을 닫으면서 다양한 종류의 오염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코로나19의 흔적은 빙하 코어를 비롯해 나무의 나이테, 퇴적층 등 다양한 곳에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 Frauke Riether(Pixabay)

차량에서 배출되는 이산화질소의 경우 중국 주요 도시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60% 감소했으며, 뉴욕시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년 전보다 17% 감소했다.

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 감소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5% 수준이니 코로나19의 위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그럼 코로나19의 흔적도 페스트의 경우처럼 지구의 타임캡슐로 불리는 빙하 코어에 과연 기록될까.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된 최신 기사에 의하면, 코로나19의 흔적은 빙하 코어를 비롯해 나무의 나이테, 퇴적층 등 다양한 곳에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우한 PM2.5 수준 44% 감소돼

메인주립대학 기후변화연구소의 빙하학자 폴 메이유스키 교수는 만약 100년 후 어떤 과학자가 빙하 코어를 분석한다면 가장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코로나19의 표식은 에어로졸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체 중에 매우 미세한 액체나 고체 입자들이 분산되어 있는 부유물을 뜻하는 에어로졸은 땅에 떨어지기 전에 몇 주 동안 대기를 통해 떠다닐 수 있다. 빙하 코어의 경우 월별 해상도로 에어로졸을 재구성할 수 있으므로 코로나19의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빙하 코어에 기록될 수 있는 중요한 표식 중 하나는 검댕이다. 초미세먼지(PM2.5)에 해당하는 검댕은 석탄 및 천연가스 발전소를 비롯해 자동차 배기가스, 직화구이 음식점 등에서 주로 배출된다. 중국 우한의 PM2.5 수준은 폐쇄 기간 동안 44%나 감소됐다.

나무는 빙하보다 도시 및 산업 중심지에 훨씬 더 가까이 위치하므로 나이테에 쌓이는 기록이 얼음 코어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 ⓒ 게티 이미지

고생물학자들의 경우 100년 후 나무의 나이테에서 코로나19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나무는 성장하면서 대기에서 퇴적된 카드뮴, 황, 질소산화물 등을 토양과 물로부터 흡수한다. 따라서 질량분광법으로 나이테를 분석하면 매년 그 수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

나무는 빙하보다 도시 및 산업 중심지에 훨씬 더 가까이 위치하므로 나이테에 쌓이는 기록이 얼음 코어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감소는 흔적 안 남을 수도

그런데 코로나19가 미래에 남길 표식에는 이처럼 감소하는 것 대신 평균보다 더 많은 양의 특정 물질을 포함할 수도 있다. 조지아공과대학의 고생물학자 킴 콥은 현재 폐기되고 있는 엄청난 양의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가 미래의 퇴적층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보호장비를 뜻하는 PPE는 감염 예방을 위해 주로 의료 종사자가 착용하는 장갑, 마스크, 가운, 캡, 앞치마, 고글 등의 보호장비를 말한다. 그런 것들이 강의 삼각주, 해안가, 호숫가 등에서 산더미 같은 퇴적층으로 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다.

킴 콥은 이미 많은 양의 플라스틱이 퇴적층에 쌓이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용되고 버려지는 수십억 개의 장갑, 마스크, 기타 일회용 물품이 추가되면 플라스틱이 풍부한 대격변을 나타내는 뚜렷한 퇴적층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모든 기록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와 관련한 기록의 경우 미래 학자들이 어쩌면 발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서 약 1세기까지 머무를 수 있는 장수 가스로서, 일시적으로 배출량이 감소해도 세계 기후 궤적을 바꿀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 침체로 인한 일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는 경기가 회복될 경우 쉽게 반등한다. 실제로 세계 금융위기 때 감소한 이산화탄소 수치는 다음 해인 2010년에 전 세계의 경기가 회복되면서 배출량이 5%씩 반등했다.

지난 2월 코로나19가 정점으로 치달았던 중국의 경우에도 당시 이산화탄소 1일 배출량이 거의 1/4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4월 말에는 그 수치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05-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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