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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임동욱 객원기자
2012-03-19

중성미자 속도, 빛보다 빠르지 않다 CERN 재실험 후 “기존 측정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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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물질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이 권좌에 다시 올랐다.

▲ 아인슈타인이 1905년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발표한 특수상대성이론이 다시금 권좌에 오를 전망이다. ⓒⓒWikisource
지난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를 발견했다”며 현대 물리학의 기본체계를 뒤집을 만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시작된 논쟁이 ‘측정 오류’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미국, 스위스, 이탈리아, 폴란드, 러시아 등 5개국 14개 기관으로 이루어진 ‘이카루스 공동연구진(ICARUS Collaboration)’은 최근 이탈리아 그란사소 연구소의 최신식 대형입자검출기(LVD)를 이용해 중성미자의 속도를 재측정하는 교차검증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성미자는 빛보다 빠르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측은 오는 5월에 미국 페르미 연구소의 ‘미노스(Minos) 프로젝트’로 재검증해 최종결과를 확정짓겠다고 밝혔다. 물리학계에서는 ‘중성미자의 속도와 더불어 과학의 투명성을 검증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참고로 이카루스(ICARUS)는 ‘우주 및 지하 희귀신호 촬영기(Imaging Cosmic And Rare Underground Signals)’의 줄임말이며, 미노스(MINOS)는 ‘주분사기 중성미자 진동연구(Main Injector Neutrino Oscillation Search)’의 약자다.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 발견”에 논쟁 시작돼

지난해 9월 23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산하 오페라(OPERA) 프로젝트 연구진은 실험 결과 ‘빛보다 빠른 물질’이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소립자의 일종인 중성미자(neutrino)가 주인공이다. 중성미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을 띠는 바람에 쉽게 검출되지 않아 ‘유령의 입자’라 불린다.

연구진은 스위스 제네바의 입자가속기에서 두 개의 양자를 충돌시켜 일곱 개의 중성미자를 발생시켰다. 이를 730킬로미터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Gran Sasso) 연구소의 검출기로 발사하자 빛보다 평균 60나노초 빨리 도착한 것으로 측정되었다. 빛이 730킬로미터를 이동하려면 0.00243006초가 걸리는데 중성미자는 0.00243초 만에 도착한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E=mc² 공식으로 유명하다. 에너지(E)는 질량(m)에 광속(c)의 제곱을 곱한 값과 같다는 뜻으로 에너지와 질량을 동일한 공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이 공식에 따르면 물체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질량과 에너지가 늘어나는데 빛의 속도가 되면 무한대로 늘어나서 결국 빛의 속도를 뛰어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오페라 실험은 3년 동안 1만6천 번이나 반복해서 1만5천개의 확실한 값만을 엄선했는데도 특수상대성이론이 틀렸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 사건으로 각국의 물리학자들은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고 이후 재실험이 실시되었지만 결과는 동일했다.

참고로 오페라(OPERA)는 ‘감광유제 추적장치를 이용한 진동연구 프로젝트(Oscillation Project with Emulsion-tRacking Apparatus)’의 줄임말이다.

“과학 실험의 투명성과 청렴성 인정 받은 계기”

이후 물리학계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옹호하는 쪽과 새로운 중성미자의 발견을 축하하는 쪽으로 양분되었다.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연구진은 “결과값을 공개하고 투명한 조건 하에 다시 한 번 재실험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제공동연구진이 투입되었고 이카루스 검출기를 이용해 기존 7개의 중성미자 값을 재측정하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 오페라 실험 재검증에 사용된 이카루스 검출기. 내부에 액체 아르곤을 채워 시간투영 및 측정능력을 높였다. ⓒICARUS Collaboration
실험 후 이카루스 공동연구진의 대변인 카를로 루비아(Carlo Rubbia)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유럽입자물리소의 발표자료를 통해 “교차검증을 통해 지난해 진행된 오페라 프로젝트의 실험을 재점검한 결과 중성미자의 속도가 빛보다 빠르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카루스 검출기는 가로 3.6미터, 세로 3.9미터에 19.9미터 길이의 사각형 구조물이다. 기존에는 전기를 띤 입자를 기포상자(bubble chamber) 방식으로 포착했지만, 이번에 새로 구축된 검출기는 내부를 액체 아르곤으로 채워 시간투영(time projection) 기능을 높였다.

특히 중성미자의 반응을 광속 차원에서 정확하게 측정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현재 각국의 대형 중성미자 검출기 중 가장 나은 성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세르지오 베르톨루치(Sergio Bertolucci) 연구팀장은 “과학 실험은 엄격하고 투명한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오페라 실험은 오류로 판명나는 분위기지만 실험결과를 일반에 공개하고 독립적인 외부기관을 초빙해 정밀조사를 실시하는 등 과학적 첨령성을 한층 높였다는 점에서 인정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연구소 측은 기존의 오페라 프로젝트 실험, 그란사소 대형검출기 측정, 이카루스 공동연구 등의 결를 종합하고 오는 5월에 실시될 미노스 프로젝트의 결론을 추가해 최종 결과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임동욱 객원기자
im.dong.uk@gmail.com
저작권자 2012-03-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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