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보자기를 내밀어라.’
‘이전 판에서 바위로 이겼던 사람은 다음 판에도 바위를 낼 확률이 높다.’
흔히 1/3 확률이라고 하는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많이 이기는 비법이 있을까. ‘필승법’까지는 아니지만, 실제로 이길 확률을 높여주는 방법이 존재한다. 근거 없이 머릿속 추측을 바탕으로 작성된, 소위 ‘뇌피셜’이 아니다. 과학적 연구로 증명된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누구나 가질법한 사소한 궁금증들을 과학으로 풀어주는 콘텐츠가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과학 콘텐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튜브 채널 ‘사물궁이 잡학지식’이다.(관련 동영상 링크)
이 채널에는 ‘하늘로 쏘아 올린 총알은 어떻게 되는지’, ‘비가 오지 않아도 계곡물이 흐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기발하면서도 참신한 콘텐츠가 가득하다. ‘흥미 있는 소재를 자극적이지 않게 다룬다’는 입소문에 최근 그 인기가 급증, 4월 16일 기준 구독자 수만 18만 명에 이른다. 본격적인 동영상 업로드가 이뤄진 지 3달 만에 이뤄낸 성과다.
새로운 과학 콘텐츠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유튜브 채널 ‘사물궁이 잡학지식’ 운영자(이하 사물궁이)를 사이언스타임즈에서 만나보았다.

1인 미디어의 탄생, 쉽지 않은 길
사실 사물궁이는 깜짝 스타가 아니다. 이미 2015년 5월부터 ‘스피드웨건’이라는 필명으로 1인 미디어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준비된 인재이기 때문이다. 스피드웨건이란 만화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 등장해 장황하게 상황 해설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캐릭터다. 과도한 설명으로 인해 네티즌들에게 ‘설명충’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처음 시작한 목적은 운영하던 쇼핑몰의 홍보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제작한 콘텐츠에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이에 흥미를 느껴 쇼핑몰 대신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에 집중하게 됐어요.”
이렇게 시작한 1인 미디어 활동은 당시 휴학생이던 사물궁이의 진로를 결정지었다. 그는 현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TV, 네이버 포스트, 틱톡, 피키캐스트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생소했던 1인 미디어 활동은 쉽지 않은 길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돈. 특히 안정적인 수익원이 없다는 사실은 사물궁이에게 크나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제 콘텐츠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의 응원 덕분에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활동을 계속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기에 그만두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설명충 스피드웨건, 유튜브 잡학박사 되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사물궁이는 “운이 좋았다”라며 “신기하게도 다른 진로를 진지하게 모색할 때마다 여러 기업으로부터 연락이 오고, 콘텐츠 제휴를 하게 되면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역시 성과에 비해 들어오는 수익은 크지 않았다고 한다. 언제든지 불발될 수 있는 단기 계약의 불안정성도 부담이 됐다. 주로 텍스트 위주로 작업하던 그가 유튜브에 눈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유튜브는 창작자에게 수익을 쉐어링 해 주는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기에, 콘텐츠 제작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플랫폼입니다.”
문제는 영상. 수년간 1인 미디어 활동을 하며 잔뼈가 굵은 사물궁이에게도 영상 제작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난감했다. 그런 사물궁이에게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학문화 재능마켓 지원 사업’이 기회가 됐다.
“마침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해당 사업을 통해 기획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습니다. 덕분에 크몽이라는 프리랜서 마켓을 통해 훌륭한 프리랜서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고, 안정적으로 유튜브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독자 매료시킨 비결은?
오랜 기간 1인 미디어를 운영하며 내공을 쌓은 콘텐츠 고수,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공공기관의 만남은 시작부터 큰 시너지를 냈다. 사물궁이는 3개월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50개가 넘는 영상을 제작해 올렸다.
단지 수량만 채운 것이 아니다. 모든 성공에는 그 이유가 있기 마련. 사물궁이 잡학지식 채널에는 몇 가지 미덕이 있다.
가장 큰 미덕은 번뜩이는 아이디어. “진짜 이 채널은 대답보다도 질문이 더 신기함. 어떻게 매번 이런 질문을 정하지? 리스펙트.”, “사물궁이는 늪이다. 한번 입덕하면 빠져나올 수 없다.” 등의 댓글들은 사물궁이 잡학지식 채널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에 대해 사물궁이는 “세상의 당연한 일들에 의문을 품어가며 주제를 선정한다”며 끝없는 고민이 그 비결임을 밝혔다.
“논문을 중심으로 관련 자료를 전부 수집하는데, 특히 하나의 사안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경우에는 더욱 꼼꼼히 체크합니다. 자세하게 확인이 필요한 내용은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 관련 업체에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많아 답답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미덕은 적절한 난이도 조절이다.
“과학은 그 분야가 정말 다양하고, 어렵습니다. 저 역시 비록 미생물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항상 배우는 입장이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제가 이해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합니다.”
실제 사물궁이 잡학지식 채널에는 과학 콘텐츠의 단골 반응인 “내용이 어렵다"라는 댓글이 거의 달리지 않는다. 동글동글하고 다소 엉성한 귀여운 캐릭터의 존재도 독자에게 호감을 준다.
높은 충성도에는 이유가 있다
마지막 미덕은 솔직함. 자신의 모자람을 인정하고, 정확한 팩트 전달을 중시하는 자세가 독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아무래도 바로 수정 가능한 텍스트와 달리 영상은 잘못된 부분이 생길 경우 바로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부정확하거나 애매모호한 내용을 지적하는 댓글이 나오면 이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등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한 어떤 내용에 대해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을 경우, 솔직하게 불확실하다는 내용을 언급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미덕 덕분인지 사물궁이 잡학지식 채널은 독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인지, 조회수 대비 구독자 수가 많은 편입니다. 시청 지속률 역시 다른 콘텐츠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단순 구독, 시청을 넘어 적극적으로 소재를 제보하는 움직임 역시 활발하다. 소재 제보 양이 너무 많아 미처 확인 못한 질문이 2000개가 넘을 정도다.
결국 사물궁이 잡학지식 채널의 비상(飛上)은 준비된 고수에게 주어진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갑작스럽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달라질 것은 없다. 앞으로도 항상 지금처럼,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사물궁이의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 이번 인터뷰는 본인의 요청으로 개인 신상(사진, 이름, 나이 등) 비공개로 진행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바랍니다.
- 김청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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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4-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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