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개입이나 기후 변화에 따라 생물종들은 새로 탄생하는 종보다 멸종하는 숫자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대에서 볼 때 오늘날 전 세계 바다에는 옛날보다 더 많은 다양한 종들이 번식하고 있다. 왜 그럴까?
오랫동안 고생물학 연구(paleontological research)의 초점이 돼 온 이 질문에 대해 미국 코네티컷대를 비롯한 하와이대와 텍사스(알링턴)대, 터프츠대,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2월 28일 자에 보고한 연구에서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
바로 ‘느리고 꾸준한’ 계통 발달을 한 그룹이 종 다양성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멸종에 저항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바다에서 볼 수 있는 물고기와 연체동물, 갑각류 같은 가장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은 오랜 시간 동안에 걸쳐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다양해졌고, 연구팀은 이것이 멸종에 대해 완충작용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5억 년 간 나타난 해양 동물 2만 속 조사
논문 공저자인 코네티컷대 앤드류 부시(Andrew Bush) 부교수(지구과학 및 생태와 진화 생물학)는, 지구 역사에서 생물다양성이 어떻게 진화돼 왔는지를 아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파괴와 관련된 미래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부시 교수는 “고생물학은 대량 멸종 시기를 포함해 과거에 여러 종들이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 도움이 된 특성들을 식별하는데 유익하다”며, “이번과 같은 연구는 향후 수십 년 동안 환경 파괴가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지난 5억 년 동안에 나타났던 약 2만 속(genera, 관련 종들의 그룹)의 화석 해양 동물과, 현재 살아있는 약 3만 속의 해양 동물들을 조사했다.
논문 제1저자인 하와이대(힐로) 생물학과 매튜 노프(Matthew Knope) 조교수는, 분석 결과 가장 다양한 동물 그룹에 속해 있는 종들이 먹이를 먹고 살아가는 방법에서 더 많은 이동성을 띠고 있으며, 더욱 다양한 경향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노프 교수는 “생태적으로 유연한 그룹이 되면 특히 대량 멸종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에 멸종에 저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보는 바다는 물고기와 절지동물, 연체동물과 같은 그룹의 종들이 어지럽게 산재해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유는 이들이 드물게 보이는 해양 동물 그룹들보다 높은 발생률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낮은 멸종률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느리고 꾸준한’ 계통 발달이 다양성 확보의 핵심
이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른 ‘느리고 꾸준한(slow and steady)’ 계통(lineages) 발달이 바로 어떤 계통의 동물군이 가장 높은 다양성을 확보하느냐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플로리다대 미할 코왈레프스키(Michal Kowalewski) 교수(무척추동물 고생물학)는 이번 연구에 대해 “생물학의 핵심 문제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고생물학 데이터가 차지하는 가치를 부각시키는 연구”라고 강조했다.
노프 교수는 “거북이와 토끼의 달리기 우화가 해양 동물들의 다양성을 설명하는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즉, 초기에 다양성이 두드려졌던 일부 그룹들은, 진화적으로 변동이 덜했으나 생태적으로 더욱 다양한 다른 그룹들에 의해 추월당했으며, 이 추월한 그룹들은 꾸준한 다양화율과 대량 멸종에 대한 강한 저항성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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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3-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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