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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객원편집위원
2004-10-21

"종교적 신념때문에 줄기세포연구 반대해서는 안돼" 토마스 머레이 헤이스팅 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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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사형제도의 존속과 폐지를 놓고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한 적이 있다. 국내 모 TV토론에 참석해 기존의 사형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한 검사가 반대를 주장하는 성직자에게 이런 말을 한 기억이 난다.


"사형제도를 찬성한다고 해서 잔인하고 폐지한다고 해서 인간적인 것은 아니다. 인간의 죽음은 신만이 할 수 있다는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사형제도 폐지 운운하는 것은 토론장에서 할 합리적인 일은 아니다. 나도 법에 따라 양심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세계지식포럼에는 줄기세포에 관해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미국 헤이스팅 센터의 토마스 머레이 소장, 피츠버그 대학의 의학개발 연구소 소장인 제럴드 새튼 교수도 참가 했다.


생명윤리와 인간의 가치를 가르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2백 여권이 넘는 저서를 출간 할 정도로 정열을 과시하고 있는 토마스 머레이(Thomas Murray)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에 제동을 걸려고 하는 미국정부에 대해 신날하게 비판했다.


"줄기세포연구를 반대하는 정책의 이면에는 종교적인 목소리가 많이 깔려 있다. 정부의 공적인 정책이 소수의 의견, 그것도 종교적인 신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과연 모든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행정이 될 수 있는가".


"대부분의 이성적인 사람들이 찬성하고 있고 인간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를 합리적인 근거가 아니라 종교적인 이유만으로 반대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머레이 박사는 "병상에서 불치병으로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떨고 있는 환자를 생각해 보자.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환자를 고통과 공포에서 해방시켜주는 것이다. 그 일이야말로 종교적인 윤리보다 더 윤리적인 일이 아닌가".


머레이 박사는 반대하는 종교계를 향해 "인간적인 윤리 또는 사회적인 윤리가 종교적인 윤리와 같은 것은 아니며 줄기세포에 관해서는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따른 윤리가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하고 선택하는 일이 성숙한 시민사회가 추구해야 할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어떤 집단은 이 연구를 인간복제와 연결시키고 있다. 물론 줄기세포 연구가 인간복제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는 있지만 현재 기술로는 희박하다"며 "통계적으로도 지금껏 시도한 동물복제 실험에서도 단지 0.8%만이 출산으로 이어졌고 모든 경우에서 기형아나 질병을 가진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는 착상되기 직전이나 임신 8-12주에 유산된 태아에서 추출한 세포다. 이 단계의 세포는 아직 장기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사전에 입력하는데 따라 특정하게 선택한 세포계(cell line)로 배양될 수 있다.


이 연구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이유는 이 연구를 위한 세포가 배아로 얻어지기 때문에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세포를 폐기하는 행위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일부 낙태 반대론자들이나 보수종교단체가 반대하고 있는 것은 이 세포를 하나의 생명이라는 해석을 내리는데 있다.


특히 종교단체가 반대하는 이면에는 생명의 기원을 종교적인 신념에서 찾으려는데 있다. 생명창조에 관한 모든 것은 신의 영역으로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집념이다.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찬반 토론은막바지에 이른 미국 대통령선거전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메뉴다. 간단히 말하자면 부시는 반대론자이고 케리 후보는 찬성론자다.


종교계에 추파를 던지려는 전략이든 확고한 신념이든 많은 미국의 가톨릭교회 주교들이 존 케리 민주당후보의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부시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유는 줄기세포연구는 낙태를 반대하는 가톨릭의 원리에 위배된다는 것.


줄기세포연구는 차세대 생명공학의 중요한 부분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알츠하이머병 같은 뇌질환에서 당뇨병 같은 세포기능이상으로 인한 질환, 파킨슨병이나 척수질환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 등 현재 의술로는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끝마치고 황우석 박사와 회견장을 떠나는 머레이 박사를 만나 몇 마디 물어 보았다.


▲ 미국에서는 왜 이러한 논란이 거센가.


우선 미국의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세인들의 이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은 다양한 민족에다가 단체들도 많다. 그들의 주장 또한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혹은 TV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유명세를 타보려는 집단도 있다.


종교가운데서는 개신교보다 가톨릭이 보수적이다.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반발에 부딪혀 연구가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학문적 동기가 순수하고 인간의 생명과 고통에 관한 문제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확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이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 부시 대통령도 반대하지 않았는가.


처음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인간복제를 제외한 연구에 지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9월 예산지원을 제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인적으로 선거를 의식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기몰이를 위해 변하는 것이 정치인이다.


▲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있었는가.


좋은 질문이다. 이제까지 전혀 없었다. 연구단계에 있을 뿐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줄기세포연구가 실용단계에 접어들어 치료혜택을 본 환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오해다. 전혀 그렇지 않다.


한편 지난해 12월 생명윤리법을 통과 시켰다. 인간복제목적의 체세포 배아복제, 자궁착상이나 유지, 또는 출산을 금지하는 등 인간복제는 금지했으나 인공수정으로 만들어진 배아 중 보존기간이 지난 잔여 배아를 불임 치료법 개발이나 난치병 치료 연구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김형근 객원편집위원
저작권자 2004-10-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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