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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박미진 객원기자
2011-03-22

전문가들, “방사능 공포 과장” WHO, 도쿄의 방사선 수치 건강에 위협 안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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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4대가 잇따라 폭발하면서 방사성 물질 유출에 대해 염려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폭탄 투하를 경험한 일본인들은 극심한 공포에 휩싸여 있는데 원전 인근 마을에는 비상이 걸렸고 후쿠시마와 하네다의 공항도 아예 일본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방사능 공포는 일본인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방사능 방어에 도움이 된다는 유언비어 탓에 중국과 홍콩 등 여러 나라에서 소금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 내륙 지방에서는 요오드제를 사들이고 의사 상담을 요청하는 등 패닉 상태가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년의 신종 플루 때에도 실제 질병이 가진 위험성보다 실체를 모른 채 갖고 있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룰 수 있다”며 “국민들은 필요 이상의 과도한 걱정을 갖지 말고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 철두철미한 예방시스템으로 미래의 안전에 대한 예방책에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단 기기의 발전으로 소량의 방사능도 검출

많은 사람들이 특정 지역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어 피폭량 수치가 얼마라는 소식을 들으면 당장 큰일이라도 날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피폭이라는 것은 투과성 방사선이 몸을 지나가는 것인데 X레이나 CT 촬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피폭을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비록 스스로 느끼지는 못하더라도 우리가 지구에 사는 것만으로도 연간 평균 2.4밀리 시버트(mSv)에 달하는 방사능에 항상 노출돼 있는데 언론에 보도되는 피폭량의 대부분은 자연 방사능의 10여배 이내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임상무 박사는 “피폭량이 자주 거론되는 것은 평상시와 달라지는 피폭량 때문인데 진단 기기들의 성능이 매우 뛰어나 자연 방사능의 몇 배만 되도 측정이 된다”며 “자연방사능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수십만 년 동안 같이 살아온 정상적인 환경인데, 미미한 수치를 가지고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전에게 240km 떨어진 도쿄는 현재 평상시보다 공기 중 방사능 수치가 10배나 많은 0.809 마이크로시버트(1μSv)인데 이것은 1000분의 1 밀리 시버트(mSv)에도 못 미치며 흉부 x레이 촬영시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로 건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 평상시 수치보다 더욱 높아졌다며 2배, 4배 등 배수를 거론하지만 실제로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려면 최소한 1밀리 시버트의 1000배인 1시버트 이상은 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임 박사는 “흉부 X레이를 통해 나오는 방사선량은 0.1밀리 시버트(mSv), CT는 X레이의 10~20배 정도 되고 PET-CT의 경우 CT의 2배 정도에 달한다”며 “1년에 1~2차례 이상 CT촬영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별다른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데 미미한 피폭량을 갖고 불안해하면 사회적 혼란만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원전 전문가들, “방사능 공포 과장됐다”

방사능 공포가 과장되었다는 지적은 국내 뿐 아니라 미국과 영국 등 전 세계에서 나오고 있다. 피폭량은 방사능 유출 장소와 피폭자간의 거리 제곱에 반비례해 멀면 멀수록 피해가 줄어드는 특징이 있는데 충분히 멀리 떨어진 국가에서도 공포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그레고리 하르틀 대변인은 “도쿄의 방사선 수치가 약간 증가했지만, 건강에 위협을 줄 단계보다는 한참 아래 수준”이라며 “사고 원전 주변 30㎞를 제외하고는 일본 여행을 금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후쿠시마와 가장 가까운 울릉도는 직선거리로 900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후쿠시마 피폭량을 81만km으로 나눈 수준보다 훨씬 적은 낙진이 국내로 진입한다고 예상할 수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윤철호 원장은 “2호기가 전부 노심용해 되고 격납 용기가 완전히 부서졌다는 가정 아래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며 “그 결과, 사고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울릉도 주민 피폭 양은 0.3밀리 시버트(mSv)로 추측되었는데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최대 원전인 애리조나주 팔로 버디 원전의 도널드 버클린 박사는 “일반인이 노출되는 자연적인 방사능, 즉 우주배경복사로 인해 100명 중 1명은 암에 걸려 죽는다”며 “후쿠시마에서 240㎞ 떨어진 도쿄의 주민들은 방사능 수치가 평소보다 10배나 높아졌다고 우려하지만 이는 시간당 노출량이 0.809마이크로시버트(μSv), 즉 1밀리시버트(1mSv)의 1천분의 1도 안 되는 것이며 흉부 X-선 사진 촬영을 할 때 피폭량의 10분의1 수준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사능 피폭으로 암에 걸린다고?

일반인들이 방사능에 대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방사능 피폭으로 혹시나 암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 때문에 생긴 필요 이상의 걱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체르노빌 원전 폭발 직후인 1986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가 약 9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는데 2005년 중반까지 이 사고가 직접 원인이 돼 숨진 사람은 56명이었으며 이 중 대부분은 피폭량이 가장 많았던 구조 요원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영국 맨체스터대의 리처드 웨이크필드 교수는 “현재 일반인의 노출 수준은 염려할 것이 못 된다”며 “많은 일본인들이 암 검진을 위해 받는 CT촬영의 경우 약 밀리시버트(1mSv)의 방사능에 노출되는데 이것은 현재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체르노빌의 경우 많은 위험은 대기 중 위험요인이 아니라 사람들이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을 계속 마시고 오염된 땅에서 자란 채소 등을 계속 먹은 데 있었다. 따라서 지금처럼 피폭량이 미미할 뿐더러 오염물질에 접촉할 가능성이 낮은 상태에서는 암을 걱정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앞선 걱정이라는 것이다.

웨이크필드 교수는 “방심해선 안 되지만 지나친 걱정으로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도리어 병을 키울 수 있다”며 “각계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안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미진 객원기자
lovingschool@naver.com
저작권자 2011-03-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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