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따닥 쿵딱, 어화 좋을시고! 우리 전통가락에 맞춰 노인들이 덩실덩실 춤을 춘다. 아니, 춤이라기보다 음악에 맞춰 모두 함께 하는 즐거운 체조처럼도 보인다. 이 춤이 바로 장수춤체조란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진 ‘우리춤체조’이다.
우리춤체조를 만들고 보급하는 데 앞장선 이는 다름 아닌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 노화연구 전문가 혹은 장수 전문가로 우리에게 친숙한 박 교수가 전통무용을 응용한 체조를 개발한 것은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한 100세 장수인 조사를 하면서 박 교수가 밝혀낸 장수비결이 바로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비결이라고 하기엔 너무 평범하지만 100세 장수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원칙 중의 하나가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는 점. 이들은 집안에 틀어박힌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텃밭에서 혹은 동네 행사에서 반드시 움직이고 있는 활동인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 칩거하여 활동력을 스스로 상실하고 있고, 또 운동을 하고 싶어도 노인에게 적합한 운동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박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우리나라 전통춤을 접하고는 보는 춤이 아니라 실제로 하는 춤이라는 걸 직감했다. 전통춤이야말로 노인들에게 아주 적합한 운동이라고 확신한 박 교수는 전통춤 안무가의 도움으로 1995년 ‘해맞이’라는 우리춤체조 1호를 기획 개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 후 2호 ‘아리랑’과 3호 ‘사군자’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우리춤체조는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 뉴스레터지의 커버스토리로 우리춤체조가 소개되는가 하면, 세계노인학회에서 세계 최고의 노인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한다.
현재 우리춤체조는 복지관ㆍ경로당 등 전국 350여개 기관에서 8만명의 회원에게 보급되어 있다. 2001년 우리춤체조 경연대회를 시작한 이래 매년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박상철 교수를 만나 우리춤체조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노인복지법의 입법으로 노인들에 대한 여러 가지 혜택을 베풀고 있다. 하지만 혜택이란 게 주로 노인시설이나 치료적 지원, 생계보조의 방법들만 강구되고 있을 뿐 대부분의 노인들을 위한 건강증진프로그램은 없다. 노화와 장수에 관한 연구를 하다 보니 노인들의 건강에 직접적 영항을 줄 수 있는 한국형 춤체조의 개발이 매우 큰 의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 기존의 체조도 많은데 무슨 차이점이 있는가
“외국에서 도입된 대부분의 운동들은 우선 직선적인 동작들로 인해 관절에 부담이 가고 체중이 과다하게 실리는 동작이 많다. 일부 인도ㆍ중국권에서 도입된 운동들은 무리한 추상적 개념으로 정신적인 바탕을 흔들어 오도할 염려까지 있다. 이런 여러 문제점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춤체조가 개발되었다.”
▲ 우리춤체조를 만들면서 가장 중점을 둔 사안은 무엇인가
“노인들을 위한 체조는 우선 스스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할 수 있다. 우리 전통무와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동작을 개발한 우리춤체조는 노인들이 제멋에 겨워 움직이면서 정신적인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했다. 두 번째는 아무리 좋은 체조라도 노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춤체조는 노인들의 심폐기능, 관절 등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운동량과 운동강도를 조정하였다. 마지막으로 노인들은 외로우니 함께 어울려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넓은 강당에서 모두가 모여 흥겹게 할 수 있는 체조가 바로 우리춤체조이다.”
▲ 이처럼 장수와 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는가
“1979년부터 우리나라 식품 속의 발암물질을 규명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를 하다 보니 암을 억제하는 물질도 찾게 되고, 이런 물질들로 인해 암세포 모양이 달라지는 것도 알아냈다. 그럼 사람이 노화할 때 세포모양은 어떻게 변할까 하는 과학자로서의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게 노화 연구의 첫 계기였다.”
▲ 우리나라 건강식품의 유행 리더로 알려져 있는데……
“발암물질은 육류 자체에는 없지만 굽는 과정에서 생긴다. 찜을 해서 먹으면 발암물질이 생기지 않지만, 구운 고기로 먹고 싶다면 쑥갓이나 상추에 싸서 먹어야 된다는 걸 강조했다. 그 후 88올림픽 때 운동 효율성 연구를 하면서 토마토가 운동 후 피로회복을 촉진시키는데 최고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한때 토마토 열풍이 불었다.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도 그 연구를 하면서 숙취에 좋다는 게 밝혀져 널리 알려졌다.”
▲ 최근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비롯한 생명공학의 발전이 장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그건 바꿀 것인가(replace), 고칠 것인가(restore) 하는 문제이다. 바꾼다는 것은 유전자 치료를 포함하여 신체의 장기나 세포 등을 대체하는 치료인데, 나는 고칠 것을 주장한다. 해외에서 나를 리스토어학파라고 부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사람이 노화하면 늙은 세포의 모든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단백질 한두 개가 고장이 나서 기능이 떨어진다. 그게 바로 노화대문설 이론인데, 기능 저하를 일으킨 문지기만 고치면 모든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그게 지금 우리의 연구 방향이다.”
-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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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5-06-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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