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탐구해야 하는 이유
지구에 도착한 태양의 에너지는 지구상 거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근원이 된다. 예를 들어서, 이는 식물의 광합성을 가능하게 하고 지구를 따뜻한 기후로 만들어서 동물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태양이 언제나 인류에 도움만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태양의 활동이 만들어내는 태양주기와 우주 기후에 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지구의 기온이나 기후예측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이며 예상하지 못한 전력 및 통신망 붕괴 현상을 겪게 되기도 한다. 우리 태양계의 유일한 별인 태양은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천체이지만, 우리는 아직도 태양의 진화에 관한 정보를 제외하곤 우리 별에 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하다.
태양의 극지방은 탐험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태양은 지구에서 1억 5000만 km의 거리에 있기에 매우 멀다. 이로 인해서 현재까지 대부분의 태양 연구가 지구에서 행해졌으며 몇몇 지구에서 출발한 탐사선들조차도 태양을 도는 지구의 궤도(황도면)에서 가까운 궤도를 돌며 태양을 관측했다. 1990년 태양 탐사선 율리시스(Ulysses)는 태양 극지를 통과했지만 아쉽게도 직접적인 촬영을 하지 못했다. 결국 현재까지 인류는 태양의 극지방인 북극과 남극을 관측한 적이 없었다.
지구의 극지방은 특별하다. 온도가 낮으며 지구 자전축과 가까이 자기장의 축이 존재하고 있으며 남극에서 북극으로 자기력선이 향하고 있다. 그 때문에 지구의 극지방은 지구의 자기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태양의 극지방은 어떠할까? 태양은 양극 지방에 태양의 일반 자기장이라고 불리고 있는 자기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자기장들은 매우 약한 자기장이다. 이는 11년의 태양 활동 주기에 따라서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주기로 자기장의 강도가 변하게 된다.
태양의 자기장은 태양 표면에 흑점이나 태양풍 그리고 플레어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있게도 태양의 활동기에는 극지방의 자기장이 소멸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기가 진행됨에 따라 극성의 플러스마이너스가 변하게 됨이 확인되었다.
태양의 극지는 인류에게 최근 큰 관심사가 되었는데, 이는 빠른 태양풍의 근원지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태양풍은 초속 750㎞의 빠른 태양풍과 대략 초속 200~600km의 느린 태양풍으로 나눌 수 있다. 빠른 태양풍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 등은 태양의 광구와 닮아있지만 느린 태양풍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 등은 태양의 코로나와 닮아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중 빠른 태양풍은 태양의 극지인 ‘코로나 구멍 혹은 기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태양의 흑점 역시 태양의 적도와 극지방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흑점 등은 주로 태양의 적도 부근에서 주로 나타나며 극지방에서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현재까지 인류가 탐험한 태양에 관한 지식을 종합해보면 태양의 자기장은 태양의 대부분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자기장 자체의 생산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태양의 자기장과 극지방은 연구될 가치가 충분하다.
인류 역사상 태양을 가장 가까이에서 촬영한 솔라오비터 탐사선
2020년 5월 말 인류 역사상 태양을 가장 가까이에서 ‘촬영(7700만 km의 거리에서 촬영, 반면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것은 미항공우주국이 발사한 파커 탐사선)’한 솔라오비터 탐사선(SOLar Orbiter, SolO)은 태양의 극지방을 탐사하고 촬영하기 위해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이를 기반으로 태양 플레어, 태양풍 그리고 태양 자기장의 변화 등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게 되는 솔라오비터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태양탐사선 파커 솔라 탐사선(Parker Solar Probe)이 발사된 지 18개월 만인 2020년 2월 발사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우주국과 미항공우주국의 협력 프로젝트이며 솔라오비터는 향후 파커 탐사선과 동시에 태양을 관측하게 된다.
솔라오비터의 과학적인 목표는 크게 4가지로 나눠지는데 태양 자기장의 형성과 전파를 기본으로 (태양의 극성이 교체될 때) 태양의 극지 활동에 관해서 탐구하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와 플레어 같은 태양 활동들이 우리 태양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연구할 예정이며 궁극적으로 우주 날씨는 지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고자 한다.
최초로 태양 극지를 탐험할 솔라오비터만의 특징
솔라오비터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 극지를 탐사할 탐사선이다. 이를 위해서 10가지가 넘는 최첨단 장비가 탑재되어 있다. 이중 영국 뮬라드 우주과학 연구소 (Mullard Space Science Laboratory)가 담당하고 있는 태양 플라스마 분석기(Solar Wind Plasma Analyser), 스페인 알칼라 대학교(University of Alcalá)와 독일 킬 대학교(Christian-Albrechts-Universität zu Kiel)가 담당하고 있는 플라스마 입자들의 구성 성분과 가속 메커니즘에 관해서 밝힐 입자 관측기(Energetic Particle Detector),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에서 담당하고 있는 자기계(Magnetometer), 그리고 파리 천문대(Observatoire de Paris)가 담당하고 있는 전파 및 플라스마 분석기(Radio and Plasma Waves) 등 총 4가지 장비는 솔라오비터가 현장 장비로 지니고 있다.
나머지 편광 및 태양 지진계(Polarimetric and Helioseismic Imager), 극자외선 촬영기(Extreme Ultraviolet Imager), 코로나 촬영 분광기(Spectral Imaging of the Coronal Environment), 엑스선 분광기(Spectrometer Telescope for Imaging X-rays),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 태양 관측 장비(Solar Orbiter Heliospheric Imager) 등의 총 6가지 장비들은 독일,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과 미국에서 원격 조정 장비로 개발 및 관리하고 있다.
태양의 극지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궤도가 필요하다. 율리시스 탐사선이 목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궤도 경사각을 높인 것처럼 솔라오비터는 금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궤도 경사각을 높이게 된다.
최종적으로 수성 궤도 안으로 진입하게 될 솔라오비터는 태양으로부터 대략 4000만km의 거리까지 도달할 전망이며 2025년부터 총 4차례에 걸쳐서 태양의 극지 촬영을 진행하게 된다. 참고로 파커 탐사선은 태양으로부터 600만km의 거리까지 도달할 예정이다. 파커 탐사선은 솔라오비터와 함께 태양을 촬영 연구하지만 주로 태양풍을 가열하고 가속하는 에너지의 흐름을 추적하여 플라스마와 자기장의 구조 등 태양풍의 가속에 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여전히 어려운 태양 탐사
태양 탐사는 사실 어렵다. 탐사선이 태양 주변의 엄청난 고온을 견뎌야 함은 물론이며 내부 장비는 태양의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가장 성공한 태양 탐사선 역시 유럽과 미국의 합작품인 소호 태양 및 태양권 관측 위성(Solar and Heliospheric Observatory)이지만 이는 지구에서 출발한 지 벌써 20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관측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태양 탐사가 계속되어야 함은 온 인류를 위함이다.
솔라오비터 발사 전 미항공우주국은 하와이 마우이섬의 정상에 설치한 DKIST 태양망원경(Daniel K. Inouye Solar Telescope)을 시험 가동하기 시작했다. DKIST 망원경은 지름 4m에 달하는 역대 최대 태양 관측 망원경으로 태양 자기장 활동을 가장 상세하게 관측하고 있다. DKIST 태양망원경은 현재까지 가장 고해상도로 태양을 촬영한 망원경이기도 하다.
이 망원경은 2020년 7월부터 본격 촬영을 시작했으며, DKIST 태양망원경은 솔라오비터 그리고 파커 탐사선과 함께 각각 지구와 수성 부근에서 태양을 관측하게 된다. 이로써 인류는 3가지 최첨단 태양 탐사 망원경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인류의 우주 기상에 관한 지식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 김민재 칼럼니스트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1-01-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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