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고인류학자들은 편편한 발바닥, 마주 볼 수 있는 발가락 등으로 인해 좌우로 몸을 흔들며 마치 굴러가듯이 기이한 모습으로 걷고 있는 인류 조상들의 모습을 추정해왔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영장류에 가까운 이런 불쾌한 인류 조상의 모습이 잘못된 상상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과에 속하는 인류 조상 그룹인 호미니드(Hominid)이 이미 440만 년 전에 곧은 다리를 가지고 직립보행을 하고 있었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 존재했던 모든 호미니드는 아르디페쿠스·오스트랄로피테쿠스·호모 에렉투스 등과 같은 고인류를 말한다. 과학자들은 이들의 걷는 모습을 놓고 오랜 기간 동안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 결과로 풀리지 않던 의문이 해소될 전망이다.
작은 골반으로 다리를 뻗으며 걸어
3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인류 조상이 지금의 인류와 같은 모습으로 얼마나 빨리 걸었는지의 여부는 인류 진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나무를 민첩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능력을 버리고 새롭게 얻은 결과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400만 년 전에 이미 지금의 인류처럼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었다면 그동안의 가설은 틀린 가설이 된다. 인류 조상 호미니드가 영장류처럼 나무를 탈 수 있는 능력을 굳이 희생을 필요가 없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기존 가설의 진위를 검증하기 위해 뉴욕시립대학교(CUNY)의 진화생물학자 허맨 폰쳐(Herman Pontzer) 교수 연구팀은 사람과 함께 살아있는 유인원, 원숭이가 걸어가거나 나무에 올라가고 있을 때 움직임을 비교분석했다.
먼저 침팬지, 침팬지의 한 부류의 보노보스(bonobos), 고릴라, 긴팔원숭이 등이 걸어가고 있을 때 고관절, 다리뼈, 근육 등의 움직임을 정밀 촬영했다. 그리고 첨단 장비를 활용해 뼈와 근육에 어느 정도 힘이 가해지고 있는지 그 수치를 산출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 이들 영장류들은 넓적다리와 허벅지 뒤쪽의 근육과 힘줄인 햄스트링, 그리고 무릎 부분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고 있었다. 이는 영장류들이 나무를 오르내리면서 이들 근육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반면 작은 골반을 갖고 있는 사람은 고관절 굴곡근(hip flexors)과 햄스트링(hamstrings)이 연결된 궁둥뼈(ischium)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부위를 사용, 허벅지 뒤쪽의 햄스트링에 가능한 적은 힘을 가하면서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걸어갈 수 있었다.
연구팀은 첨단 영상장비를 활용해 호미닌을 대상으로 어떻게 걸었는지 걷는 모습을 추정해냈다. 이 실험에는 인류 최초의 화석인 아르디(Ar야), 루시(Lucy) 등 유사한 시기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 들이 참가했다.
인류 조상들 땅과 나무 세계 넘나들어
영상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이들 인류 조상들은 지금의 인류와 다름이 없을 정도로 유사한 방식으로 걸음을 걷고 있었다. 이는 인류 조상들이 영장류들처럼 이상한 모습으로 걸었다는 일부 고인류학자들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관련 논문은 3일자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USA’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Hip extensor mechanics and the evolution of walking and climbing capabilities in humans, apes, and fossil hominins’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440만 년 전에 살았던 인류 조상 아르디(Ardipithecus ramidus의 약자)의 걸음걸이를 밝힌 최초의 연구 결과다. 아르디는 1994~1995년에 미국 버클리대가 이끄는 국제 조사연구팀이 찾아낸 화석이다.
318년 전에 살았던 여자 화석인 루시와 같은 종으로 에티오피아 미들 아와쉬 지역에서 발견됐다. 아르디의 화석은 부서지고 파편으로 되어 있어 석고틀에 보관된 상태로 현재 복원 중에 있는데 가장 오래된 호미니드로 평가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아르디의 궁둥뼈, 다리뼈 등을 분석하면서 이 화석인류가 어떻게 걸었는지 연구해왔다. 그리고 화석의 머리뼈 신경굼이 앞쪽으로 각이 굽어져 있기는 하지만 두발로 걸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추정해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추정에 머물고 있었던 아르디의 직립보행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폰쳐 교수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가 지금의 인류처럼 궁둥뼈가 있었으며, 고관절 굴곡근을 사용해 직립보행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아르디의 궁둥뼈 모습이 다른 영장류처럼 길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는 아르디가 지금의 인류처럼 직립보행을 하면서 나무 위를 오르내리는 등 지상과 나무의 세계를 넘나들며 원시 세계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교수는 “그러나 인류 조상들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을 하는 과정에서 나무 위에 사는 것보다는 직립보행을 선호했으며, 지금의 인류처럼 점차 직립보행을 하게 됐다는 것을 추정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로 인류 조상이 안전 때문에 나무에 사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는 가설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켄트 대학의 고고학자 오웬 러브조이(Owen Lovejoy)는 “아르디가 나무에서 발생하는 부상을 피하기 위해 땅 위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땅으로 내려오면서 거대한 넓적다리가 작아지고, 신체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다.”며, 아르디가 원래 직립보행을 하고 있었으며, 영장류처럼 나무 위의 삶을 병행했다는 CUNY의 연구 결과에 수긍하지 않았다.
- 이강봉 객원기자
- 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18-04-03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