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인공지능(AI) 작곡가가 만든 음원이 공개됐다. 인공지능(AI) 음반 레이블 ‘A.I.M’을 알리는 이 날 공개행사에서 댄서 팝핀현준은 AI에게 자신의 느낌에 맞는 음악을 요구했다. AI는 30초 만에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냈다. 그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음악에 맞춰 즉석에서 춤을 췄다. 걸그룹 하이틴은 인공지능과 작곡가가 함께 만든 K팝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인간 아티스트와 인공지능 작곡가와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은 계속 되고 있다. 미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에 출연했던 팝가수 타린 서던이 19일 출시한 앨범에는 인공지능 작곡가가 만든 노래가 담겼다. CNN머니는 그의 앨범 첫 번째 곡 ‘브레이크 프리(Break Free)’를 AI와 인간이 함께 만든 곡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작곡가, 새로운 음악 영역을 만들다
인공지능이 최근 새로운 스타 작곡가로 떠올랐다. 인공지능(AI)이 음악을 만든다고 하면 사람들은 거부감부터 느낀다. 음악이 인간 고유의 창작품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미 오래전부터 음악세계에 관여해왔다. 이제 문제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함께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음악을 만들어 온 것은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인공지능은 알고리즘(algorithm)에 맞춰 음악을 만들어 왔다. 우리 귀에 익숙한 수많은 노래들도 알고 보면 알고리즘 음악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컴퓨터 음악이라고 불리던 인공지능 음악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본격화되면서 더욱 다양한 음악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의 놀라운 점은 인간 작곡가가 수년에 걸쳐 만들어내는 음악을 수많은 학습 데이터를 이용해 단 순간에 완성해낸다는데 있다. 천재 작곡가들이 작곡을 하던 방식을 모방하고 학습한 결과이다. 인공지능 음반 레이블 ‘A.I.M’의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도 원하는 방식의 음악을 주문하자 수십 초 만에 맞춤형 음악을 만들어냈다.
영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쥬크덱이 개발한 이 인공지능 음악 프로그램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www.jukedeck.com)에 공개됐다. 각자 원하는 음악의 장르, 노래를 구성하는 분위기, 원하는 악기, 음악 속도 등을 입력하면 자신의 느낌에 맞는 개별 맞춤형 음악이 탄생한다.
타린 서던의 곡을 작곡한 AI 프로그램도 쥬크덱과 비슷한 패턴으로 곡을 만들 수 있다. Break Free는 엠퍼 뮤직(Amper Music)으로 개발됐다. 엠퍼 뮤직은 서던의 여러 인공지능 음악 서비스 중 하나이다. 노래의 속도, 전체 음악의 주요 특징, 원하는 악기의 구성 등 몇 가지 주요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주면 그에 맞는 곡이 만들어진다.
실제로 오픈된 쥬크덱의 AI 프로그램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어 보니 빠른 시간 내에 원하는 곡이 완성됐다. 음계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수초 안에 원하는 곡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다. 주크덱은 이러한 AI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에게 13개 장르 만 여곡을 학습시켰다.
인공지능 작곡프로그램과 인간의 감성이 결합하면
인공지능 음악 개발에 참여한 이들은 인간의 고유영역이라고 생각되는 창작 영역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쥬크덱과 함께 인공지능 음반 레이블 ‘A.I.M’을 기획한 박찬재 엔터아츠 대표는 인공지능 음악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이유를 ‘개인의 음악적 감성을 발전시키는데 인공지능이 더욱 도움을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타린 서던도 CNN과의 인터뷰(▶ 바로가기)에서 AI 프로그램을 추켜세웠다. 그는 “그동안 곡을 만드는데 수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는데 AI 프로그램을 통해 20배 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AI 프로그램은 무한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스스로 더욱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I 음악 바로듣기▶ https://youtu.be/XUs6CznN8pw
사실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은 몇 년 전만 해도 형편없었다. AIM을 개발한 쥬크덱 공동창업자 패트릭 스탑스는 이 날 행사에서 그동안 자신들이 개발한 인공지능이 만들었던 곡을 들려줬다. 2014년도에 인공지능이 작곡한 음악은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단조로운 전자음악이었다. 패트릭 스탑스가 “사람들에게 들려주자 ‘그럼 그렇지’ 하는 비웃음이 돌아올 정도”로 단순했다.
하지만 2016년, 2018년에 이르자 인공지능이 만든 곡은 사람이 작곡한 곡과 구별하기 어려웠다. 소름 끼칠 만큼 세련된 선율과 깊어진 음폭을 과시했다. 딥러닝을 통해 꾸준히 진화하고 있었던 것. 여기에 사람의 감성이 더해지니 전혀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에게는 음악이 좋고 나쁘고를 감상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 인간의 손길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갈지는 속단할 수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음악을 인간만의 창조적인 영역으로 규정하고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폭 넓게 삶에 음악을 가까이하며 즐기는 자세일 것이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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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3-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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