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왜 오류투성이일까? 제대로 진화하지 못한 것일까? 언젠가 완벽한 인공지능이 뇌를 대체하게 될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 자리가 마련됐다. 4일(월) 오후 대전 카이스트 양분순 빌딩에서 열린 ‘Inspiring Talk’에서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재승 교수는 ‘인간지성은 인공지능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인간지성의 미래를 통찰하고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할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은 무엇이 다를까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들은 내용을 다음 해에 5% 밖에 기억하지 못합니다.”
정재승 교수는 인간의 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쉬운 일반화, 다양한 편향, 수많은 편견, 기억 왜곡. 그는 “우리는 이런 뇌를 가지고 평균 80년을 살아가야 한다”며 “인간의 뇌는 오류 기계”라고 말했다.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에 있어 ‘지능’이라는 개념은 완전히 다르다. 컴퓨터는 수학적 완결성을 가진 업무만을 수행한다. 반면 인간은 수학적으로 완결성을 가진 일만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정재승 교수는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학적 사고를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는 ‘아이가 일어서는 과정’이다. 아이는 스스로 학습을 통해 기고, 걷고, 뛸 수 있게 된다. 아이에게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기계는 쉽지 않다. ‘실시간으로 무게중심을 잡는 법, 근육과 뼈를 움직이는 법’을 수학적으로 표현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의 차이점에 대해 석학들이 가장 많이 하는 대답으로 ‘예상(Expectation)’을 뽑았다. 인간은 다음 상황을 예상하는 능력이 있지만, 컴퓨터는 그렇지 않다는 것.
어린아이가 문을 여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아이는 항상 문을 당기면 열리는 상황을 보아왔기 때문에 ‘문은 당기면 열린다’라고 예상을 한다. 하지만 어떤 문의 경우 옆으로 밀어야만 열린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 ‘문은 당기거나 밀어야 열린다’로 생각을 수정한다.
정 교수는 “이 과정이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다”라며, ”인간은 실수를 통해 배우는 동물”이라고 설명했다.
차이점은 더 있다. 그는 인간은 컴퓨터와 달리 ‘이해하는 뇌’를 가졌다고 지적했다. 블룸의 텍사노미(Bloom's Taxonomy)에서 인간은 이해(Comprehension)단계를 거쳐 적용(Application)단계로 넘어간다. 반면 컴퓨터는 이해(Comprehension)단계 없이 지식(Knowledge)에서 적용(Application)단계로 넘어간다. 엄청난 수의 데이터를 가지고 이해 없이도 문제해결이 가능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뇌의 오류에는 이유가 있다?
뇌가 쓰는 에너지는 형광등 2~3개 정도 수준이지만, 슈퍼컴퓨터는 10억 개 이상의 형광등이 필요하다. 최소한 부피와 무게로 우리의 뇌는 최대의 효율을 낸다.
정재승 교수는 ‘인간의 기억’과 관련된 흥미로운 논문을 소개했다. 기억상실증 환자에게 미래의 특정 상황을 예측하고 상상해보도록 했을 때, 일반 사람에 비해 사용하는 단어의 수가 현저히 적고 같은 단어만 반복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정 교수는 “기억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인간의 기억은 정확하게 무언가를 머릿속에 기록해 두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재료로 쓰이는 것”라고 설명했다.
기억의 천재 푸테스의 경우도 어떨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기억의 천재 푸테스’의 주인공 푸테스는 사고로 완벽한 기억력을 갖지만 ‘중요한 것을 판단하는 능력’은 잃게 된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그에게 ‘기억할만한 정보’를 판단할 능력은 필요가 없기 때문.
정교수는 “인간은 집중력도 약하고 기억도 유한하기 때문에 얻게 되는 새로운 기능이 있다‘며 뇌가 인간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구조화되어 있음을 설명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우리 뇌의 과제는
정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많은 직업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면서 현재 정의된 인간의 노동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간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답은 ‘뇌와 인공지능의 차이점’에 있다.
정 교수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확장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우리는 ‘이해(Comprehension)’가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며, “비판적 사고로 기존의 데이터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임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은 하루아침에 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우리에게 적응할 시간은 충분히 주어진다"고 말하며, "오류투성이 뇌가 그렇게 진화해 온 이유를 생각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간만의 사회적 가치를 찾을 것"을 당부했다.
- 최혜원 자유기고가
- 저작권자 2017-09-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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