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는 인간이 결정하고 로봇이 행동한다. 인간은 또 다른 육체를 가질 수 있다. 인공지능(AI) 로봇은 또 다른 나, 나의 분신 '아바타'(Avatar)가 된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최로 열린 '미래(未來), 인간(人間), 기계(器械)-인공지능과 지능정보사회' 콘서트에서 인간의 뇌과학과 지능정보사회를 설명하며 "인간이 뇌로 의사 결정을 하고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행동하는 '아바타'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지능화사회, 인간과 기계가 융합 되는 시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 이 영화에서는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샘 워싱톤 분)가 '뇌'만을 이용해 육체를 가진 '아바타'를 조정한다.
영화 속 '아바타'는 인간과 판도라 행성의 토착민 나비(Na’vi)의 DNA를 결합해 만든 새로운 하이브리드 생명체이다. '링크 머신'(아바타와 인간을 잇는 장치)을 통해 인간의 의식으로 아바타의 몸을 원격조종할 수 있다. '아바타'는 누워서 뇌파로 명령을 내리는 인간 대신 걷고 뛰고 말하고 살아 숨쉰다.
이제 미래는 영화 '아바타'와 같이 또 다른 '나, 아바타'가 인공지능 로봇으로 구현될 전망이다. 정재승 교수는 "뇌파캡을 쓰고 머리속으로 생각하면 내 몸과는 전혀 다른 공간에 있는 로봇이 본인이 생각 하는 데로 움직인다. 뇌파의 변동이 건너편 공간에 있는 로봇에게 전달된다. 로봇은 내 생각대로 움직인다"며 영화 '아바타'와 같이 뇌파의 변동으로 움직이는 자신의 대학 실험실에 있는 로봇을 소개했다.
정 교수는 "인간이 뇌로 결정하고 로봇에게 명령을 내려 로봇이 행동한다는 것은 이제 인공지능(AI)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큰 변화를 뜻한다"고 말한 후 "이것은 과거에 로보틱스 산업이 제조업과 같은 산업현장에서 자동화 작업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서비스업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지능을 가진 로봇의 탄생, '아바타'로만 존재할까
이제 인간과 기계의 융합은 필연적인 사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보조적, 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고 이는 인류 생활에 더 많은 삶의 질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계는 데이타를 제시하고 인간이 의사결정의 권한을 가진다는 데 사람들은 위안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정 교수는 의문을 제시했다. 알파고는 스스로 판단해 수를 두었다. 알파고는 무슨 상황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바로 그러한 의사 결정이 기계의 손에 넘어갈을 때 인간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정 교수는 닥터 왓슨의 경우도 비슷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IBM은 자사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을 의료 현장에 투입했다. '왓슨'은 베테랑 의사들의 경험을 데이타로 축적해 암 진단에 있어 98%의 적중률을 보였다. IBM은 왓슨이 의료 현장에서 인간 의사를 대신할 것으로 보지 않았다. 다만 왓슨이라는 프로그램이 수많은 데이타를 손쉽게 찾아주는 보조적인 역활로 인간 의사를 도울 것이라 장담했다.
하지만 적중률 98%의 왓슨이 장기를 적출하라는 의견을 낸다. 인간 의사인 '나'는 약물치료가 낫다고 판단했다.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과연 왓슨의 의견을 묵살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진료를 집행 할 수 있을까?
정 교수는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이 우리 모두 보다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겁 먹지 않는다. 우리가 두려워 하는 것은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때"라며 지능화 로봇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기계 대체 사회에 인간의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
정 교수는 "여러 기술 혁신이 과거에는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인간을 힘든 노동에서 좀 더 창의적인 직업으로 옮겨 가게 하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한 후 "하지만 지금의 4차 산업혁명을 뜻하는 기술혁신은 과거의 기술혁신과는 다르다"는 의견을 냈다.
과거에는 노동생산성이 늘어나면 경제규모가 커지고 고용 및 임금도 함께 늘어났다. 2000년대가 되면서 기술혁신으로 노동생산성은 극대화 되었지만 일자리와 임금이 늘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경제규모도 늘어나지 않았다. 기술혁신으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 로봇은 생산만 하고 소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 교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남겨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인간은 기계 대체로 인해 '잉여인간'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기계가 대체하게 되었을 때의 경제적 논리, 이윤 추구만을 따지면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 정 교수는 인간의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가 중요시 된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에 대해서도 "우리는 알파고의 대결을 통해 인공지능을 경험했다. 좋은 경험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전뇌적인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그것이 우리 기성 세대의 숙제"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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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6-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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