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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20-03-13

음악이 정말 학습 효과를 높일까 개인 성격 및 음악 종류에 따라 효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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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수술이나 치과 시술 시 음악을 틀어놓고 환자들에게 들려주는 곳이 있다. 통증과 음악을 수용하는 뇌의 부위가 동일해 통증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음악을 들을 경우 그 통증을 덜 감지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감상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감소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물질이 생성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에 따라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이나 폭력 성향이 강한 청소년 등의 심신 치료를 위한 보조도구로 음악치료가 권장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음악은 여러 면에서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기분을 좋게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유대감을 증진시키는 효과도 발견됐다. 또한 음악은 혈압과 심장박동수를 낮추고 운동 지구력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공부할 때 음악을 듣는 것은 일부 학생들의 경우 현명한 전략이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Mathieu Aubry(flickr.com)

공부를 할 때 음악을 듣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른다. 그럼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면 정말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음악이 아동의 추론 능력과 수리 및 언어 능력을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지만, 이런 연구의 정확성에 대해 논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이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바루크뉴욕시립대학과 러트거스대학의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그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공부할 때 음악을 듣는 것은 일부 학생들의 경우 현명한 전략이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음악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고, 외부 자극에 대한 필요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차분한 성격은 공부할 때 음악이 도움 돼

즉, 쉽게 지루해 하고 외부 자극에 대한 요구가 높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게 되면 학습 효과가 오히려 나빠진다. 반면에 성격이 차분해 외부 자극에 대한 요구가 낮은 사람들의 경우 음악이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과학 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의하면, 연구진은 음악이 학습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상당히 정교한 접근법을 취했다. 이를테면 실험 참가자의 성격뿐만 아니라 학습의 난이도 및 음악의 복잡성까지 비교해가며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우선 실험 참가자들은 외부 자극의 필요성 여부를 파악하는 데 사용되는 성격 테스트부터 거쳤다. 이후 그들은 단어 목록에서 알파벳 ‘A’를 찾는 것과 같은 ‘쉬운 인지 과제’와 단어 쌍을 기억하는 것과 같은 ‘약간 어려운 인지 과제’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음악이 없는 상태, 단순한 음악을 듣는 상태, 복잡한 음악을 듣는 상태의 세 가지 조건에서 두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여기서 음악의 복잡성은 악기의 수를 변화시킴으로써 조절되었다. 예를 들면 단순한 음악은 피아노, 현악기, 신시사이저가 포함되었으며, 복잡한 음악은 거기에다 드럼과 베이스를 더하는 식이었다.

실험 결과 외부 자극이 많이 필요한 성격으로 드러난 학생들의 경우 쉬운 인지 과제를 풀 때는 음악의 조건에 관계없이 과제 수행 점수가 비슷하거나 약간 낮았다. 하지만 단어 쌍을 암기하는 어려운 인지 과제를 풀 때는 단순한 음악과 복잡한 음악 모두에서 과제 수행 점수가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의 효과, 개인적 차이 크다

그러나 외부 자극의 필요성이 적은 성격을 지닌 학생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음악을 들을 때 점수가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 것. 특히 이들은 쉬운 과제에서 단순한 음악보다 복잡한 음악을 들을 때 점수가 약간 더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는 음악이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는 상당한 개인적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실이나 정교한 인지 기능을 요구하는 사무실 등에서 음악을 일괄적으로 방송하는 것은 전체 구성원들에게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를 요약하자면 쉽게 지루해 해서 외부 자극을 추구하는 이들은 주의를 요구하는 작업을 할 때 특히 악기 수가 많이 동원된 복잡한 음악을 듣지 않는 것이 좋다. 반면에 성격이 차분해 외부 자극에 대한 필요성이 낮은 이들은 단순하고 일상적인 과제를 수행할 때 음악을 듣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연구진은 상당히 어려운 인지 과제를 수행할 때면 외부 자극에 대한 필요성이 적은 사람들일지라도 음악을 듣는 것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에 적용된 어려운 인지 과제, 즉 단어 쌍을 기억하는 작업은 중간 정도 레벨의 인지 과제에 불과했음에도 쉬운 인지 과제에 비해 복잡한 음악을 들을 때 음악의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03-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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